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겨울 에디션)
조유미 지음, 화가율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나에게 필요한 마음 주문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힘들까? 문득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나 자신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에 못지않게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어려운 것 같다. 아마도 지금 내 모습이 내가 꿈꾸던 혹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였을까. 이번에 읽은 책 제목이 내 마음에 쿵 하고 와닿았던 이유가 말이다.

총 4가지 주문으로 이루어져 있던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를 읽는 동안 다시 한 번 책을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읽는 내내 어쩜 그리도 내 마음을 꿰뚫고 내게 필요한 말들만 쏙쏙 해주던지. 나조차도 이유를 몰라 답답했던 내 감정들을 어쩜 그리도 속 시원하게 파악해주던지.

이 책을 읽는 동안 공감했던 글귀들 중 가장 내게 위로가 되었던 글귀들을 각 주문마다 하나씩 뽑아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누군가에게 이 글귀들이 큰 힘이 되기를 바라본다.



첫 번째 마음 주문 :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나에게
한 가지 확실한 건, 남과 싸우는 것보다 나와 싸우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편한 길을 선택하면 나중에 힘들어지고, 지금 당장 힘든 길을 선택하면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 이걸 선택해도 힘들고 저걸 선택해도 힘들다. 이보다 더 고약한 눈치 싸움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늘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매 순간 나와 싸우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그토록 염원하던 하늘은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 내가 하늘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하늘 속에 있는 것이고, 내가 땅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땅 속에 있는 것이었다.
내가 있는 곳은 누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하는 것.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지금껏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마음을 보아야 했는데 엉뚱한 곳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p.20-21


요즘 필사를 하면서 그리고 나 스스로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그동안 난 나를 참 많이도 믿지 못했다는 거였다. 지금까지 타인들에 의해 내 존재 가치가 깎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니 주변에서 부는 작은 바람에도 그렇게 흔들렸던 것이고, 작은 시련에도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것이다. 내가 나를 믿었다면, 나를 믿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더라면 다른 사람들을 쫓아 사는 일도, 나와의 싸움에서 그렇게 매번 패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내가 들여다봐야 하는 건 내 안에 있는 마음이다.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내가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을 테고
그곳이 곧 하늘이 될 테니까.

p.22


내 마음 들여다보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한 첫 시작으로 내 마음과 열심히 대화를 해봐야겠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기를 정말 바라는지 알아야 나와의 싸움에서도 지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두 번째 마음 주문 : 사랑 앞에 용기 있었다 - 사랑이 서툴고 힘겨운 나에게
힘들어하는 상대를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느리게 걷는 상대를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아닌 듯 태연하게 기다려 주는 모습에서
세월을 거쳐 온 사랑이 느껴졌다.

p.97


하루는 저자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데 멀리서 한 노부부가 걸어오더란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신지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걸으셨고, 할아버지는 분홍색 양산을 들고 할머니에게 쏟아지는 햇볕을 막아 주며 걸어오고 계셨단다. 그리고 저자와 가까워졌을 때쯤, 할머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할아버지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혼잣말을 시작하시더니 "아이고, 힘이 든다. 이제 갑시다. 다 쉬었습니다."라는 할머니의 말과 함께 혼잣말을 그치시고 두 분은 다시 걷기 시작하시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순간 힘이 들어 길 한복판에 잠시 걸음을 멈춘 할머니의 마음이 불편할까 봐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이야기하던 할아버지의 배려가 참 예뻐 보였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접하며 가슴 한편 이 뭉클해졌다. 힘들어하는 상대를 타박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느리냐고 탓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조용히 곁에서 기다려주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에서부터 서로 배려하는 마음. 사랑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 아닐까. 근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가장 가까운 내 사람에게는. 우선 나부터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럼 언젠가 나도 저 노부부처럼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 마음 주문 : 오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 날에는
잘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불안할 수조차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온갖 시간을 쪼개 가며 있는 힘껏 노력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것과 실패가 두려운 건 다르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고, 실패가 두려운 마음은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그 차이는 실패를 두려워해 본 사람만이 구분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p.176


이 글귀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난 늘 실패가 두려워 불안에 떠느라 제대로 완주도 못하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했다기보다는 실패를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기 더 바빴던 것 같다. 없는 형편에 이렇게 공부 시켜주시는데 합격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학벌이 안 좋은데 내가 과연 될까, 점수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건 내가 지금 잘못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등등 난 늘 걱정을 하느라 정말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고는 했던 것 같다. 그때 이 글처럼 내가 느끼는 그 두려움들이 사실은 지금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한결 편한 마음으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보면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는 두려운 마음이 안 생겼던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결과도 기대가 안됐으니까. 반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록 불안한 마음도 덩달아 커졌던 것 같다. 이렇게 했는데 안되면 어떻게 하지, 싶어서 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앞으로는 실패를 할까 봐 두려워하고 불안에 떠느라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만일 또다시 두렵고 불안해진다면 그때마다 이 글귀를 되새겨야겠다. 지금 내가 정말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이라고, 나에게 말해줘야겠다.



