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슈빈을 고생물학계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이 물고기에서부터 어떻게 서서히 진화했는가를 어찌나 쉽게 풀어 설명하는지,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나 붙들고 있었던 책이다. 아이들이 배 고프다고 아우성만 안 쳤다면 하루만에 다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분량도 많지 않고 서술 방식이 재밌다. 진화에 관한 학구적인 글만 썼다면 자칫 늘어진 테프마냥 지루했겠지만, 고생물학계의 빌브라이슨답게 적재적소에 개인적인 추억담과 에피소드가 한데 어우러져 쉽게 읽힌다. 게다가 자신의 화석발굴이나 의과 시절을 이야기할 때의 입담이 장난 아니다. 능구렁이 같은 입담이 아니라 빙그레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치 있는 말솜씨이다. 글에서 그의 낙천적이면서 외골수적인 성격이 보인다.  

한 주제가 다른 주제로 이어갈 때의 이음새가 매끄럽다. 챕터별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참 이 책의 긴장감이나 피로감을 풀어주는 역활을 한다. 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일단 무겁고 힘겨운 주제의 글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의 워밍업 정도의 글을 깔고, 본격적인 글의  주제로 들어가는데, 이런 구성의 글이 상당히 맘에 든다. 주제의 촛점을 흐트리지도 않고 신경도 잠시 쉴 틈을 주니 말이다. 논리적이고 깔끔하다.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는 추측과 가설 그리고 확신이 되풀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떻게하면 학생들이 알아 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닐 슈빈의 강의 방법론도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원저자의 글 자체가 논리적이고 깔끔한 글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겠지만, 김명남의 번역도 닐 슈빈의 원글을 돋보이게 했다고 인정하고 싶다. 어쩡쩡한 과학책 번역가가 아닌 것 같다. 올해 내가 선정하는 최고의 번역가로 김명남을 꼽고 싶다. 작년에 보더니스의 과학 시리즈 책들을 읽으면서 그 중의 한권인 <시크릿 하우스>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김명남이라는 번역가를 접했는데, 그 땐 보더니스의 글솜씨가 워낙 뛰었나길래 번역가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김명남이라는 번역가가  번역한 세권의 작품을 읽고나서 그저 그런 번역가라는 무개념에서 이, 번역가, 혹 뛰어난 번역가가 아닐까?!라고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왓슨에 대한 호기심은 완전히 로잘린드 프랭클린에 대한 여성과학자에 대한 짦막한 글을 읽고 생긴 것이었다. 우리는 DNA 구조를 발견한 과학자가 왓슨과 크릭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 두 과학자가 DNA 모형을 만들 수 있었던 베이스에는 로잘린드의 X - 선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사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진실을 아는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그들의 노벨상 공로 뒤에는 로잘린드가 있었다라고 환기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왓슨이 크릭과 DNA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로잘린드의 공로를 배제하지 않았다면, 그는 수 많은 과학자들에게 존경받는 과학자중의 한명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는 그런 배포를 갖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위의 자서전에서조차 로잘린드를 신경질적인 여성과학자로 묘사해가며 그녀를 깍아내렸다. 그녀를 똑똑한 여자라고 인정은 했지만 DNA 모형을 만들었들 때의 급박한 경쟁적 상황에서 그녀를 의도적으로 뺀 듯한 느낌이 확 들 정도였다.(여담이지만 로잘린드는 크릭은 좋아해 그의 부인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왓슨은 이상하게 싫어했다고 한다) 여하튼, 그녀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안티왓슨 과학자들을 만들어 냈고 그들의 노골적인 경멸은 감내해야만 했다. 왓슨의 DNA 모형발견은 분자 생물학의 크나큰 발전을 이끌었으며(윌슨의 자서전 <자연주의자>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그가 이끄는 분자 생물학 연구진들이 다른 생물학분야를 얕잡아 보면서 우월주의가 심해 윌슨과의 껄그러운 관계에 대해서도 소개된다), 후에는 뛰어난 과학 행정가로서 산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 노벨상을 타면서 분자생물학의 거두가 되었기 때문에 인생의 굴곡은 그리 심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몇몇 에피소드 때문에 그의 인생이 궁금해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이 작품도 그냥 술술 읽혀나가는거라. 읽어보면 알겠지만 결코 어렵게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번역문장이 탄탄하면서 문학적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러다가 올 연말에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를 읽기 시작했다. 어머머머, 도킨스의 이 책 또한 김명남의 번역. 내가 2년여동안 도킨스와 윌슨 책 번갈아 가며 읽고 있지만, 도킨스의 책 중에서 이 <지상 최대의 쇼>야말로 가장 술술 막힘 없이 잘 읽히는 책이라 장담한다. 이러면 눈에 안 띄고는 못 배기는 법이다. 읽는 족족히 쉽게 읽히고 좋은 문장을 만났는데 어찌 눈에 안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이쯤되면 내가 과학책을 많이 읽어서 쉬운 게 아니라 번역이 잘 되서 쉽게 읽히는 것이 된다. 도킨스가 누구냐? 놀라울 정도의 뛰어난 아이디어로 어려운 책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과학자 아니던가. <이기적 유전자>나 <무지개를 풀며>를 무한반복하여 읽고 있지만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여하튼, 존나 어렵다. 3/1 남겨 놓고 있지만, 뛰어난 번역가들 만나서 그런지 도킨스의 글이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다. 진화에 관심 있는 분, 이 책으로 먼저 시작하시라. 이 책이 좀 가격이 쎄고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저 위의 <내 안의 물고기>도 괘~안찮다. 이 책은 분량이 많아서 애를 먹긴 하지만 번역만은 다른 여타의 도킨스의 책보다 백배 천배 만배 낫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듣보잡한 말이야, 라든가 에잇, 원서를 읽는게 낫겠어!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는다. 도킨스가 왠 일로 이렇게 쉽게 썼지?!라고 생각했다면 다 이게 다 이해하기 쉽게 쓴 번역가의 덕이다. 그리고 다음부터 도킨스의 작품은 죄다 김명남씨에게 번역하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최고의 번역이 되어 나왔다. 이러니, 잘된 번역, 원서 전혀 안 부러울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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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09-12-28 20:25   좋아요 0 | URL
즐거운 책 읽기에 폭 빠져 계시군요. 전 아직 이런류의 책엔 특별히 손이 가지 않은데~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는 워낙에 입소문이 세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찰라! 이쪽으론 번역자를 잘 모르는데 김명남. 기억해봅니다^^
애들 방학이라 꼼짝마 하고 계시겠어요. 저도 낼부터 애들 방학들어가네요.ㅜㅜ

