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번쯤 살아가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린적이 있을 것이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좋지 못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읽은 소설 속 주인공도 죽음을 생각하며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한 의사였다. 사랑하는 아내가 병으로 죽자 그 빈자리를 견디지 못한 주인공은 죽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날 아침 우연히도 괴상한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이상한 옷을 입고 담배를 피며 택시를 모는 그 할머니는 그에게서 관냄새가 난다면서 다짜고짜 이상한 거래를 제안한다. 단 일주일. 일주일동안 자살을 미루고 자신과 매일 만나 하루를 보내자고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도 죽고 싶다면 더는 그를 말리지 않겠노라는 조건과 함께. 그리고 소설은 그 할머니와 주인공의 그 일주일을 보여준다.

 

헌혈하며 영화보기, 공동묘지 체험과 자신의 관 고르기, 어느 이름 모르는 아이의 장례식 참석등을 하면서 주인공과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공유한다. 그리고 마지막날 최후의 일출을 보면서 그들의 계약도 끝이 난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그리고 그로인한 그의 외로움은 일주일이라는 유예기간에도 그가 자살을 선택하게 만든다. 아니, 자살을 포기하지 않게 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아내의 무덤에 아내가 좋아하던 꽃을 두는 것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하려고 했던 그는 그러나 한통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바로 그 이상한 일주일을 함께 보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말이다.

 

사실 그 할머니는 주인공의 아내가 죽기 전 병원에서 함께 치료 받던 환자로 그 친분으로 그의 아내와 할머니는 죽기 전 누군가 먼저 죽으면 살아남은 사람이 상대방 가족들을 돌봐주기로 약속을 했던 사이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주인공의 아내가 먼저 죽으면서 할머니가 주인공을 찾아가게 된 것이었다. 그의 아내가 염려했던대로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를 따라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그의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 일주일을 자신에게 써달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도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결국 그토록 죽고 싶어하던 주인공보다 먼저 눈을 감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신 처리를 부탁하며 자신의 마지막 길을 빛내달라 부탁을 한다. 미안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의 죽음을 몰래 훔쳐가니 남들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꼭 살아달라는 마지막 부탁도 함께 전하며.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에 자신 스스로 죽고자 하는 주인공과 병과 노화로 인해 더는 살 수 없는 할머니를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솔직히 종교가 없어서인지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자살이 옳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말도 있지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얼마나 더 두려웠으면, 더 고통스러웠으면 그랬겠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정작 죽음을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줘야 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살이라는 행위를 하기까지 그 사람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왜 힘이 되어줄 생각은 못했는지, 왜 손 내밀어 잡아줄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힘드니까 그랬을려니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게 나에게는 그 사람들을 위한 적어도 '이해'이고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사람들을 '외면'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주인공에게 할머니가 있었던 것처럼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다는 아니더라도 단 몇 명이라도 다시 힘을 내 세상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적어도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죽음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생각으로만 그치고 진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적어지지 않을까...?

 

주인공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새로 태어난다. 그리고 새 삶을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혹 내 주변에 주인공과 같은 절망감에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봐야겠다.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강한 결심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한번쯤 망설이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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