네 번째 마음 주문 : 나는 매일 잘되고 있다 - 문득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
나는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꽃 한 송이를 피워 내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
사람 인생을 피워 내는 건 오죽할까.

아무런 결론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속 타는 일이다.
나는 지금 그걸 하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속을 태우고 있다.

나는 잘 될 것이다.
다만, 오늘이 아닐 뿐이다.

언젠가는 잘 될 것이고
내 자리를 잡을 것이다.

p.243


나는 잘 될 것이다. 다만, 오늘이 아닐 뿐이다. 몇 번이고 이 말을 곱씹어 본다. 이미 늦은 거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 저자의 말처럼 다만 오늘이 아닐뿐 언젠가는 잘 될 테니까. 아직 내 순서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문득문득 모자란 자신이 답답하고 미울 때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조심스레 권해본다. 당장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야겠다는 작은 다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오늘부터 하루 한 번, 나 자신에게 말해주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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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꿀 책속의 명언 300 - 20년 독서 2000권에서 알아낸 통찰의 지혜
최영환 지음 / 리텍콘텐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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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에 필사를 하고 있다. 예전에 미라클 모닝과 관련된 카톡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필사의 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습관성형을 시작하면서 함께 시작해 중간중간 빠져먹기도 해서 오늘로 딱 76일째가 되었는데, 지금 보고 있는 책이 100일로 끝나는 책이라 미리 다음 필사 책을 찾고 있었다. 어차피 노트에 필사를 하기 때문에 책에 굳이 필사 공간이 있을 필요가 없어서 필사 전용(?!) 책보다는 짧은 글귀를 모아둔 책들을 위주로 찾고 있었는데, 20년 동안 읽은 2000권의 책들 중에서 300개의 문장을 뽑아 출간된 책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읽어 보게 되었다.

 

<<인생을 바꿀 책속의 명언 300>>은 앞에서도 말했듯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2000권의 책을 읽고 발견한 명언 300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책을 펴내게 된 이유를, 아버지로서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20여 년간 읽은 책 속에서 감흥 받은 명언과 치유의 글을 공유하고 싶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내용들이 삶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세상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등 고민이 있을 때 읽으면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총 300개의 문장 중 260개는 글의 주제를 제목 삼아 어떤 책에서 발췌를 했는지가 적혀 있고 나머지 40개는 해당 글에 대한 저자의 부연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독자 스스로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경험, 느낌 등을 적을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는 좋은 글귀 몇 개를 뽑아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좋은 글들이 너무 많아 몇 개만 소개한다는 게 힘들어서 마지막은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딸에게 해주던 이야기 중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부분이기도 하고, 독서가 나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귀찮아지고 있던 요즘이었는데 엇나가기만 하던 내 마음이 더 나빠지지 않은 게 그래도 매일 조금이나마 독서를 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기는 마음으로 남겨본다.


딸아!
독서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이란다.

(...중 략...)

책을 읽어야만 원래의 마음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을수록
우리의 선하고 건전한 본심을 많이 잃게 되는 것 같구나.
그래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마음은 더욱 고통받고 상처받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단다.

(...중 략...)

많은 책 속에는 분명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곧 나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단다.
굳이 나의 마음을 열 필요도 없이
공감하는 자체로 치유가 일어나게 된단다.

우리가 치유를 통해 원래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변화란다.

-<<인생을 바꿀 책속의 명언 300>> 프롤로그 中-


독서가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무너지는 건 막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책 읽기 힘든 사람들이 하루 한 구절씩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필사 목적으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 자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짧게나마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 속 담긴 인생의 지혜들을 읽고 쓰는 동안 잃어버린 내 마음을 되찾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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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김용희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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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즐겨보던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가 끝났다. 79년, 대구를 배경으로 10대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던 <란제리 소녀시대>는 오랜만에 풋풋한 설렘을 느끼게 해준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두근거리는 설렘은 나를 원작 소설까지 찾아 읽게 만들었다.

 

 

설렘을 안고 책을 펼친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첫 번째 이유는 드라마와 소설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소설에 담겨있던 여성들의 삶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와 원작 소설을 비교하는 리뷰를 쓰려고 했던 처음 계획을 수정해 이 소설 후반 내용에 등장했던 혜주라는 한 소녀의 삶에 집중해 리뷰를 남기기로 했다.