기억의집 2009-12-29 19:50   좋아요 0 | URL
애들이 크니깐 지들끼리 알아서 노는데.... 낮에는 주로 친정집에 가 있으니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요즘 이상하게 엄마가 쓸쓸해 하시네요. 쓸쓸해하는 모습 안타까워서 거의 낮시간대에는 엄마네 있다보니 하루가 금방 가요^^
근데 진화책은 아이들에게 읽어볼 게 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전 주로 큰 애 책은 진화쪽으로 관심이 가더라구요.
새해 인사 문자 보냈는데, 잘 받았는지.... ^^

희망으로 2009-12-29 22:53   좋아요 0 | URL
어제 친정엄마 전화해서 신세 한탄조의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더니 좀 속이 풀린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전 친정 멀다는 이유로 또 근래에는 교리받는단 이유로 가지도 못해 죄송한 맘....친정 식구들이 가까이 살면 좋겠단 생각 만이 해요. 무엇보다 함께 시간을 하는게 효도인거 같아요.

기억의집 2009-12-30 09:50   좋아요 0 | URL
희망님, 친정엄마한테 전화라도 자주 하세요. 나이 들면 외롭긴 외로운가 봐요. 울 엄마도 상당히 활기찬 사람인데..요즘 축 쳐져 있더라구요. 근데 그게 참 잘 안되죠! 살기 바뻐서..ㅠㅠ(<--- 이 모양은 딱 두개가 어울리는 거 아세요? 몇 개 집어 넣으면 이상하게 발란스가 안 맞아요^^)

2009-12-30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10-01-01 14:59   좋아요 0 | URL
저도 김명남씨 번역 무척 좋아합니다. 일렉트릭 유니버스 읽으면서....문장을 특별히 자르거나 다듬지 않으면서 (만연체는 만연체대로 살리면서) 원서의 영어식 감칠맛을 정말 잘 살려냈구나...싶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왓슨의 자서전은 오래전부터 보관함에 들어있던 책이고...도킨스의 새 책은...밀린 도킨스책들 다 읽은 후에 사야지...그러고 있던 참인데...^^ 기억의집님 페이퍼보니 두 권 모두 주문 누르고 싶은 충동이 샘솟네요^^


기억의집 2010-01-04 10:00   좋아요 0 | URL
일렉트릭 유니버스, 재밌죠. 보더니스가 원체 글솜씨가 빼어나더라구요. 전 과학소설이 이렇게 잘 읽혀, 감탄하면서 재밌게 읽은 책이었어요.

