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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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작년이던가. 여름이 되기전에, 딸아이랑 같이 아들을 기다리기 위해 학교 근처 아파트주변에서 서성이다가 딸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연필을 나누어주던 씽크빅인가 뭔가 하는 학습지 교사가 전해주던 연필을 받아 예의상 잠깐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가려고 뒤돌아 집으로 가려는 순간, 딸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허둥지둥 주변을 훑어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지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들애한테 그 자리에서 가만이 있으라고 하고는 아파트단지 안을 아이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 아무리 큰 소리로 딸아이 이름을 불러보아도 울리는 것은 내 목소리뿐.. 엄마, 나 여깄어,하는 아이의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숨바꼭질 놀이였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 넓은 아파트를 30분동안 헤매는 동안, 미친 듯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이를 못 찾으면 어떻하나하는 생각에 울음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한 순간순간이 머리속에서 휙휙 지나가면서 가슴이 터져 버리고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눈물로 시야가 보이지 않고 울부짖을 때, 울고 있는 딸아이를 발견하였다. 딸아이를 본 순간, 마음 속에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이눔의 기집애야, 어디 갔었어라며 소리를 꿱 질렀버렸다. 아이를 보자마자 화가 솟구쳐 오른 것이다. 본심은 다행이었을지 몰라도 한순간 애 태운, 아이의 지멋대로한 한 행동에 대한 감정이 복받혀 오른 것이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동네 요쿠르트 아줌마가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 주려고 달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업고 큰 애한테 갔다. 아이를 업고 큰 애가 있는 아파트 후문까지 걸어가면서, 천만다행인 이 순간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 얼마 되지도 않았던 30분도 피가 마르는데, 아이를 잃고 사는 사람들은 아이의 생사여부로 인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의 죽음만으로도 절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실종으로 그 아이의 생사여부조차 모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아이가 살아있다는 실날같은 희망만이 그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난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나를 찾아 헤메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몹쓸 짓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따스한 밥은 먹고 사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생활을 평생동안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인 그들을 생각하면 나 또한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차라리 아이의 죽음은 매듭을 짓기라도 하지만 아이의 실종은 언제나 이어져야 하니깐.  

뮈소의 이번 작품은 재미면에서 대박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하지만, 주제와 이야기의 결말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힘들었다. 제 3의 관점에서 읽어야하는데,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서 그런가.

만약에 나에게 이 책의 주인공 마크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난 결코 극복하지 못 할 것이다. 내가 죄책감과 고통 그리고 끝을 모르는 절망 속에서 나날을 보내질데, 어찌 아이를 데려간 사람을 용서할 수 있으리오. 난 절대로 그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아이와 보낸 행복했던 추억의 날들이 있기에 더욱더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리라. 어쩌면 내가 죽는 날, 그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있고 극복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ps- 기욤, 당신 무늬만 프랑스인지. 미국 영화와 팝음식을 넘 많이 보고 들었어. 이제 프랑스적인 글쓰기는 볼 수 없는 거야. 난 무슨 미국작가 쓴 소설 읽는 줄 알았다니깐. 흡입력은 만땅이고 구성은 영화적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니깐. 이게 세계화야.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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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욤 책 한권 읽고 나서 이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이해불가 였어요. 한국에서만 잘팔리는 기이한 현상인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4-28 14: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 책 이외에는 기욤 절대로 읽지 않아요. 프랑스아마존도 들어가 봤는데 인기는 제법 있는 거 같던데, 영어로 쓰면 미국대중문학 작가인 줄 알거에요^^
 
작은 전나무 - 안데르센 명작 동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상헌 옮김, 마르크 부타방 그림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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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이 샤롤 페로나 그림형제의 동화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음...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구요. 혹 그럼 생각해보신 적은 있나요. 만약에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질문을 달리 해볼께요. 이들 세 작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바보야, 세계적인 유명한 동화작가들이잖아. 딩동댕동.  

