전출처 : 눈부처 >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강의

 지금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경제가 정치와 묶여서 정치•경제라는 이름으로 한 과목을 형성했다. 그 당시에 정치나 경제는 따로 떼어서는 1학점도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비중도 낮고 재미도 없는 과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접한 몇 권의 책은 정치와 경제가 한 과목으로 묶어져 있어져 있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경제활동이란 것이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결국은 그가 할 선택은 그가 사는 세상이라는 환경 속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고, 그의 환경을 결정하는 국가의 정책, 정치적인 성향은 경제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책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너무도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사실 만성적인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상당부분 우리의 정치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어버린 탓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국가의 정책을 경제적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층이 정치 혹은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재테크에 관련한 책들이 넘쳐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과거부터 현재의 이르는 정책들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그런 류의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가라는 경제기반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재테크 책을 아무리 열심히 파고 든다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일에 우리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랬기에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주류 경제학자인 이준구 교수가 바로 지금, 비판이 곧 색깔논쟁으로 변절되어 버리는 이런 때에 한국 경제문제에 대해 논하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너무 반가운 것이었고, 책 출간과 더불어 개최되는 독자강연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강연회가 기다려졌던 것은,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의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도 아니고,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혹은 경기 회복은 언제쯤 될지 알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물론 그런 점들이 나역시도 궁금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에 실제로 부를 제대로 축적한 이가 몇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실물경제에 대해서 경제학자가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로부터 내가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내가 발 디디고 사는 바로 이곳 한국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다시말해,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인 경제주체가 되기위해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이며, 그런 이기적 선택이(합리적이기만 하다면) 사회의 이익에도 양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론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기적이기는 하나, 합리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이기적이지만,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다는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결국 내가 경제적인 주체로 옳게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옳은 선택(도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경제적인 의미가 더 크다)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정책이 우리에게 과연 어떤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 하는 바로 그런 문제 말이다.  

이번에 이준구 교수께서 출간한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책에서는 교육, 한미 FTA 협정이나 마약, 도박에 대한 문제, 혹은 십부제 이야기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지만, 강연회에서는 현 정부의 주된 공약 747공약, 그로인한 대운하 사업이나 녹색뉴딜 그리고 이제 거의 숨이 끊길 지경에 이른 종부세 이들 문제에 대해서 주로 강의하셨다. 이러한 문제들 역시 책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특히 종부세의 경우, 책에서는 거의 절반 가량의 내용을 차지함에도 오히려 강연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짧게 다루어졌는데, 앞의 두 가지 문제가 아직 진행중인 앞으로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인 반면, 종부세는 자신의 책에서 “종부세여, 안녕”이라고 고할만큼 이미 너무 만신창이인 상태로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이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문제만큼 이론에서 합리적 주체라고 가정하는 인간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는지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없기때문이다.   
  

이준구 교수는 강의 중간 지금 현상황에서 정책적인 문제에 있어 개인 특히 젊은 층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은가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경제학은 선택에 대한 학문이다. 각 개인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많은 경우 합리적인 선택,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언론이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감추는 경우도 있고, 또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은 잘못된 정책을 낳고, 그 결과 사회는 더 큰 문제를 잠재하게 되고, 더 이상 문제가 잠재되어 있을 수 없을 때, 커다란 혼란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미 완숙단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현정부의 과도한 자만심은 무리한 경제 정책을 나았고,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기도 전에 이미 한국경제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마도 성숙단계에 이른 국가 경제의 성장률을 7%로 만든다는 것이 극단적인 처방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국민의 절대적 다수가 현정부를 지지했을까? 마치 악한 세금의 대표인 듯 한 종부세가 사실 전체 국민의 2% 정도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그로 발생된 국가의 세입은 사회의 소외계층 혹은 다른 부분에 투입될 수 있고 또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효과는 다른 어떤 세금보다 클 수 있으며, 몇 가지 추가적인 손질 만으로 예상되는 부작용 중 상당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동안 한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가 이 종부세 등 세금 감면을 행한 것이라는 설문결과가 가당키나 했을까? 해당도 되지 않는 종부세(해당이 된다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의 폐지를 스스로 반겨함으로서 부동산 폭등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품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 만약 예정데로 실시된다면 대운하로 파괴된 생태계에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채 살아야할 우리들은 우리 앞에 놓인 그러한 문제들의 기회비용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제대로 알고 비교했다면 그때도 우리는 똑 같은 선택을 할까? 분명히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천상 학자인 그가 더 이상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선택을 해야할 당사자 앞에 모든 정보를 풀어내 알려주는 것, 적어도 선택을 하는 개인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의 기회비용이 무엇이 될 것인지 알게 될 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이 있을 것이고, 그런 선택들이 모인다면 사회 전체가 오른 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가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학자인 그가, 블로그와 신문의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하고 결국 책을 내고 강연까지 나서게된 이유가 아니였을까?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드실 것이냐는 독자의 질문에 학자는 강의하고 연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며, 그렇기에 그런 기회는 자주 없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학자로서 그의 신념을 존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러한 토론 문화가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그의 그런 신념은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그의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란다. 수많은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한 고려 끝에 자신에게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이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루어진 선택으로 고통스런 결과를 감내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기에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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