김명남씨가 그런 스탈의 번역가였군요. 저도 간혹 어.쩌.다 영어원서도 읽는데, 관계대명사나 앤드로 이어진 만연체 문장 만나면 목 졸라 죽여버리고 싶어요. 그럼과 동시에 관계대명사란 것이 혹시 겉으로 보기엔 언어표현의 확장이지만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한답니다. 만연체의 문장을 쉽게 통합해 내기가 힘들죠!

지르심이 어떨지...^^

이네파벨 2010-01-01 15:04   좋아요 0 | URL
제임스왓슨은...그야말로 지루하지 않은 사람...재기넘치고 자기 PR에도 능한 현대사회에서 각광받을 캐릭터이긴 한데...약간 재승박덕한 면이 없지않을 듯한 느낌을 풍기죠....?

저는 프랜시스 크릭에 관심이 많아요. 왓슨은 DNA 이중나선 구조의 상징인물로서 이후의 분자생물학, 생명공학의 붐을 타고 평생 그 명성을 누리고 또 누린 반면...크릭은 곧 '뇌와 의식'이라는 다른 연구분야로 옮겨가 남은 평생을 이 분야를 사색하고 연구하는데 바쳤죠.

프랜시스 크릭이 국내 출판계에서는 특히나 저평가된 느낌인데...

제가 과학책을 번역하다보니 기획쪽도 관심이 있어...크릭의 전기를 국내 소개하자고 출판사에 몇번 제안했는데...(과학자 평전이 그리 수지가 맞지는 않는 편이랍니다. 대개 엄청 두껍다보니 제작비는 많이 들고...수요는 제한적이고..) 얼마전 마지막으로 알아보니 어느 출판사에선가 이미 번역 들어갔다고 하네요. 나오면 꼭 사보려고요. 매트 리들리가 쓴 책이니...최.고.일 겁니다.

기억의집 2010-01-04 11:49   좋아요 0 | URL
왓슨전기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경박스러워요. 인종적인 발언도 서슴치않고.. 나중엔 그거 때문에 사임도 했다지만, 크릭을 만난 것이 이 사람한테는 인생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어요. 윌슨의 자서전,<자연주의자> 읽었을 때 왓슨과의 관계에 대해 잠시 언급이 되어 나오는데, 민망스러울 정도로 거만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과학행정가로서 명성을 날린만큼 정치적이었던 사람이었고요. 그것에 비하면 크릭은 이네파벨님 말씀처럼 저평가 된 거 같아요. 크릭의 자서전이 우리나라에 나왔다는 말은 못 들었거든요. 로잘린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어떤 책에선가 크릭을 먼 발치에서 만나, 동경같은 맘이 솟았다라는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크릭의 시선으로 dna모형을 발견할 때의 에피소드도 느껴보고 싶더라구요. 메트 리들리가 크릭의 평전을 썼군요. 굉장하겠는데요. 메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읽었는데, 어렵긴 해도 가독이 가능했어요^^

전호인 2010-01-05 09:5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처음 방문합니다.
이글이 다음블로거 튜스 특종 10에 선정이 되셨네요
추카추카^*^
새해에도 행복하시길...

기억의집 2010-01-05 10: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복 엄청 받은 기분이에요^^
전호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The Night Before Christmas (Hardcover)
Moore, Clement Clarke / Alfred a Knopf Inc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받아 보고 적지 않이 놀랬다. 크리스마스의 전날 밤의 떠들썩한 설레임이나 부산함이 없다. silent night 이란 노래처럼 정적만이 감쌀 뿐이다.  등장인물이 잠자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 모습(게다가 잠잘 때 쓰는 모자만 묘사되어 있을 뿐 아이들이 어떤 선물을 받을까하는 행복한 얼굴 표정도 그려져 있지 않다)과 산타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니타 노벨의 평소 작품 경향을 봤을 때, 다분히 그녀다운 모습이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작품 해석은 너무나 징하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그나마 그녀의 그림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 한마리만 첫 이미지에 그려 놓았다. 그리곤 정적을 감싸고 있는 사물과 산타만을 그렸는데, 무뚝뚝한 느낌이다. 메릿 앵겔브렛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같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을 보다가 애니타 노벨의 내면적인 혹은 경건한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대한 묘사는 당혹스럽다. 혹 실제 그녀의 실제 성격도 조용하고 고지식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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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09-12-2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전날밤의 엄숙함보다는 왁자지껄 한 분위기에 익숙해서 이런 적막은 적응이 쉽지 않겠는걸요. 다른 작품들도 대체적으로 차분한 편인가보죠~ 기억의집님 댁엔 이번주내내 크리스마스 관련책이 쌓여있겠네요.^^