드라마와 소설의 큰 골자는 같다. 여주인공 이정희를 중심으로 79년 생활상이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아선호사상의 강했던 당시 모습을 자세히 그리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정희와 그의 친구 혜주가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드라마와 달리 소설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당시 사회가 여성들에게 가했던 폭력을 보여주며 끝맺은 소설은 드라마를 먼저 본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소설은 중반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이정희라는 여고생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 이야기, 그의 친구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소설 후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 정희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던 혜주가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때로부터였던 것 같다. 서울에서 전학 온 예쁘고 똑똑한 그 아이는 친구들의 질투의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혜주가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일주일 후쯤 돌아온 혜주는 학교에 나갈 수도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게 된다.

혜주가 세상으로부터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약방 총각(드라마에서는 둘이 애틋한 사이였는데ㅠㅠ)으로부터 감금 당한 채 '몹쓸 짓'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신고를 권하는 선생님에게 여자로서 버린 몸이라며 그 총각에게 시집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신고마저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선생님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조차 친고죄-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접수되는 것으로 2013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은 폐지됨-를 핑계로 어쩔 도리가 없다며 오히려 여자가 밤늦게 돌아다녀 그런 일을 당한 게 아니냐면서 피해자인 혜주 탓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혜주네는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가버린다.


혜주가 떠나고 시간이 흘러 정희는 대학생이 된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정희는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자전거를 탈 수도 차가운 곳에 앉을 수도 없다. 다리는 늘 오므리고 앉아야 했으며 해지기 전에 집에 일찍 들어가야만 했다. 세상이 '보호'라는 이름 하에 여성들을 '통제'하는 것들은 여전했고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 가던 정희 앞에는 오히려 지켜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더 많아지기만 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런 일들은 되풀이되어왔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세상이 만들어놓은 지도 위에서 여자들이 단단하게 몸을 감싸고 다시 그 몸을 찢는 일 말이다. 여자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하고 얇은 막 같은 거 말이다. 란제리처럼 몸을 보호하던 것이 오히려 몸을 조여오는 거 말이다.
(p.277)



드라마를 보면서 꺄우뚱했던 제목이 소설을 읽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란제리는 여성들의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속박하는 존재다. 여성들은 더 여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코르셋 등의 란제리를 착용한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는 종족 번식을 위해 여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이다. 그것도 사회가 규정한 덕목.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어른다웠던 김화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들 조금씩 자기 모습에 불만족하면서 세계와 싸워나간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그렇게 세계와 불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지. 누구나 자신의 세계와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지옥과 마주 싸울 각오도 의욕도 없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노? (p.275)



불의를 보면 못 참던 혜주가, 그 누구보다도 자의식이 강했던 혜주가 자신의 지옥과 마주 싸워 이겼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이 자신에게 휘두른 폭력 앞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며 어디에선가 자신이 좋아하는 비틀즈 음악을 들으며 시를 쓰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소설 <<란제리 소녀시대>>는 단순히 10대 소녀들의 사춘기와 풋풋한 첫사랑을 담고 있는 소설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졌던 혹은 지금까지도 가해지고 있는 차별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달달함에 빠져 이 소설을 읽는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예전보다 여성들이 살기에 세상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못 받는 일도 없고 자전거를 못 타는 일도 없으니까.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밤거리를 마음껏 혼자 돌아다닐 수가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이 소설은 세상에 저항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세상이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것들 중에 얼마나 많은 불합리한 것들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있는지 알려주고 있기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면 나처럼 오히려 드라마의 각색이 아쉬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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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운을 끌어당기는 비밀 -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라
신용준 지음 / 정민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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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런 사람이 있다. 특별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데 대화만으로 내 기분을 업 시키는 사람이. 그 사람의 무한 긍정과 에너지가 나에게 옮겨져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업 되게 만드는 사람이. 그런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너무 부럽다. 난 그런 에너지를 발산(?!) 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밝은 면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밝은 면보다는 차분한 면이 더 강한 나로서는 단지 가벼운 대화만으로도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 사람들의 그 능력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 호감의 기술이. 그래서 이번에 그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기업 전문 강사로 대중의 호감을 먹고사는 직업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라고, 그것이 곧 호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호감이 운, 그것도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호감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외향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앞에서 말했던 일상적이 대화만으로도 내 기분을 업 시키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다. 그런데 <<호감, 운을 끌어당기는 비밀>>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향적인 사람들도 충분히 호감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일까? 저자는 그건 아니라고 한다. 천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다만, 각자의 장점과 특성이 있기에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 된다고 한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들은 섬세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해 전문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걸 무기로 자신의 호감도를 높인다면 사람은 좋고 유쾌하지만 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보다는 더 매력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p.79-85)


