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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평점 :
저자는 위인전을 싫어한다고 했다. 비범하기만 한 인물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랄까? 나는 위인전을 좋아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 반대자들의 모함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지키는 그들은 만화 속 슈퍼히어로와 같이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도 시작부터 흠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들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작은 비밀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그런 그들이 휠씬 더 멋있어 보일 것 같은 생각…
27년이라는 시간 동안을 대구에서만 자란 나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절대로 영웅이 될 수가 없다. 내가 기억하는 첫 선거는 노태우 전대통령을 당선시킨 바로 그 선거이고, 그 때 기억나는 풍경은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선거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노전대통령의 당선을 환호하고 김대중이 당선되어 적화통일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던 그런 풍경이다. 그 후로도 선거때마다 김대중이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적화통일이 될 거라는 얘기를 들어왔고, 그 말을 사실로 믿었든 아니든 그런 분위기에서 김대중이라는 사람을 좋아하기는 정말이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학생이 되고, 진보적이라고 하는 책들도 좀 읽게 되고, 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래저래 주워들은 정치이야기도 생기고 하면서 정권교체며 진보며 하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게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그 때 나는 김대중이라는 이름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 이름에 투표를 하면서도 어릴 적 귀에 못박히게 들어왔던 빨갱이란 단어는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나서도 나는 내내 주변에서 그를 욕하는 소리를 들어야했고, 어느새 머리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그 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영원히 ‘김대중’이란 인물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김대중’이란 이름은 나에게 불편함었고, 어떠한 호기심도 유발하지 않는 무관심의 대상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내키지 않는 그런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면서 작가의 서문을 읽다가 영웅의 “똥누는” 모습을 얘기하는 유쾌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리고 난생처음 정치인, 빨갱이, 혹은 영웅 김대중이 아닌 그냥 인간 김대중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품하고 졸고 딴곳을 바라보기도 하는 그의 사진들을 통해 그의 이름앞에 놓인 수식어를 내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길지 않은 그의 말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듯한 짧은 문장들. 수많은 시련들을 겪은 한 인간의 고통스런 삶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 짧지만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문장들…
나는 여전히 정치인 김대중에 대해 호의적일 수 없다. 그 오랜 세뇌의 시간을 뛰어넘을 만큼 난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 정치적으로 어떠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 저자처럼 그에게 대중의 곁으로 오라고 요구할 생각도 없다. 다만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내고, 그가 말한대로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한 한 사람의 인생의 선배로서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난생처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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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비판은 불만과는 전혀 다르다.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불만은 증오로 가는 길일 수 있지만 비판은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있다.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
불행의 연쇄반응을 막는 경계와 노력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고 양식적인 자보다 악하고 부정한 자가 성공하는 사회기풍 속에 양심과 전통성이 파괴되고 기회주의자와 출세주의자가 판을 쳐온 현실을 봅니다. 온 세상이 모두 도덕적으로 타락하더라도 나만은 끝까지 도덕을 고수하겠다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 입니다.
한 송이의 꽃에 있어서도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를 새삼 생각하니 하물며 뜻이 통하는 인간 사이에서야,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수많은 시련에서 얻은 것이라면 사랑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넘어지면 끊임없이 일어나 새 출발해야 한다. 인생은 종착지가 없는 도상의 나그네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은 자기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증오한 자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는 것이 나의 인생 목표였다면 나는 철저한 패배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가 목표였다면 그래도 보람 있는 인생이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