기억의집 2009-12-23 11:30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쌓아놓기만 하고 올리기만 힘드네요. 요즘 딸애가 아파서...신경이 쓰여요. 오늘은 괜찮은 거 같은데, 딸애 아프면 맘이 편치 않아요. 게다가 어제 또 안경 잃어버려서 엄청 혼냈는데... ^^//크리스마스 전날밤은 작가들의 해석이 저마다 달라서... 애니타나 드파올라처럼 경건한 크리슴스 전날 밤을 그리지만 엥겔브렛같은 사람들은 경쾌하고 왁자지껄하게 해석하더라구요. 이런 작가들마다의 다른 해석 보면 재밌어요^^
 
The Night Before Christmas (Paperback, Special)
Moore, Clement Clarke / Little Brown & Co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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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긴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탸사 튜더의 삶에 공감하지 않는다(풋, 21세기에 19세기 삶이라니!). 게다가 그녀의 그림책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는 주제의 그림책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돈들여가며 굳이 그녀의 그림책을 사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그림엔 임팩트도 없고 놀라울 정도의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녀에게는, 말 그대로 글을 보조하는 단순 기능인 일러스트 재능만 타고 났다. 그녀의 일러스트는 글을 압도하지 못한다. 그녀의 그림은 글을 뛰어넘거나 반항할 수 있는 똥고집보다는 타고난 순종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녀가 다른 일러스트보다도 더 많은 삶을 살았음에도 그림책의 대가가 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틀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던 19세기주의적인 순종주의에 있다. 그림책은 단순히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라는 정의의 수준을 한단계 높인 사람은 모리스 센닥이었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튜더와 같은 수준의 그림책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그녀를 뛰어난 작가라기보다는 평범한 작가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녀의 자연주의 홈메이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녀를 기억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자신의 일러스트도 그 책들의 부록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의 살림 방식 그대로 묻어난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게 느끼거나 고지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뛰어난 그림책 대가가 될 수 없었던 이유가 그래서 19세기 삶을 고집했던 그녀의 일러스트는 젊었을 때 보여준 일러스트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경탄을 자아낼지언정 그녀의 일러스트 삶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녀의 삶은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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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09-12-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의 이전 책보다 이 책은 나은 것 같은데요~ 시원스럽고 솔직한 글, 그래서 제가 기억의 집님 좋아하잖아요.

기억의집 2009-12-18 20:17   좋아요 0 | URL
좀 낫긴 해요. 완전 웃긴건 전 산타가 무슨 산적처럼 묘사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대체로 좋은 그림책 작가는 어느 부분에선 클로즈업을 할지, 롱숏을 할지, 미디엄 숏을 할지 잘 알거든요. 튜더는 진짜 그런 면에선 꽝이에요. 클로즈업으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잘 그리는 작가도 있는데, 튜더는 그런 면에선 좀 아닌 거 같아요.// 아, 오늘 첫 매직날이어서 그런지 허리가 유난히 아프네요. 흑흑 전 오늘도 냉이 된장국! 연속 나흘째라우^^ 울 남편의 반응이 기대되요!

푸른서재 2019-01-0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구입하러 들어왔다 리뷰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쓰신글에 많은 부분공감하며 읽었습니다1962년 처음 출간되고 1975년 1999년 다시 그려져 출간된 이책은 타샤가 84살이 되던해 나온책이죠.타샤 스스로도 그림은 밥벌이 수단이였다고 말할 만큼 그림에 대한 애정은 그녀의 정원에 대한 열정에 한참 못미쳤던 것 같습니다..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라는 타샤의 마지막 작품속 섭화는 들여다 보기 안타까울만큼 허술하답니다. 연필로 그린 그림 속 간판에 글자도 물감으로 맞추어 쓰지 못해 두겹으로 보이고 잘못써서 덧 쓴 글자도 그대로 인쇄 됐지요.