저자는 또한 호감 스타일의 10가지 유형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습관들을 알려준다. 호감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호감형 인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감형 인간이 꼭 말을 잘하고 쾌활해야만 되는 것이 아님을, 차분하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경청할 줄 안다면 호감형 인간이 얼마든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호기심으로 펼친 책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잘하면 호감과 관련된 기술 몇 개를 건져 갈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저자의 낯 뜨거운 잘난 척이나 듣겠지, 하는 다소 삐딱한 마음을 품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얻어 가는 게 많아 책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 중에는 다소 내 경험과는 다른 것들도 있었지만,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라 다시 한 번 더 정독해보고 싶은 책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무기를 잘 알고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무기가 무엇인지 몰라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 아닐까. 나는 후자의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유용했던 것 같다. 나와 같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그 무기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저자에 의하면 운은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로부터 온다고 한다. 그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호감이고 그 호감은 누구에게나 있단다. 그러니 노력하면 된다. 노력하면 누구나 호감형 인간이 될 수 있다.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호감이라는 무기를 찾아 갈고닦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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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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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이 책과의 만남은 저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요즘 책 읽고 리뷰 쓰는 게 너무 힘들었다. 100일 챌린지 덕분에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루 30분씩 책은 읽고 있지만, 말 그대로 읽는 행위만 하고 있을 뿐 사고(思考) 활동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눈으로 그림 보듯 글자만 읽고 있으니 다 읽고 나서 생각나는 것도 없고 생각나는 게 없으니 리뷰 쓰는 것도 따라서 힘들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던 중 이 책, <<지성만이 무기다>>를 만나게 되었다.

 

 

<<지성만이 무기다>>는 복잡하고 여기저기 휘둘리기 좋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성(知性)만이 답이라며 지성을 쌓기 위해서는 독서, 즉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책 전체에 걸쳐 읽기의 중요성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알려준 독서 비결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1. 밑줄을 긋는다.
2. 여백에 기록한다.
3. 필요한 자료를 준비한다.
4. 목차를 이용해 전체상을 파악해둔다.
5. 질문한다.
6. 다시 읽는다.

'생각하는 방법'을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1. 연상한다 - 감정과 기억을 분리한다.
2. 쓰며 생각한다.
3. 서서 생각한다.
4. 긴장을 풀고 생각한다.

그리고 메모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트의 좌우 페이지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기록 방법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실 저자가 알려주고 있는 독서 비결이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 같지는 않다. 여러 독서 관련 책들에서 흔히 알려주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실천의 문제이리라.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한 권이라도 정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던 부분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이야기가 몇 년 안에 100권 읽어라, 1000권 읽어라 뭐 그런 말들이었다. 3년 만에 천 권을 읽었다는 작가부터 다독을 해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낸 책들의 광고나 리뷰를 보면서 난 정말 책 읽기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 한 적이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가 않고 무엇보다 읽는 것 자체가 워낙 느리다 보니 그들이 말하는 단기간에 다독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기간 다독을 하지 못해 효과를 볼 수 없다면 굳이 책 읽기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다독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정독을 하라고 말해주고 있어 나의 이런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저자는 앞에 소개한 자신의 독서 비결을 토대로 한 글자 한 구절에 눈길을 주고 거기에 쓰여 있는 모든 내용을 알고자 하는 읽기 방법(p.90)으로 정독을 권한다. 책 한 권을 정독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제대로 하고 나면 그동안 쌓인 지식들이 있어 다른 책을 정독할 때는 속도가 붙는다면서 말이다.

그동안 내가 책 읽기를 하면서 왜 사고(思考) 활동을 하며 책 읽기를 하지 못했는지 그 답을 <<지성만이 무기다>> 덕분에 찾은 것 같다. 다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난 권수만 채우기 바빴다. 빨리 읽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읽으면서 쓰고 찾아보는 그 시간들이 아까웠고, 그래서 늘 읽고만 끝냈기 때문에 나의 책 읽기는 남는 게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1년이 걸리더라도 책 한 권 온전히 정독하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만들었던 '전략적 책 읽기' 카테고리를 어서 사용해야겠다. 그동안은 깊이 있는 책 읽기를 하기에 마음이 너무 조급해 시작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시작해야겠다.

저자는 수준 높은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p.123)로 종교 서적과 철학서적, 그리고 고전 문학을 추천한다.  고전 문학도 읽어야지 생각만 할 뿐 실천을 못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의식적으로라도 읽어나가도록 해야겠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마지막에 추천해주던 도서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 그 점은 좀 아쉬웠지만, <<지성은 무기다>>를 통해 앞으로의 나의 독서생활이 한층 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책은 물질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 알맹이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직 책을 읽는 인간을 통해서만
그 가치가 드러난다.
(p.30)



앞으로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리더라도 책 한 권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 만큼 배우고 생각하며 읽어나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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