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잃든, 천천히 잃든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마음이 참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이별보다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는 이별이 그래도 그나마 낫지 않을까.

여기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담긴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 그것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감동을 잇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책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다. 책도 워낙 유명해서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의 책이.

책은 생각보다 얇다. 내용 또한 짧다. 하지만 다 읽고 났을 때의 여운은 길고 깊었다.

 

무서워 마세요.
(p.9)

소설은 한 청년의 속삭임에서 시작한다. 머릿속 기억의 광장이 점점 작아져 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 노아와 자신의 아들 테드와 서서히 이별하는 과정을 소설은 슬프지만 유머러스하게 그러면서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리고 있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자고 있고 싶거든."
(p.81)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할아버지는 손자와의 이별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최대한 늦추어보려고 손자의 손을 꼭 잡아보지만 머릿속 기억의 광장은 하루하루 작아지기만 한다.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p.83-85)

할아버지는 무섭고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게 되는 것이. 먼저 떠난 아내를 지금은 이토록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하지만 어느 날 기억이 나지 않아 그리워할 수 없을까 봐,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바쁘다는 이유로 데면데면하게 지내왔던 아들을 기억할 수 없을까 봐, 아들과 자신을 꼭 닮은 사랑스러운 손자를 더는 알아보지 못할까 봐 말이다.

"저는 작별 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p.76-77)

수학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를 꼭 닮은 손자는 천천히 이별 연습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별 연습이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다. 손자의 천진난만한 말과 따뜻한 눈길로 이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슬프고도 아픈 이별을 조금은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소설은 분명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늦출 수는 있어도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코 어둡지가 않다. 어떤 부분에서는 정말 빵 터지게 웃기기까지 하다. 그러다 그들의 아름다운 이별에 눈물짓게 만든다. 하지만 이 역시 너무 아름다워서 흘리게 되는 눈물이지 결코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눈물은 아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있을지언정 '이별', '죽음'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느낌은 이 소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울고 나면 팍팍한 삶으로 인해 메말랐던 가슴이 촉촉해지고 따뜻해진다. 정말 신기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점점 자라고 한 사람은 점점 작아져서 몇 년이 지나면 중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112)

할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손자의 사고는 확장되고 자신의 사고는 수축돼서 둘이 중간에서 만나는 날이 올 거라고(p.40) 말이다. 그리고 정말 그런 날이 온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달랑거리던 손자의 다리는 땅에 닿아 더 이상 달랑거리지 않는다. 할아버지에게 "무서워할 것 없다, 노아노아."(p.17)라는 말을 듣던 손자는 이제 할아버지에게 "무서워 마세요"(p.9)라고 말하는 의젓한 청년이 되었다.


짧은 분량에도 참 많은 걸 담고 있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손자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뿐만 아니라 아내를 향한 할아버지의 그리움을 보면서 익숙하면서도 설레는 낭만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에 손자를 정겹게 부를 때처럼 아들에게도 "테드테드"라고 부르는 장면에서는 한평생 아들에게는 무뚝뚝했던 아버지의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별은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해도 아플 수밖에 없다. 슬플 수밖에 없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별 연습조차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아네 가족들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그 슬픔을 조금은 더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이 또한 복일 거라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한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 나쁜 짓을 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 주인공이 되어 그들을 혼내주는 상상을 말이다. 세일러문처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외치지는 못하더라도 몰래 숨어서 소심하게나마 혼내주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 뒤에는 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오죽하면 어렸을 적 만화영화를 보면서 했던 상상을 이 나이 먹어서도 하게 되는가 싶어서, 왜 정의롭다는 법은 현실에서는 정의롭지 못한가 싶어서, 정직하게 살아라고 가르쳤던 사회가 정작 정직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는 그럴듯한 회사 이름까지 갖추고 있다. 대표이사는 은둔형 외톨이에 식물과 교감이 가능한 채널러이고 그의 스승이자 <<민초정론>>이라는 작은 신문사의 발행인이 이사로 있다. 또 법률고문으로 검사인 그의 친구가, 행동대장으로 2H FLOWER을 운영하고 있는 꽃가게 아가씨가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동물 학대자, 4대강으로 대국민 사기를 친 교수, 언론인 등 교묘히 법망을 피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식물들과 힘을 합쳐 복수를 한다.

물론 현실 속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속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이외수 선생님이 장편소설로 돌아오셨다. 식물 교감 채널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가 그것이다.