푸른서재 2019-01-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의 모습이 그런 것은 지금처럼 빨간옷을 입은 인상 좋은 할아버지 산타는 1931년 코카콜라에서 만든 상업적인 이미지 라는것...원래 산타의 전설은 4세기 터기 에 살던 키가 큰 성직자 성니콜라우스로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나쁜아이에게는 벌을 주던 사람으로 그려졌기 때문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1915년 태어난 타샤가 어린시절 생각 했던 산타는 저런 모습이였겠지요. 제가 가진 타샤의 삽화책 세라 이야기는 초판 30쇄 발행일 2012년 11월 15일입니다. 1쇄 최소 2000부 라면... 지금도 팔리고 있군요. 지난달에는 타샤의 계절이라는 책이 다시 나오기도 했죠. 이건 타샤가 태어난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삽화가 또는 동화 작가 타샤의 현황이겠지요. .

기억의집 2019-01-06 11:25   좋아요 0 | URL
민트야님 반갑습니다. 제가 일 다니다보니 거의 여기 서재를 방치하고 있는데, 거의 안 들어오고 있거든요. 근데 이렇게 관심 가져 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하네요. 님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제 글 읽었는데... 낯설어요. 제가 쓴 글이지만... 이 글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글을 못되게 썼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드니 책을 대하는 태도, 책을 읽는 시선도 변하네요. 왜 이렇게 야박하게 썼는지.... 아마 타샤의 시절에는 저럴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저는 애들이 다 커서 이제는 그림책을 예전만큼 들여다보진 않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은 설레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푸른서재 2019-01-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일러스트의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며... 알라딘에 조차 올라 오지 않은 사진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9-01-06 11:28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아주 오랜만에 댓글이 달리니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이제 일년에 한번 그림책 살까말까할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민트야님덕에 다시 그림책 들춰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억의집 2019-01-06 11:36   좋아요 0 | URL
성공한 일러스트... 꽤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인스타에서 여전히 어린이그림책 도전하는 분들의 그림이 올라오는 인스타 팔로우에서 받아보는데, 최근에 jane newland 라는 분의 그림을 발견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요. 뭐랄까, 이 분은 최상의 그림은 아니지만 누구나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구나 싶어요. 성공도 여러 단계가 나눠져서 에릭 칼 같은 그림이나 이야기가 최상의 작가가 있는 반면에 방금 언급한 제인 뉴랜드처럼 보편적인 이쁨의 그림정도의 일러스트레이터만 돼도 성공 아닐까 싶어요. 저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색채가 있는 작가가 제일 멋있더라구요~ 말이 길어졌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 (School & Library)
Moore, Clement Clarke / Candlewick Pr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클레맨트 무어의 시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일러스트 작업을 한 맷 타바레스는 이 책의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뉴욕의 Troy Sentinel이라는 지방도시의 한 신문에, 1823년 12월 "Account of a visit from St. Nicholas"라는 익명자의 시가 실렸다.  처음으로 수 많은 미국의 아이들이 St. Nicholsa라는 이름을 들었다. 시 속의 아이들처럼, 아이들은 벽난로에 양말을 매달면 무슨 일이 일어날게 될 지 궁금해졌으며 크리스마스 전날 밤 아이들은 벽난로에 양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급속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며, 그 후 St. Nicholas 또는 산타 클로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1844년 클레멘트 무어라는 사람이 Account of a visit from St. Nicholas라는 시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그 이후, 많은 학자들간 논란이 되어 왔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 시가 클레멘트 무어의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목은 이 시의 첫구절, 크리스마스 전날 밤으로 바꿔졌으며  수 많은 편집자들에 의해 원작과 다르게 변화되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이 작품의 제목을 산타의 사슴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는 1823년 12월, 뉴욕의 Troy Sentinel이라는 지방도시의 한 신문에  "Account of a visit from St. Nicholas"라는 제목으로 익명으로 실렸다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까지 우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는 시가 클레멘트 무어의 시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일러스트 작가 맷 타바레스는 이 시가  클레멘트 무어의 시가 아니라는 역사적 사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맷 타바레스는 이 작품 어디에도 이 시가 클레멘트 무어의 시라고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의 커버에도 일러스트 맷 타바레스와 함께 익명인이라고 씌여져 있을 뿐이다(검색에는 클레멘트 무어,라고 검색되지만, 책 커버에는 클레멘트 무어라는 씌여져 있지 않다). 클레멘트 무어의 부정함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강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돋보인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일러스트가 대체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것에 비해 맷 타바레스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시도를 했다. 바로 올흑백만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상당히 세밀하고 직선적인 심플한 느낌이 받는다. 좀 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좀 더 신선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고나 할까. 

