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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일본여자들처럼 - 매일 채소를 찾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강한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검은콩과 두부가 피부 트러블에 좋다고해서 밥대신 하루 2끼를 콩과 두부로 식사를 한적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필요한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한달도 못가서 두손, 두발 다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쌈에 싸먹어도 생두부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견디기가 힘들었고, 소스를 곁들여 먹어도 같은 음식만 먹다보니 지겹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생활화해도 피부 트러블을 완화하는데 좋다고 해서 또 한참을 나름 열심히 상추와 깻잎, 오이, 파프리카, 그리고 브로콜리로 구성된 식단을 먹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역시나 맛도 없어 꾸준히 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병원의 힘을 빌리게 되었고, 피부는 어느 정도 좋아지기는 했으나 몸 상태가 많이 나빠지는 등 독한 피부과 약으로 인한 안좋은 증상들이 생겨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채식 관련 자료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다가 가입한 카페에서 우연찮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만 소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소개되어 있듯, '채소 에세이'로 저자가 채식을 하면서 알게된 채소 관련 정보들과 일본인들의 채식 위주의 식습관 및 그들의 레시피 등을 두루 담고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과 판매점 소개들도 겸하고 있어 참고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일본인들의 장수비결로 꼽히는 채식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더없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채식과 관련해 일본의 사찰음식이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보아왔지만, 일반 일본인들도 채소를 위주로 하는 식단을 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일반 일본인들의 채소 사랑과 식습관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채소의 중요성과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가지고 살았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간략하게나마 각 장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한다.
Chapter 1
저자가 채소를 좋아하게 된 계기부터 채소가 가지고 있는 효능 및 특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장이 채소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해 특히 도움이 되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p.30), 효과적으로 채소를 먹는 방법(p.63-65)과 - 특히나 이 부분은 생 채소로만 먹어야 좋다고 생각하던 나의 인식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 제철 채소가 좋은 이유 및 소개(p.71), 마크로비오틱 소개(p.78-80) 등 새로이 알게 되거나 기존에 잘 못 알고 있던 부분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p. 71
그리고 또 하나 새로이 알게 된 사실로 "채소 소믈리에"(p.82)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협회의 인증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라고 하던데, 장수시대를 맞아 점점 건강한 삶과 더불어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아 각광 받는 직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채소 케이크 전문점인 <파티스리 포타지에>를 운영하는 카키자와 아야와 같은 "채소 파티시에"도 이색 직종으로 먼 훗날 각광 받지 않을까 싶다.
Chapter 2
이 장에서는 7명의 일본 여자들의 채소 사랑과 그녀들만의 비밀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린 스무디'를 소개하고 있던 마유미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없는 나에게 조리할 것이 없는 이 그린 스무디는 굉장히 편리하면서도 내가 꾸준히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p. 140
마지막에 소개되었던 제철 채소와 사랑에 빠져있던 노리코의 말은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인듯해 남겨본다.
" ...(중략)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어야 몸의 변화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사실을요... 갑자기 어느날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있잖아요. 그건 사실 그 영양소가 우리 몸에 필요하다는 신호예요. 건강한 식습관을 하다 보면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무엇인지 내 몸이 스스로 말해주거든요. 예를 들어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할 땐 연근이나 토마토가 먹고 싶어지고, 몸이 갑자기 붓기 시작하면 수박이나 생강이 먹고 싶어져요. 하지만 매일 인스턴트 식품이나 정크 푸드를 즐겨 먹는 사람은 몸의 감각이 둔해져서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게 돼요.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죠. 꼭 잊지 마세요."
p.199-200
Chapter 3
채소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한다. 이 장에서는 그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가 어떤 채소 라이프를 주목하고 있는지를 언급하고 있는데, 1장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서도 채소와 관련된 많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소개되었던, '채소 50℃ 세척'은 그동안 찬물로 씻어야 채소의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나의 기존 지식을 뒤엎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최근에는 일본 가정집에서도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채소 뿐만 아니라 육류, 생선, 과일도 이 방법을 사용하면 더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단다. 단, 재료에 따라 물에 담가놓는 시간이 다르므로 주의 해야 한다고 한다.
p. 213
이외에도 채소 수프 - 특히나 '생명의 채소 수프'라 불리우는 "키세키노 야사이 수프"(p.238-239) - 와 채소 스톡에 대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고, 사찰음식에 대한 설명도 왜 일본의 사찰음식이 그토록 유명해질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와 사찰음식에 담긴 의미를 새로이 깨닫게 해주었다.
2장에 비해 1장과 3장에서는 사진이 많지 않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채소와 요리들을 떠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아쉬웠다. 또한 레시피 위주의 책이 아니다보니 레시피 관련 설명 부분이 자세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책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색감들이 풍부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 요리관련 서적 답게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채소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채소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이미 채소와 친한 사람들에게는 채소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채소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라고 한다. 그래야 채소를 가까이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말은 책 앞에서 언급되었던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사람 입맛도 바뀐다.'(p.19)와 통하는 말인듯 하다. 지금 나에게 채소란, '피부미용'이다. 지긋지긋한 피부약과 안녕을 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이 든다. 당장 그린 스무디부터 시작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