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동안 모자란 공부 좀 하라고 생지랄을 떨었건만,
엄마가 지랄을 떨던말던,
우리집 남매는 게임으로 초저렴우애를 다지며 방학 을 보냈다.
게임 할 시간에 책(심지어 만화책이라도) 좀 들여다 보면 좋겠건만.....
우리집에서 더운 여름 땀 뻘뻘 흘리며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책 읽은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전자책으로 구입한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인데 알라딘 이북이 새로워졌다. 이북의 리모델링이라고 해야하나. 이 전의 알라딘 아이패드 전자책 화면이 좀 엉성하고 투박해 보이고 촌스러웠는데(읽으면서도 이걸 이 돈 주고 사서 읽어야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새로워진 알라딘 이북은 실물책처럼 보이게끔 무진장 애쓴 티가 난다.
무엇보다 글씨체가 맘에 든다. 아마존의 킨들 화면과 비스무리해졌다. 반면에 교보 문고 이북은 예전에 제법 읽을만 했는데, 이번에 나온 개정된 이북은 후져서 예전 것이 더 나은 듯.
어쨌거나 이 미스터리 소설 <알렉스> 전자책으로 읽는데, 흡입력 대단했다. 이틀 동안 정신 없이 읽었다. 차마 재밌다라는 말을 못하고 흡입력 어쩌고 저쩌고 한 이유는 사건의 전말이 너무 잔혹하고 인간이라면 도저히 못할 짓이라서 재.밌.었.다는 말은 함부로 못 꺼내겠다. 읽어보면, 내가 왜 이 책을 순수하게 재밌다라고 말을 못하는지, 단순 흥미거리로서의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살인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연쇄살인범 알렉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어찌 안 생길수 있겠는가 말이다. 알렉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책이지만, 이 자리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가 어린 시절 겪은 이야기를 해 버리면 이 책을 읽을 의미가 없어 그만 두련다.
개인적으로 유럽 미스터리물은 정말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독자인지라, 이 책도 오십보 백보겠거니 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상당히 구성이 독특했다. 특히 3부 취조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 게임은 여타의 미스터리물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열린 구성이었다. 작가는 작품의 구성적 배열도 특이하게 배치했고, 캐릭터들 또한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주인공 캐릭터인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 반장이 아주 맘에 들지는 않았다. 사건을 파헤치는 박력도, 사건을 휘어잡는 편집광적인 매력도 없는, 자기 비하(임신한 아내가 납치되어 살해당했다)와 신체적 열등감(키가 145cm인가 그렇다)으로 똘똘 뭉쳐있어 읽는 내내 답답한 면이 없진 않았는데, 그 캐릭터의 구멍을 그의 부하 루이와 아르망이 메꿔준다. 세 명의 주 캐릭터 모두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 작가가 캐릭터에 얼마나 공들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작가가 51년생이니깐 우리나라 치면 이제 62세이며 2006년에 작가 데뷔했으니깐, 작가로서는 경력이 짧은 편이다. 허나, 이 흡입력 대단한 작품이 올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 와우, 정말 대단한 작가다.
교보문고 이북으로 읽었다. 피에르 르메트로가 <알렉스>에서 세 명의 독특한 캐릭터를 발굴해내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형사캐릭터인 닛타와 노세를 만들어내었다. 개인적으로 떽떽거리는 닛타형사보다 맹목적인 출세을 지양하는 인간미 넘치는 노세 형사가 더 매력적.
다작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제법 읽었지만, 나는 게이고가 그리는 캐릭터에 매력을 못 느꼈었다.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뭐랄까, 딱히 캐릭터에는 정이 안 간다고 해야하나. 특히나 팜므파탈의 여주인공들은 게이고가 여성혐오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밥맛 없었다. 아마 본인도 자신의 주력 캐릭터가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대강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게이고에게 자신이 묘사한 캐릭터중에서 누가 가장 매력적인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정말이지 이 작가는 캐릭터에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는다. 작가가 이럴진데, 하물며 독자는....열혈하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지금까지 그렸던 여성에 대한 새로운 면모(커리어우먼으로서의 독립성과 냉철한 직업의식)를 보여주었고... 그렇다고 야, 정말 괜찮다, 이건 아니고 사실 그 전에 그가 묘사한 여성캐릭터와 비교해보면 거의 도찐개찐인데,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그러고 보면 게이고는 딱히 누구나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를 만들기 보다 어쩜 자질구레한 수 많은 인간 군상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건의 진행 과정은 재밌지만, 사건 결말(사건이 일어난 계기)은 어이가 없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사건의 성립이 가능한 것인지.