카카오페이지를 이용을 안 해서 몰랐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미 연재된 이외수 선생님의 최초 모바일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설이 굉장히 트렌디하다.

식물과 대화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니. 식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억울한 사람들을 돕고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이야기라니.

어떻게 보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나마 악취 풍기는 세상을 정화시키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이 느껴지던 소설이었다. 만일 저런 회사가 정말 있다면 당장에라도 취직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4대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집 근처 낙동강을 볼 때마다 정말 답답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없었던 녹조들이 4대강 사업 이후 한가득 생겨난 모습을 보면서 저 물을 우리가 마실 텐데 싶어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4대강 사업을 진행시킨 관련자들을 그 녹조라떼에 빠뜨리던 장면은 정말 속이 후련해지던 장면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전체적으로 설렁 설렁 읽히는 소설이다. 그러다 마지막에 딱 막힌다. 향나무 거수님이 주인공에게 낸 얼음 속 개구리 살리기 문제는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답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해 향나무 거수님은 주인공에게 그런 문제를 낸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을 해대고,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한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치졸한 사람들에게 피해자들을 대신해 통쾌한 복수를 해주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다. 그냥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더는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 주인공이 되어 갑질을 해대고 세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희 -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
서정희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충격적인 영상 한 편을 보았다. 한 남자가 넘어져 있는 한 여자의 발을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 속 인물들이 연예계 잉꼬부부로 불리던 서정희 씨와 서세원 씨라는 사실은 그 영상만큼이나 당시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사실 내게 서세원 씨는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서정희 씨는 아니었다. 그저 서세원 씨의 예쁜 아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이 영상 이후 올라오는 신문기사들을 통해 그녀가 원래는 모델로 데뷔했었다는 사실과 늘 사이좋아 보였던 그들의 관계가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평소 관심 있었던 연예인도 아니었고, 남의 부부일에 딱히 관심도 두고 싶지 않아 그 이후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서세원 50억 부동산 대박'이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연녀와 아이를 두고 잘 산다는 기사도 덩달아 보게 되었다. 문득 '그럼 서정희 씨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를 검색하게 되었고 책을 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을까? 생각보다 빨리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정희>>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살아온 삶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그날'에 대한 뒤늦은 궁금함도 있었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녀는 왜 그렇게 힘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실컷 들어주고 난 후 힘든 시간을 보낸 그녀를 힘껏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읽기 시작한 <<정희>>는 그녀를 위로해주고자 읽기 시작했던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책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오히려 내가 그녀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읊어가는 그녀를 따라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몰랐던 그녀를 알게 되고, 비록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잃었지만 '정희'라는 이름의 진짜 자신의 인생을 찾은 그녀를 통해 그리고 쉰다섯이라는 나이에 꿈을 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그녀를 통해 나 또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서른.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가 여자로는 많은 나이, 새롭게 무언가를 하기에도 많은 나이, 꿈꾸고 도전하기에도 많은 나이라는 이야기였다. 우리 가족들은 딱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유독 가족 외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 사실 요즘 가족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많이 불편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내가 답답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조언들이 나에게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 이제 난 무언가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구나, 이번 내 생은 말아먹은 거구나, 그런 생각만 들 뿐.

그런데 쉰다섯, 나보다 더 많은 나이의 그녀가 새로 무언가를 하겠노라 이야기를 하는데 왜 내가 더 기쁘고 위로가 되던지... 비록 그녀가 겪은 절망과 내가 겪은 절망은 다르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겪고 있는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면 그녀처럼 더 깊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겨 그랬던 것 같다.

그 공간에서 때로는 억울해 미칠 것처럼 몸부림치며 내 처지를 비관했다. 이대로 영영 내 삶은 끝나는 건가,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그렇게 절망에 지쳐갈 무렵 나 스스로 일어설 앞날의 희망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코끝을 스치는 계절의 향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더하거나 부풀리지 않은 그대로의 것들이 주는 싱그러움을 만끽하게 됐다. 어느덧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졌던 마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p. 84-85)

엘리베이터 사건으로 그녀는 그녀가 꿈꾸던 해피엔딩으로 결혼생활을 끝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을 되찾고, 자신의 꿈을 되찾게 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절망에 울부짖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절망 끝에 온 더 큰 희망을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은 좋은 일만 일어나지도, 또 그렇다고 불행한 일만 일어나지도 않는다(p.173)는 말을 새삼 다시 되새겼다.