일단 갈라보죠. 그들의 차이점을 말이죠. 샤롤 페로나 그림 형제가 낸 작품집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입으로 전해내려 온 구전 설화나 민담을 수집해서 낸 것이지만 안데르센의 작품의 경우는, 순수창작물이라는 점이 페로와 그림형제의 동화를 갈라 놓는 가장 큰 차이점일 것입니다. 우리가 안데르센을 페로나 그림형제와 묶어 놓는 경우는 그의 작품들이 100년 이상 입으로, 책으로 한 세대와 다음세대를 이어주고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구전동화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공전의 히트를 한 부작용이죠. 말이 공전의 히트지 안데르센만큼 자신의 창작물이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읽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세익스피어가 있다구요. 정말 그럴까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이야기가 몇 개나 될까요.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눈의 여왕 또또또 뭐 있을까요. 130여개나 되는 그의 작품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합니다. 몇 개의 작품만이 우리 입에 오르내리며 그를 동화의 절대강자로 알고 있는 것뿐이죠. 

저도 솔직히 그의 작품을 완전히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는 그림책분야에 흥미가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안데르센을 원작으로 하는 그림책이 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그의 이야기가 지닌 보편성도 한 몫 했겠지만,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서, 그림책 분야가 어느 시대보다도 더욱더 활발해지면서, 자기가 어렸을 때 듣던 안데르센 이야기를 자신의 터치로 그림책을 만들어 내면서 안데르센은 더욱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작가가 된 것이겠죠. 어쩜 이 그림책은 다음 세대와 이어주고 전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통 분모가 되겠죠. 

안데르센의 작품중에서 덜 알려진 <눈의 여왕>이라고 알고 계신가요.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림책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발간된 눈의여왕은 웅진 주니어에서 나온 키릴 첼루슈킨과 어린이 작가정신에서 나온 P.J. 린치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지는 않았지만  Vladylav Yeko가 그린 <눈의 여왕>이 있습니다. 아마 이 세명의 그림작가는 어린 시절의 누군가로부터, 아니면 책에서 눈의 여왕을 듣거나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가들은 성인이 되서 자신의 터치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재해석함으로써 각기 다른 눈의 여왕이 탄생함과 동시에 이 책을 읽은 어린독자는 또한 성인이 되어 어린시절에 본 이들 작가가 그린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다시 자기 스타일로 해석함으로써, 매체가 무엇이든지간에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후대로 영원히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겠죠.  

(여커라고 읽어야하나요. 그의 눈의 여왕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눈의 여왕이 두권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섬세하고 화려한 일러스트에 반해 구입하게 되었지요)

<작은 전나무>의 경우, 몇몇의 작가들이 그림책으로 내 놓긴 했지만 그다지 유명한 작품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안데르센의 <작은 전나무>가 그림책으로 나온 경우는 이 작품 마르크 부타방의 그림이 유일무이한 버젼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데르센의 동화집으로 묶여 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림책으로는 아예 없습니다. 일단 글밥이 많아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10살난 아들하고 이 책 읽었는데, 아들은 현재 가치의 소중함을 모르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다 한 줌의 재로 남겨진 전나무이야기의 의미를 쉽게 받아 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기사 인생 10년 산 놈이 현재를 소중히 여겨라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안데르센할어버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을 턱이 없지요. 한번 더 제가 읽어 주었는데 막판에 다 읽고 엄마, 나 무슨 말인지 진짜 잘 모르겠어,라고 하더라구요. 안데르센의 동화는 끝이 좀 아린, 묘한 씁쓸함과 아이러니가 강한데 이 작품도 현실의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전나무의 비참한 최후라는 점에서, 결코 해피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교훈적이라면 교훈적이지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란다,라는 어느 정도의 사회경험과 나이에 이르러서야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도를 10살짜리 아이가 금방 알아채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현재 지금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여겨라.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니깐. 

부타방의 그림의 색채는 중간톤으로 화려하거나 섬세기보다는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림의 라인은 가늘어 여리여리합니다. 겉표지의 눈 내린 나무가지를 그린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체적으로 싸한 파스스름한 차가운 겨울이라기보다는 실내에서 바라보는 겨울 풍경처럼 따스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크리스마스쯤에서 아이들하고 뜨근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읽어주거나 읽으면, 집안 분위기가 절로 따스해질 정도입니다.  

