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나무 - 안데르센 명작 동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상헌 옮김, 마르크 부타방 그림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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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이 샤롤 페로나 그림형제의 동화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음...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구요. 혹 그럼 생각해보신 적은 있나요. 만약에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질문을 달리 해볼께요. 이들 세 작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바보야, 세계적인 유명한 동화작가들이잖아. 딩동댕동.  

일단 갈라보죠. 그들의 차이점을 말이죠. 샤롤 페로나 그림 형제가 낸 작품집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입으로 전해내려 온 구전 설화나 민담을 수집해서 낸 것이지만 안데르센의 작품의 경우는, 순수창작물이라는 점이 페로와 그림형제의 동화를 갈라 놓는 가장 큰 차이점일 것입니다. 우리가 안데르센을 페로나 그림형제와 묶어 놓는 경우는 그의 작품들이 100년 이상 입으로, 책으로 한 세대와 다음세대를 이어주고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구전동화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공전의 히트를 한 부작용이죠. 말이 공전의 히트지 안데르센만큼 자신의 창작물이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읽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세익스피어가 있다구요. 정말 그럴까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이야기가 몇 개나 될까요.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눈의 여왕 또또또 뭐 있을까요. 130여개나 되는 그의 작품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합니다. 몇 개의 작품만이 우리 입에 오르내리며 그를 동화의 절대강자로 알고 있는 것뿐이죠. 

저도 솔직히 그의 작품을 완전히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는 그림책분야에 흥미가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안데르센을 원작으로 하는 그림책이 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그의 이야기가 지닌 보편성도 한 몫 했겠지만,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서, 그림책 분야가 어느 시대보다도 더욱더 활발해지면서, 자기가 어렸을 때 듣던 안데르센 이야기를 자신의 터치로 그림책을 만들어 내면서 안데르센은 더욱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작가가 된 것이겠죠. 어쩜 이 그림책은 다음 세대와 이어주고 전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통 분모가 되겠죠. 

안데르센의 작품중에서 덜 알려진 <눈의 여왕>이라고 알고 계신가요.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림책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발간된 눈의여왕은 웅진 주니어에서 나온 키릴 첼루슈킨과 어린이 작가정신에서 나온 P.J. 린치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지는 않았지만  Vladylav Yeko가 그린 <눈의 여왕>이 있습니다. 아마 이 세명의 그림작가는 어린 시절의 누군가로부터, 아니면 책에서 눈의 여왕을 듣거나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가들은 성인이 되서 자신의 터치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재해석함으로써 각기 다른 눈의 여왕이 탄생함과 동시에 이 책을 읽은 어린독자는 또한 성인이 되어 어린시절에 본 이들 작가가 그린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다시 자기 스타일로 해석함으로써, 매체가 무엇이든지간에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후대로 영원히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겠죠.  

(여커라고 읽어야하나요. 그의 눈의 여왕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눈의 여왕이 두권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섬세하고 화려한 일러스트에 반해 구입하게 되었지요)

<작은 전나무>의 경우, 몇몇의 작가들이 그림책으로 내 놓긴 했지만 그다지 유명한 작품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안데르센의 <작은 전나무>가 그림책으로 나온 경우는 이 작품 마르크 부타방의 그림이 유일무이한 버젼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데르센의 동화집으로 묶여 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림책으로는 아예 없습니다. 일단 글밥이 많아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10살난 아들하고 이 책 읽었는데, 아들은 현재 가치의 소중함을 모르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다 한 줌의 재로 남겨진 전나무이야기의 의미를 쉽게 받아 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기사 인생 10년 산 놈이 현재를 소중히 여겨라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안데르센할어버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을 턱이 없지요. 한번 더 제가 읽어 주었는데 막판에 다 읽고 엄마, 나 무슨 말인지 진짜 잘 모르겠어,라고 하더라구요. 안데르센의 동화는 끝이 좀 아린, 묘한 씁쓸함과 아이러니가 강한데 이 작품도 현실의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전나무의 비참한 최후라는 점에서, 결코 해피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교훈적이라면 교훈적이지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란다,라는 어느 정도의 사회경험과 나이에 이르러서야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도를 10살짜리 아이가 금방 알아채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현재 지금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여겨라.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니깐. 

부타방의 그림의 색채는 중간톤으로 화려하거나 섬세기보다는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림의 라인은 가늘어 여리여리합니다. 겉표지의 눈 내린 나무가지를 그린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체적으로 싸한 파스스름한 차가운 겨울이라기보다는 실내에서 바라보는 겨울 풍경처럼 따스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크리스마스쯤에서 아이들하고 뜨근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읽어주거나 읽으면, 집안 분위기가 절로 따스해질 정도입니다.  

이 부타방의 <작은 전나무>를 읽고 나서, 언젠가는 이 부타방의 그림을 능가하는 <작은 전나무>의 다른 버젼이 나오겠지요. 그게 우리나라의 작가였으면 합니다. 비록 원작이 안데르센이긴 하지만 그림은 우리나라 작가가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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