그는 '다 달라는 자'에 불과하고,
나는 '다 가진 자'였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다 가진 자'다.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가지고 있고, 다재다능하며, 무엇보다 꿈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핑계로, 자신의 처지를 핑계로 주저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포기하고 주저앉는 대신에 다시 꿈을 꾸며 일어났다. 예전만큼의 물질적인 풍요로운 삶은 아니지만 대신 그녀는 그때보다 더 큰 행복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서정희의 <<정희>> 중에서
거짓 없이 내 삶을 받아들이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절대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가진 바보들에게,
나와 같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는 꿈.
세상과 소통하며 소외되고 고독한 이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꿈 말이다.
상처받아본 사람이 상처 입은 이들을 더 잘 치유할 수 있다.
내 인생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그 용기로 삶의 고통을 뛰어넘는다면 그날의 사건,
그리고 갇혀 있던 나의 32년이 가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그녀의 한 가지 꿈은 이루어진 것 같다. 이번에 <<정희>>를 읽으면서 나는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상처받아본 사람이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그녀가 전하는 말에는 정말 진심이 느껴졌다.

당신들은 세상의 모든 꽃을 꺾을 수 있다.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딸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시인 네루가 쓴 글을 읽고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응원해주는 글 같아 그 글이 적힌 담벼락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자신을 꺾을 수는 있지만, 자신 안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자신에게 봄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p.155).

그녀의 외침은 그녀를 위한 외침이기도 했지만, 세상 풍파에 꺾이고 꺾여 너덜해진 사람들에게 외치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래, 꺾일지언정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이제 나의 인생에도
새로운 꽃이 피어날 거라고 믿는다.


요즘 딱 내 심정이라 한참을 머물렀던 페이지. 나만 빼고 전부 행복해 보여 질투가 나 미칠 것 같던 시간들. 지금 난 내 인생에서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 겨울이 가고 나면 따뜻한 봄이 와 내 인생에도 새로운 꽃이 피어날까? 그녀처럼 나도 피어날 거라고 믿고 싶다.

서정희의 <<정희>> 중에서
나를 사랑하는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
포기하며 좌절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
(p.197)


요즘 나를 너무 미워했던 것 같다. 너 왜 그렇게 한심하냐고, 왜 그렇게 겁이 많냐고, 왜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다그쳤다. 못나도 평생 함께 해야 하는 나인데. 이제부터는 부정적인 말 대신 긍정적인 말을 나 스스로 나에게 해줘야겠다. 사랑한다는 말도 해주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포기하지 말고 겁먹지 말라는 말도 함께 해줘야겠다.

어설픈 동정심으로 그녀를 위로해주겠노라 말했던 나를 반성한다. <<정희>>를 만나기 전까지 난 그녀가 많은 걸 '잃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잃은 게 없다. 뺏으려고 하는 자로부터 온전히 자신을 지켜냈고 오히려 빼앗겼던 온전한 자신과 행복을 되찾아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오히려 자신처럼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위로까지 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위로해주겠노라 말했던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덕분에 내가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었다고 말이다.


오늘도 두 번째 스무 살을 향해 달리고 있을 그녀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서정희의 <<정희>> 중에서
사랑은 그냥 사랑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사랑처럼 '그냥' 느끼게 되는 그런 사랑이 빨리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 불안 속에서 더 나은 순간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
손현녕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래 들어 에세이집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책들도 이쁘다 보니 자꾸 손이 간다. 하지만 읽을 때는 많은 위로도 받고, 공감도 많이 하며 읽지만 막상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을 때는 너무 공감되는 것들이 많아서인지, 단편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인지 생각나는 내용이 많지가 않아 되도록이면 다른 분야의 책들을 찾아 읽으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이라는 책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두려고 했었다. 제목이 예뻐 혹했던 마음을 어렵게 누르고 있던 것도 잠시, 결국 그 내용이 궁금해 찾아 읽게 된 책 소개 글로 그만 이 책을 읽고 말았다.

독립출판물. 거듭된 불합격.


아직까지 독립출판물을 접해보지 못했다는 호기심과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를 못 찾고 있는 나의 방황의 원인이기도 한 거듭된 불합격을 저자도 겪었다는 동질감에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손현녕의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중에서


마음까지 든든한 어른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이 책을 펼치고 만난 첫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마음까지 든든한 어른이 된다는 거 그래 정말 쉽지 않지, 하며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에는 저자의 거듭된 불합격으로 인한 답답함과 앞서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 그리고 어렵고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했던 저자들의 노력과 다짐들을 엿볼 수 있었다.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 접은 모서리들이 많다. 모두 소개하면 좋겠지만, 이 책을 읽을 누군가를 위해 비워두고 행복해지기 위해 했던 저자의 소소한 노력들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읽으면서 나도 해봐야지, 싶었던 것들이라 나를 위해서도 남겨본다.