이 부타방의 <작은 전나무>를 읽고 나서, 언젠가는 이 부타방의 그림을 능가하는 <작은 전나무>의 다른 버젼이 나오겠지요. 그게 우리나라의 작가였으면 합니다. 비록 원작이 안데르센이긴 하지만 그림은 우리나라 작가가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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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된다는 것 - 유명 작가들의 별난 소년 시절 이야기
존 셰르카 엮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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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에서 풍기는 남자가 된다는 것의 어감이 동네 똘마니 불량배들을 만난 것처럼 약간의 두려움과 약간의 경멸을 자아내, 이 책 살까말까 고민 좀 했었다.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처럼 사내는 이래야된다라고 앙팡지게 아들에게 주입하거나 몰아부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다 책을 읽은 죄라면 죄 아니겠는가. 살면서 책하고는 담 쌓은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는 남자가 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책 깨나 읽었다는 나는 아들에게 중성적인 성향을 요구하고 사내라는 말조차 거부감이 드니 말이다.  

예전에 샬롯 졸로트의 <윌리엄의 인형>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데, 윌리엄은 공놀이을 하는 것보다는 인형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 하는 사내아이다. 게이성향이 드러난다고 할까나. 당연히 윌리엄의 아빠로서는 심히 못마땅할 수 밖에. 그는 인형을 갖고 노는 윌리엄을 윽박질러 사내애처럼 키우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그 아이 성향이 있는데 아버지 뜻대로 되간.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윌리엄은 인형을 갖고 놀지 못 하게 되자, 슬픔을 느낀다. 그러자 윌리엄의 할머니가 윌리엄의 아버지를 설득하고 나선다. 어차피 아이가 커서 아버지가 되면, 아기를 돌봐야하지 않겠냐고. 윌리엄이 지금 하는 인형놀이는 나중에 아버지가 되긴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머니가 윌리엄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끝나는 그림책이었는데, 몇 년 전에 이 책 읽었을 때, 그 거부감은 실로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우리 아들애가 5살 무렵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남자아이에게 이런 계집애같은 행위나 샌님같은 행동은, 아무리 유명그림책이지만 받아들여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근게 이게 웬걸! 지금은 남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책제목에 반감이 슬면시 생기니, 이게 뭔 조화여. 학습효과의 성공적인 결과라고 해야하나. 일단 서점에서 책소개를 에는 미국 유명 글쟁이들이 대거 참가하여 쓴 잡문성격이 강한 글이어서 읽어 볼 만 한 것 같았고, 현재 미국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림책 작가들이 글을 쓴 거라서 일단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토요일에 받아 보았는데, 이 책 받고 그 날 하루만에 다 읽어치웠다. 존 셰스카의 주도하에 현재 미국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 편집장 그리고 작가들이 남자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형식에 구애됨 없이 쓴 글들이다. 제목만큼 남자다움을 선언한 글은 대런 샌의 사나이 선언문 정도이다.대부분 자신의 요절복통 어린 시절의 회고담인데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남겨준다. 게중에는 성의 없는 글이 한 두개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 미국 내 미국그림책 작가들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하는 필독책이다. 대체로 그림책 작가들은 토크쇼에 초대되는 법이 없으니깐, 이렇게 책으로 밖에 그들에 대한 어린시절의 정보라든가 에피소들 알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국땅에 앉아 미국내 그림책 세계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우습고 미국내 그림책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잘 모르지만, 그네들의 책이 한권 한권씩 쌓이면서 드는 생각은 미국내 그림책 작가들이 서로 간의 친분 관계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여타의 다른 분야 보다도 확실하고 공동작업등 서로 주고 받은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림책 시장이 워낙 파워을 형성할 만한 세력이 아니어서 눈에 안 뜨는 것 뿐이지, 그림책이라는 공통분모를 매개로 서로간의 이해와 친화력이 그들을 강력하게 묶어놓은 것 같다. 그래서 드는 생각. 존 셰스카와 친한 레인 스미스는 왜 빠진 거지.  

