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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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한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 나쁜 짓을 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 주인공이 되어 그들을 혼내주는 상상을 말이다. 세일러문처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외치지는 못하더라도 몰래 숨어서 소심하게나마 혼내주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 뒤에는 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오죽하면 어렸을 적 만화영화를 보면서 했던 상상을 이 나이 먹어서도 하게 되는가 싶어서, 왜 정의롭다는 법은 현실에서는 정의롭지 못한가 싶어서, 정직하게 살아라고 가르쳤던 사회가 정작 정직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는 그럴듯한 회사 이름까지 갖추고 있다. 대표이사는 은둔형 외톨이에 식물과 교감이 가능한 채널러이고 그의 스승이자 <<민초정론>>이라는 작은 신문사의 발행인이 이사로 있다. 또 법률고문으로 검사인 그의 친구가, 행동대장으로 2H FLOWER을 운영하고 있는 꽃가게 아가씨가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동물 학대자, 4대강으로 대국민 사기를 친 교수, 언론인 등 교묘히 법망을 피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식물들과 힘을 합쳐 복수를 한다.

물론 현실 속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속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이외수 선생님이 장편소설로 돌아오셨다. 식물 교감 채널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가 그것이다.

카카오페이지를 이용을 안 해서 몰랐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미 연재된 이외수 선생님의 최초 모바일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설이 굉장히 트렌디하다.

식물과 대화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니. 식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억울한 사람들을 돕고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이야기라니.

어떻게 보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나마 악취 풍기는 세상을 정화시키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이 느껴지던 소설이었다. 만일 저런 회사가 정말 있다면 당장에라도 취직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4대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집 근처 낙동강을 볼 때마다 정말 답답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없었던 녹조들이 4대강 사업 이후 한가득 생겨난 모습을 보면서 저 물을 우리가 마실 텐데 싶어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4대강 사업을 진행시킨 관련자들을 그 녹조라떼에 빠뜨리던 장면은 정말 속이 후련해지던 장면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전체적으로 설렁 설렁 읽히는 소설이다. 그러다 마지막에 딱 막힌다. 향나무 거수님이 주인공에게 낸 얼음 속 개구리 살리기 문제는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답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해 향나무 거수님은 주인공에게 그런 문제를 낸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을 해대고,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한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치졸한 사람들에게 피해자들을 대신해 통쾌한 복수를 해주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다. 그냥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더는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 주인공이 되어 갑질을 해대고 세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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