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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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한 명쯤 있었음 했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일이 더 이상 기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나이에, 나이듦에 대해서, 나이듦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어릴 적 설날 아침 괜히 떡국 두 그릇을 먹어치우고 두 살 더먹기를 바라던 그 시절을 뒤로 하고, 하나 둘 늘어가는 초의 숫자에 생일도 더 이상 기쁘지 않고, 새해 첫날이 괜시리 서글퍼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나이를 먹어가는 설렘이 사라져버린 후로 한 살씩 얹혀지는 나이는 성숙함이 아니라 시들어감을 의미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문득 어느 날인가는 이제 조금씩 추해지고 약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을텐데, 계속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그런 되지도 않은 생각을 한적도 있다. 물론 나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더 크게는 노인을 어른이 아니라 부양해야할 숫자 혹은 짐 정도로 취급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느 순간 그런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나이든다는 것을 멋진 일이 아니라 두려운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정말이지 누군가 이렇게 나이듦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노년층이나 볼만한 책이 아니냐 물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노년을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분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지금 삼 사십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힘이 되어줄 책이라 믿는다. 수십년 후의 자신이 추구할 모습을 잃어버린 세대들에게,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 것인가 나침반이 되어줄테니. 책에서 말하는 5금과 5권의 일들은 지금부터 몸에 붙이지 않으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되는 일들이 아니니...생각하고 살지않으면 사는데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있다. 먼 훗날 자신의 모습을 꿈꾸지 못하고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추하게 늙어버린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젠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란 명예를 봉정사에게 내주긴 했지만, 천년의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부석사의 빛바랜 단청을 바라보며 깨끗하고 화려한 막칠한 단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멋스러움을 느낀적이 있다. 천년의 시간이란 세월의 흔적과 그 시간동안 그 절에 풀어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한 멋스러움. 그곳에서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되었을 때, 그런 색을 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했다. 곱게 늙은 그 절집같은 사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런 노년의 모습이 부석사 그 멋스런 색과 겹쳐짐을 느낀다.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담아낸 아름다운 모습..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간다면, 수십년 후 나역시도 그런 멋스런 노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