01소년, 남자가 되다, 02맞아, 우리 땐 누구나 그래, 03아빠와 아들만의 이야기, 04상상력이 우릴 구원할거야, 05우릴 미치게 했던 것들 그리고 06꿈은 이렇게 시작됐지 6개의 소제목으로 나눠 작가들이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것. 걸죽한 입담의 소유자 존 셰스카는 다섯형제중 둘째로 자랐으며 <안돼, 데이빗>의 작가 데이빗 섀논은 자신의 작품의 탄생배경을 이야기하고, 우리 딸애가 좋아하는 그림책 <거미와 파리>의 토니 디터리치의 그림책 작가가 된 상상력의 근원지를 이야기하고, 학교 다닐때 부터 반항적인 대니얼 핸들러 등 그림책 작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고 대체로 글들이 재밌어서 일단 읽기 시작하면 놓기 싫어진다. 이 책에 나온 작가들중 아는 사람은 한 1/3정도. 그 밖의 사람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대표작들이 따로 소개되어 있어 참고할 만하다.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글은 잔잔한 감동을 준 데이빗 클래스의 <울아빠>였는데,  독자인 나에게 묘한 여운을 남겨놓을 정도로 작가가 진심으로 이 글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ps- 미국애들은 운동에 미쳐, 책이라면 안 읽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의 글을 보면 한결같이 탄탄한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우리네가 어릴 때부터 논술이네 전집이니 뭐 열심히 시키고 사다 받치는 거에 비하면 펄프픽션이나 잡지 나부랭이나 읽은 애네들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자신만의 문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궁금해. 궁금하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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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8-01-2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는 책들 보면 로알드 달과 퀜틴 블레이크처럼 존 세스카도 레인 스미스랑 짝궁(?)인가 봐요. ^^

기억의집 2008-01-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영엄마님, 반갑습니다^^*
존 세스카 그림책이나 레인 스미스 그림책보면 둘이 친한 것 같던데요. 책을 헌사할 때 누구누구에게 할때 마다 서로에게 헌사한 것을 보고 그리 짐작할 뿐입니다. ㅎㅎㅎ
저야 아영엄마님의 독서 편력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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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우째 내 속을 훌러덩 뒤집어 넣능교

 네 니한테 그 과자 꺼내 먹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나, 엉!

 니가 나한테 과자달라고 하몬 과자 안 주건나

 아까붜라. 이 깨진 그릇 니 어떡할끼여

 

 몸 씻는데 물은 왜 이리 철철 틀어놓능교.

 수도물 값 니가 내나.

 어딜 고추바람으로 나가나,

 이 눔의 시끼, 이리 못 온나.

 내 이제 동네 창피해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니나

 

 좀 조용히 해라 안 칸나.

 밑의 썽질 드러분 할베 올라올대이

 내 이제 그 양반 구질구질하 레퍼토리

 듣고 싶지도 않타

 

 집에서 야구 하지 말라고 했쩨

 집이 놀이터고?

 썩 나가서 놀지 못하건나.

 

 와장창장~

 

 아이고야

 내 몬 살것다.

 네 니한테 하지 말라고 몇 번 말했나 

 니 귓구녕은 장식품으로 달렸지

 우찌 내 말을 거지씨부랑이 말처럼

 안 듣는기여.

 

 내가 니한테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나.

 티비 본다고 뭐라카나

 가슴에 손 얹고 말 좀 해보그래이

  

 내 니한테 암 소리도 안하는 기다

 저기 저 갱냄 아줌씨  자식들 봐봐라

 개네들 아침 몇시에 나가 저녁 몇 시에 들어오는지

 니 양심이란 게 있으면 말 좀 해 보그라.

 

 며칠전부터 일기랑 수학 숙제는

 해 놓고 놀으라고 했제.

 말했나 안 했나.

 니 자꾸 이러면

 내 가만 안 있을기라.

 이눔의 자슥

 뭘 잘 했다고 엄마를 째려보노.

 내 틀린 말 했나

 학생이 공부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니 아무래도

 몇 대 맞아봐야

 정신 차리겠구만

 아이구

 진짜로 니가 밉다. 미워!

 

 ................................