 

 















실제 서구의 흑백 일러스트는 인공적인 조명감이 느껴진다. 이 책도 그런 조명 특히나 하이라이트같은 느낌이 나는데, 우리의 흑백 일러스트가 흑을 강조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빛효과를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일러스트 보면서 알스버그의 흑백 일러스트가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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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09-12-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 그림책이라고 화려함을 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니죠. 말씀대로 하이라이트 느낌을 잘 살리면 흑백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거죠. 원서 그림책 정말 탐나요. 아무래도 가격이 만만치 않겠죠^^

기억의집 2009-12-18 20:13   좋아요 0 | URL
저도 싼데 찾아다녀서... 저도 한 주제별로 모으는데, 이 책은 구하고 나서 좀 뿌듯한 책이었어요. 저런 에피소드도 나오고... 우리나라 번역서는 작가노트도 잘 소개하지 않는데 원서에 저런게 있으면 기분 좋아요. 가격, 만만치 않긴 하지만...희망님, 저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니잖아요^^ 옷 대신 책!

다락방 2009-12-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스버그를 잘 모르는데, 일전에 기억의집님과 마노아님이 서로 대화하시는걸 보았었거든요. 그때 리뷰 올리신것도. 그래서 지금 이 사진 보는데 저도 알스버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슷해요. 그리고 비슷하든 아니든 그걸 떠나서 위에서 세번째 사진, 누워서 잠자는 얼굴이요, 그 그림 무척 좋아요!

기억의집 2009-12-23 11:27   좋아요 0 | URL
애들은 잠잘 때가 젤 이뻐요^^ 알스버그 비슷하지요. 근데 흑백이 환상적이다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은 알스버그 쪽이에요. 대단한 작가지요. 지금은 나이가 있어 활동을 하지 않지만....그도 벌써 70이 다 되어가더라구요^^
 
The Night Before Christmas: A Magical Cut-Paper Edition [With Pop-Up Finale] (Hardcover) 크리스마스 테마 팝업북 컬렉션 3
Moore, Clement Clarke / Candlewick Pr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Niroot Puttapipat 라는 그림책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책 날개에 소개된 그의 이력을 보면, Lan Na- Thai공주의 손자로, 타일랜드에서 성장했다. 평생 예술과 문학에 관심을 보이며 <브레맨 음악대>와 <용의 알>이라는 작품의 일러스트을 담당했다. 그는 킹스턴 유니버스티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런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이 그의 첫번째 컷 페이퍼 작품이라고.  

내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흑백 일러스트는 두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이 그 중의 한권이다. 이 책은 완전한 흑백이라고 할 수 없지만, 거의 모든 장면이 흑백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림을 정중앙에 배치해서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그림이 한 눈에 들어와 시원한 느낌이 들며, 군더기기 배경 화면이 없다. 상당히 심플하면서 라인이 가늘어서 그런지 디테일이 세밀하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다.















마지막 장면은 펼칠 때 팝업 북 처럼 그림이 세워진다. 흑백의 묘사와 심플함이 상당히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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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
일부 칼라를 넣은 점도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마음이 배시시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좋아요^^

기억의집 2009-12-16 11:00   좋아요 0 | URL
이거 웬디북에서 예전에 샀는데 요즘은 웬디북 책이 별로 인 거 같아요. 리더스용 원서가 많이 들어오죠! 예전엔 아트북도 제법 많더니만.... 웬디북도 변하나봐요^^ 흑흑 글구 저 책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플하고 이쁘더라구요^^

희망으로 2009-12-1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 그림책은 세밀함이 더 요구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 정말 멋진데요^^

기억의집 2009-12-16 11:02   좋아요 0 | URL
실제 저 장면이 싸악 올라오면 더 이뻐요. 사진으론 평면으로밖에 안 되서!! 희망님 어젠 진짜 미안했어요. 애아빠가 너무 아파서(계속되는 술모임때문인지 된통 체한거더라구요^^)... 약속도 못하고. 어젠 하루종일 컴도 안 들어오고 책만 읽었어요^^ 미미의 외딴집 거의 끝나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