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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309동 1201호라는 필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현대소설을 연구했고 이제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길에서
진정한 배움을 누리고 있는 대리기사이다. 처음엔 시간강사와 대리기사라는 두 직업간의 간극이 너무 커서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인 김민섭에게
호기심이 생겨났다.

그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차마 공론화할
수 없었던 대학의 시간강사의 처우, 근무조건, 근로환경 그리고 그외 여러 대학이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불균형한 모습, 부조리한 태도 등에 대해
과장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사실을 글로 대중에게 알렸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같은 시간강사들은 그를 외면했고, 그와
아무 관계없는 일반이들이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그가 지적한 것들에 대해 공감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겐 생소했던
대리기사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김민섭이라는 사람을 통해 그가 겪은 대리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는 고발하는듯 하지만
분노하지 않고, 증오하지만 결코 오버하지 않으며 사실을 이야기해준다. 이 시대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라 표현하며 대리사회의 이모저모를 우리에게
경험치로 알려주고 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둡니다'라는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파장을 일으켰다. 그에겐 전부였고 모든 것이었던 대학은 어찌보면 그에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고 그저
부당하게 그의 노동을 착취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견고한 성, 잘 만들어진 집에서 나올만한 용기를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간강사를 포기하고 대리기사를 선택하는 것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여기서 김민섭이 다른 사람과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책 속엔 대리기사를 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소개가 된다. 때로는 무례한 손님 때문에 나도 덩달아 화가 났고,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손님의 행동에 나도 같이 감동했고, 1대리,
2대리로 지칭되는 새로운 화폐단위가 정감있어 미소 짓기도 했고, 아내와 함께 새벽까지 달리는 모습을 볼때는 가슴 한켠이 아려오기도 했다. 내가
운전을 하지만 절대 내것이 아닌 타인의 공간, 개인의 주체성은 검열되고 통제되는 그 공간에서 그는 말도, 웃음도, 의견도, 주장도, 분노와 같은
감정도 철저하게 통제되어진다.

그가 용기를 내어 대리기사로 신성한 노동의
댓가를 벌고, 그것을 글로 남겨 [대리사회]라는 책을 만들어낸것은 그가 가진 남과 다른 포인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사회가 거대한
대리사회라는 것을 깨달았고, 대리국민이 된 지금의 우리 상황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욕망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주체가 되어 사유해야 하고 구조와 마주해야 한다. 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불평해야
한다.
새벽녘 대중교통이 끊긴 길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던 저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리기사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게 된 것 또한
새로운 수확이다. 대한민국의 대리사회을 해부하고 거리의 언어로 몸을 새겨 경계인의 신분으로 사회의 균열을 타맥하는 그의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가 된다.
혹시 대리기사를 부르는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저자 김민섭이 말하는 정말 멋진 손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