전자책의 완독율이 높아지면서도 드는 의문중의 하나가 과연 자연과학책도 전자책으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였는데, 가벼운 내용의 자연과학책은 전자책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요제프 라이히훌프의 이력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모순적인데, 독일의 환경운동을 이끄는 동시에, 현재 지구 온난화가 환경오염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고 과거의 온난기는 인류와 자연에 유용했기 때문에 기후 온난화는 재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과거 기후온난기에 매우 다양한 종이 출현했으며 수확이 풍부해지고 찬란화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다가올 기후 재앙을 염려하는 수많은 환경운동가와 마찰을 빚고 있으며 화학비료도 생태적으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기농에서 금지하는 화학비료가 생태적으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배설물이 미네랄 성분이 들어간 비료 역활을 할 수도 있으며 이것이 생태적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의 기술을 활용하면 농업에서 적절한 비료를 정확하게 처방할 수 있고, 식물이 가장 이상적인 수준으로 영양분을 흡수하도록 정확한 시기에 뿌릴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토양의 질소 찌꺼기를 줄 일 수 있고 하천이나 지하수로 씻겨 들어가는 질소를 줄 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농업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과거의 농업기법으로는 농사를 지었다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의 배는 쫄쫄 굶어야 한다는 것. 언젠가 친정엄마랑 했던 이야기가 농약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때 나의 사고가 얼마나 교과서적이고 경직되었는지 깨달았다. 친정엄마가 먹을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농약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벼에서 쌀이 얼마나 조금 나왔던지, 벼농사 풍년이 일년 먹거리를 장담해 주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얼마간의 농약은 필요악이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고 해야하나. 물론 최소한의 농약을 사용해 재배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과거의 농법이 전적으로 인류를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이 작가의 주장에 어느 정도는 귀기울일 만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진 환경주의자인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한 상식처럼 소개되어 있다. 읽는데 부담감이 없어 전자책으로도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 자연과학서적이었다.
방학동안 거의 인터넷을 안 하다보니, 저절로 북스피어 블로그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들애와 사사건건 게임때문에 툭탁거리면서 나 자신부터 컴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 뱅킹이나 그 외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오기 했지만, 가급적 장시간 인터넷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도 들어가 낄낄거리며 읽었던 북스피어도 못 들어갔다. 지난 5월인가 <안주>의 북펀드 글을 읽고 참여했는데, 북스피어에 몇 달 동안 들어가 보질 않아 미미 여사의 책이 나왔다는 것도 몰랐다. 광복절 다음 날 우체국 택배로 이 책을 받고 나서 알았다. 받고 나서도 여느 때 같으면 후다닥 읽었을텐데, 잡고 있는 책(그 책은 바로 <노동의 배신>)이 있어 이번 주말에 읽을 예정이다. 더불어 오늘 북스피어 들어가 보니 반갑게도 미미 여사와의 인터뷰가 있었다.
안주란 의미가 어두운 곳에 사는 생물이라고 미미여사가 조합한 단어라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 http://www.booksfear.com/501 아직 읽지 않아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미미 여사의 책이니깐 재미는 보장하지 않겠나하는 안도감은 든다.
<안주>라는 책제목을 보니, 잡생각이 올라온다. 나이가 드니 가질 수 없고 품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흘러가는 일분일초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허공에 흘려보냈던 것이 시간인데 말이다. 방학 내내 티비와 게임만 하는, 시간을 덧없이 보내는 아들애를 보면서,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인생의 안주가 겨우 게임밖에 없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에게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그렇다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안주는 책이었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