 

 

 하지만 어쩌것노

 니 내 배 안파서 난 짜식인걸

 내 이리 말해도

 내 가슴 한 귀탱이엔

 니를 향한 사랑이

 언제나

 늘

 비어있대이

 

 하지만 어떨 때는 진짜 밉대이.................

 

얌전하기만 한 우리 아이도 한 때 데이빗 같이 저지렛만 치던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지나, 아이가 자라면서 통제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 땐 어질러진 방만 치우면 됐지만 지금은 가슴 속이 꽉 막힌 게 답답하다.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야지하고 마음 속으로 작정하지만, 말 좀 잘 듣고 공부도 잘 했으며 더 바랄 것이 없겠건만. 언제나 내 맘 속의 바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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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패션의 혁명가, 코코 샤넬 역사를 만든 사람들 12
미셸 퓌에크.브리지트 라베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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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때 만해도 위인이라고 하면 전쟁영웅, 정치적 인물 그리고 일상에 혁명을 가져다 준 과학자등 대개 남자들이 위인 반열에 올랐었다. 끽해야 여성 위인을 들라하면 퀴리부인 정도 아니면 신사임당.  

 

요즘 아이들을 위해 발간되는 위인전을 시리즈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떤 특정 분야나 성(gender)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업적을 세운 사람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위인의 스펙트럼을 보여줌으로써 비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섯 수레의 위인 시리즈인 역사를 만든 사람들 12번째 인물은 오늘 날, 많은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명품가운데 하나를 창조해낸 코코 샤넬이다. 평전이나 자서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당연히 코코 샤넬이라는 인물에게 이끌릴 수 밖에. 코코 샤넬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마도 훗날 그녀의 독선적이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란 평은 고아원의 불우한 어린시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차 고아원에서 나온 샤넬은 생트마리 상점에서 봉제일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일이 훗날 그녀의 운명의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봉제일을 하면서도 가수가 되고 싶어 카바레에서 노래을 부르며 인기를 끌어 지금 보다 더 나은 비시라는 도시로 가 노래부르는 일을 하려고 했지만 그 곳에서 인기가 시들해지자 가수일을 그만두고 다시 봉제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카바레에서 만난 에티엔등의 상류층 인사들과 사귀면서,남자들의 일개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하게 알 게 된다. 그녀는 보이라는 남자의 도움으로 모자를 만들어 파는 상점을 갖게 되고, 그 모자가 당시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자 상점은 아이템을 확장시키며 점점 커져간다. 그녀는 모자에만 만족하지 않고 당시 화려하고 장시적인 옷에서, 단순하고 우아한 실용적인 옷(53p)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패션은 당시에는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옷감의 재질도 당시에 사용하지 않는 저지라는 옷감으로 옷을 만들었고 여성이 움직이기 편하고 착용감이 편한한 옷을 만들면서, 당시의 여성들의 실용성과 세계관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녀의 옷은 세계 여성 패션을 바꾸어 놓았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자리잡고 있는 유럽 프랑스에서도 그녀의 옷이 인기를 끌긴 했지만 바다 건너 미국내에서의 그녀의 패션에 열광이 그녀를 확고한 패션계의 총아로 만들었지 않나 싶다.

 

지금 우리들이야 옷을 맘껏 편하게 입고 지내지만, 20세기 초반만 해도 여성은  남자들에게 장식적인 액서사리와 다름없었다. 그런 장식성에서 탈피하여 여자가 여성만의 일을 갖고 편안하게 활동하며서 자유를 누리게 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20세기 낳은 혁명적인 여성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샤넬이 가져온 여성상의 혁명이 가져온 결과적인 시대상도 어느정도 설명해주었으면 했는데, 샤넬의 일대기만 전반적으로 갼락하게 그렸다는 것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들이 위인을 인식하고 비젼을 갖는 나이가 몇살 부터일까. 이 책 읽으며서 아이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구성하는 인물들에게 서서히 관심을 갖고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세계와 꿈을 갖고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이 책은 위인전으로 역활을 톡톡히 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도 빠르고 세계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빨라, 이 정도의 위인전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인 내가 읽기엔 이 책은 또 다른 그녀의 평전으로 이끌고, 어린 아이들에게 이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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