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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책 제목과 표지가 은근히 깊다. 여성의 성에 대해 이보다 더 자세하게 나와 있는 책이 있을까 싶게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뤄주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인 저자인 에이미 조 고다드가 쓴 책이다. 미국이다 보니 우리와는 다른 개방적 문화로 인해 성에 대한 담론이 자유로울 것이란 생각이었다. 적어도 책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국가의 종교적 힘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센 국가라 생각만큼 여성의 성은 자유롭지 못하고 억눌렸던 것을 책의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선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납득이 안된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편견은 깨질 수 있다.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해본 성적 임파워먼트 sexual empowerment는 꽤나 의미깊게 다가왔다. 단어가 주는 정의가 컸다. 어른이 되기전까지 성은 금기시 여겨야 할 대상이었고, 알아서도 안되고 알고자 해도 안되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성장의 마디 마디마다 그 시기에 맞는 성교육이 절실했다. 나조차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 필요성만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부모조차도 자식에게 말하기 면구스러운 성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그런 문화를 조장해온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성에 대해 잘 알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재대로 배우지 못했으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였다. 저자는 성적 지능도 지식을 쌓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당신이 자신의 여성성을 어떻게 정의하든지 말이다. 외부의 압력에 압력에 떠밀려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두려움 없이 내면의 욕망을 온전히 끌어안기를, 건강하고, 만족스러우며, 온전히 살아 있는 관계를 요구하기를, 스스로 몸의 주인이 되고 타고난 권리를 주장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을 여성들이 자아를 찾고 성적인 힘을 가진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에서 집필했다“
저자의 집필 동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동안 성에 억눌렸거나 성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진 여성들에게 자유롭게 성에 대한 담론을 하도록 해주며 성을 고통으로 인식하는 여성들의 해답이 되어주고자 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가진 것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성적인 힘을 당당히 선언하라고 한다. 저자는 20년 동안 섹슈얼리티 교육을 해오면서 여성들이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와 비밀들을 접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적으로 보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부부관계에 대한 교육이나 자아 성찰을 거치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것은 임신이나 육아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아이를 가지는 것과 같이 무모한 일이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섹스하는 삶]은 임파워먼트의 순간들로 가득찬 삶을 창출하기 위한 지침을 주며 실천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살믜 다양한 측면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해준다. 성적 표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 속에서 제대로 된 여성의 성을 주장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책의 모든 부분에 동의하거나 공감할 수는 없지만 책 속 이 문장은 꼭 기억해보고 싶다.
"인생은 정말 짧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서, 크게, 대담하게, 남들에 개의치 않고, 원하는 만큼 욕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아가씨는 넣어두라. 당신에게로 먼저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그만하자. 남들에게 반응하며 사는 것도 그만하자. 불평하기도 그만하자.....그렇게 살기 시작하라. 불꽃은 억누를 수 없다. 불꽃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른다. 그것은 스스로 작아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무엇으로 즐거운지 알아내는 것, 성적 자존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