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이던가. 여름이 되기전에, 딸아이랑 같이 아들을 기다리기 위해 학교 근처 아파트주변에서 서성이다가 딸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연필을 나누어주던 씽크빅인가 뭔가 하는 학습지 교사가 전해주던 연필을 받아 예의상 잠깐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가려고 뒤돌아 집으로 가려는 순간, 딸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허둥지둥 주변을 훑어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지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들애한테 그 자리에서 가만이 있으라고 하고는 아파트단지 안을 아이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 아무리 큰 소리로 딸아이 이름을 불러보아도 울리는 것은 내 목소리뿐.. 엄마, 나 여깄어,하는 아이의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숨바꼭질 놀이였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 넓은 아파트를 30분동안 헤매는 동안, 미친 듯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이를 못 찾으면 어떻하나하는 생각에 울음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한 순간순간이 머리속에서 휙휙 지나가면서 가슴이 터져 버리고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눈물로 시야가 보이지 않고 울부짖을 때, 울고 있는 딸아이를 발견하였다. 딸아이를 본 순간, 마음 속에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이눔의 기집애야, 어디 갔었어라며 소리를 꿱 질렀버렸다. 아이를 보자마자 화가 솟구쳐 오른 것이다. 본심은 다행이었을지 몰라도 한순간 애 태운, 아이의 지멋대로한 한 행동에 대한 감정이 복받혀 오른 것이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동네 요쿠르트 아줌마가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 주려고 달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업고 큰 애한테 갔다. 아이를 업고 큰 애가 있는 아파트 후문까지 걸어가면서, 천만다행인 이 순간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 얼마 되지도 않았던 30분도 피가 마르는데, 아이를 잃고 사는 사람들은 아이의 생사여부로 인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의 죽음만으로도 절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실종으로 그 아이의 생사여부조차 모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아이가 살아있다는 실날같은 희망만이 그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난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나를 찾아 헤메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몹쓸 짓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따스한 밥은 먹고 사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생활을 평생동안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인 그들을 생각하면 나 또한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차라리 아이의 죽음은 매듭을 짓기라도 하지만 아이의 실종은 언제나 이어져야 하니깐.  

뮈소의 이번 작품은 재미면에서 대박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하지만, 주제와 이야기의 결말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힘들었다. 제 3의 관점에서 읽어야하는데,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서 그런가.

만약에 나에게 이 책의 주인공 마크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난 결코 극복하지 못 할 것이다. 내가 죄책감과 고통 그리고 끝을 모르는 절망 속에서 나날을 보내질데, 어찌 아이를 데려간 사람을 용서할 수 있으리오. 난 절대로 그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아이와 보낸 행복했던 추억의 날들이 있기에 더욱더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리라. 어쩌면 내가 죽는 날, 그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있고 극복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ps- 기욤, 당신 무늬만 프랑스인지. 미국 영화와 팝음식을 넘 많이 보고 들었어. 이제 프랑스적인 글쓰기는 볼 수 없는 거야. 난 무슨 미국작가 쓴 소설 읽는 줄 알았다니깐. 흡입력은 만땅이고 구성은 영화적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니깐. 이게 세계화야. 그런거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10-04-2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욤 책 한권 읽고 나서 이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이해불가 였어요. 한국에서만 잘팔리는 기이한 현상인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4-28 14: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 책 이외에는 기욤 절대로 읽지 않아요. 프랑스아마존도 들어가 봤는데 인기는 제법 있는 거 같던데, 영어로 쓰면 미국대중문학 작가인 줄 알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