구매 목록
손현녕의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중에서


더 나은 사람 되기


나 역시 사고 싶은 목록들이다. 요즘 많이 무기력해지고 어디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어떻게 하면 좀 더 생기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디에든 몰입을 하면 따분한 내 삶이 조금은 버틸만할 것 같은데 흥밋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하루 30분 책 읽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했던 터라 새로운 게 필요했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볼까 생각을 하던 중 이 글을 읽고 나도 나만의 구매 목록 혹은 버킷리스트를 정말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 일기
손현녕의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중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를 읽고 처음 감사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사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고,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감사일기로 불행했던 자신의 삶이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깟 일기 하나로 그렇게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심만 수차례. 계속 이어지지가 않았다. 비공개로 몇 편 쓴 게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써지지가 않았다. 당장 눈앞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건너뛰기가 일쑤였다. 일기라는 생각에 남에게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비공개로 썼던 것인데, 아무래도 하루 30분 책 읽기처럼 공개를 해야 습관이 들려나 보다.

만약 짜증 나고 화나는 일만 세어가며
하루를 마친다면,
매일을 짜증 나는 일들로만 채우고 있을 테니.
결국 세상은 그대로이고,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만 하면 된다.


다시 또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을 만났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사 일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나 보다. 요즘 자꾸 나쁜 생각을 안고 잠자리에 드니 푹 자지 못하는 게 아닐까. 다시 찾아온 이 불면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감사일기를 다시 써봐야겠다. 이번에는 제대로 말이다.

월요일의 메모
이번 주에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영화, 보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음악 등 소소한 희망사항을
써보는 거예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메모지에 달성 여부를 적고 자물쇠가 달린 상자에
메모지를 고이 넣어둬요.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 주에 할 일들을, 하고 싶은 일들을 적고 실천해 나가면 좀 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내일부터 나도 해봐야겠다.

사랑하는 너에게
꼭 끌어안고 내가 네 편이라고
몇 번이고 얘기해줄게.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남기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요즘 '나는 네 편이야.'라는 말이 다른 그 어떤 말들보다도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버리지 (반양장)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롭 무어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레버리지.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기업 등이 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자본은 적게 들이고 타인의 자본으로 자신의 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흔히 부동산 투자나 경매할 때 사람들이 대출 받는 것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레버리지를
인생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이번에 읽은 롭 무어의 <레버리지>는 이 물음에서 시작한다.

자기자본은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오백 채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인생에도 레버리지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수행하고, 잘하지 못하는 일들은 타인의 시간과 재능을 빌려 맡김으로써 마냥 열심히 살 때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서 말이다.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인생의 레버리지가 왜 필요한지, 레버리지를 적용한 삶이 어떻게 풍요로워지는지 여러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미 레버리지를 적용해 부자가 된 여러 사람들을 소개하며 레버리지야말로 자본주의를 내 편으로 만들고,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자본을 증식하는 방법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레버리지 할 것인가 레버리지 당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며 산다. 사회는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있을 거라고 말하며 '열심히'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열심히 살았음에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유로운 삶과 경제적인 자유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이기만 하다. 레버리지를 삶에 적용해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레버리지 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그만 레버리지 당하고 레버리지 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끊임없는 노동과 희생의 규칙을 깨고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부를 증식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며 살라고 한다. 누구나 생각만 바꾸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하나 배우게 된 것 같다. 마냥 열심히 살라는 흔하디흔한 자기 계발서하고는 달라 확실히 신선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과 사례가 많이 부족해 아쉬웠다. 왜 레버리지를 적용해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참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와 감정 조절을 하라, 비즈니스 도서를 읽어라는 식의 조언들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가진게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움되는 방법들이 아니었지 않나 싶다.

또 내가 다른 사람의 레버리지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레버리지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씁쓸하기도 했다. 역시 나는 부자가 되기는 그른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제적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맞는 조언들이 많았고,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들도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나아가 경제적 자유까지 누리고자 할 때 적용하면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레버리지 당하지도 레버리지 하지도 않으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