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 -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외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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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청춘의 가격 :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저, 2017. 3., 243쪽, 사계절


한국사회는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대량해고 사태를 겪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장률과 더불어 고용안정성과 소득상승률이 꺽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IMF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10년 뒤 미국발 금융위기로 또 한번의 고비를 맞이했다.

IMF 사태가 기성세대의 삶에 충격을 주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누적된 정책 실패와 겹치면서 청년들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이 청년기에 거쳐 야하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안정된 직장 중 최고라는 공무원 시험과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매년 치솟고 있다. 청년들은 ‘생활’과 ‘생존’ 사이 어디에선가 쫒기고 있으며,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에서 청년들의 처지와 조건에 대해 신간을 내놓았다. 새사연은 청년들이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요소들과 그것을 획득하기까지 필요한 비용 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책 안에는 청년 노동자의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는 4명의 청년들과 자세하게 인터뷰를 한 결과를 담았고,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하는 통계수치를 모으고 분석했다. 4명은 연애 및 결혼, 주거, 여가, 노동 시장과 노동 환경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투자된 사회적 개인적 자본의 총량을 유추해보고, 이후 청년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임금과 소득으로 돌려 받는 비용을 계산하여 청년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드러낼 것이다”(17쪽)


<청춘의 가격>에는 여러 가지 통계수치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연령별 시간당 정액 급여(도표1)는 청년세대(19~29세)의 급여가 65세 이상 노인세대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사회 임금 구조의 가장 아래 쪽을 받치고 있는 집단은 나이 어린 청년임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서비스직, 특히 숙박음식점업에 집중되어 있는데(도표4), 한국에서는 단순노무직과 더불어 숙박음식적업 등 서비스직의 임금 수준이 가장 열악하다(도표5).


한국사회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1인 가구와 1세대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1인 가구는 2015년 기준으로 벌써 전체 가구 중 27.1%(도표15)에 해당한다.

그리고 청년 노동자들의 소비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및 수도광열비’로, 전체 연령의 1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높은 28% 수준이다. 자산(보증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열악한 주거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은 졸업장을 따기 위해 휴학과 알바를 반복하다가 결국 빚만 짊어지게 된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는 기본이고 사채와 다름 없는 고이율의 대출에 의존하는 대학생도 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의 수용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이나 지방에서 유학온 학생들의 주거지는 자취나 하숙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시원이든 다가구든 월룸이든 유형을 가리지 않고 보증금과 월세가 해가 다르게 치솟는데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규모는 ‘생색내기’ 수준일 뿐이다.

학자금 대출과 월세 내고 핸드폰값을 지출하기 위해 저임금의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시간을 할애하여 취업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것이며, 전공분야를 연마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


요즘 청년들이 직업의 안정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비정규직 및 불안정한 일자리의 임금은 수도권에서의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빚을 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부모세대가 자신들에게 해준 경제적인 지원을 내 아이에게 똑같이 해줄 자신이 없다. 1~2년 혹은 한 달이나 일주일에 불과한 계약기간을 감내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근시안적 태도를 버리고 멀리 보라고 독촉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청년은 당연히 힘든시기이니 더 힘든 이들을 보면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너의 길을 찾으라는 위로는, 현재와 미래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새사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급 6,470원(2017년)짜리 아르바이트에 꿈을 팔라고, 무급 인턴십과 저임금 단기계약직에 만족할 줄 알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은 오늘날 청년들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다. 그래서 성실한 청년일수록 높다란 취업의 벽 앞에서 ‘내 노력이 부족해서 사회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자기 탓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내달리다 결국 ‘포기’하고 ‘달관’하고 스스로를 ‘흙수저’로 규정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청춘은 제 빛깔을 잃고 스스로 목소리를 꺼버리고 만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는 것도,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주체도 청년세대다. 청년들도 동등한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향휴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 바로 청년세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현재에 고통받고 미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 결혼율과 출산율이 줄어들고 사회에 활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삼포세대’와 ‘오포세대’는 기성사회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결과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가장 막중한 임무와 역할을 떠넘긴 권력자들과 기성세대들은 이들 청년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나라에서는 첨년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눈이 높아진 것은 부모 세대입니다. 제 부모님도 그러셨어요. 제가 대학원을 그만두고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아무 말도 못하셨죠. 대기업-정규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은 부모 세대에 더 많아요." (30세 대학원생)


"전체 주택에서 장년층의 자가 소유율이 준다는 것은 그 자녀세대는 더 가난할 것이라는 말과 같아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미신을 걷어내고 빌려 쓰든 사든 간에 집에 애정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주택 문화와 제도를 사는 사람 중심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9세 시민단체 활동가)


“노동 시장 진입이란 건 취업이잖아요. 그런데 모든 청년들이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레슨이나 퀵배달을 하거나 학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면서 자기만의 꿈을 찾아가고 있는 청년들도 있어요."(30세 싱어송라이터)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가 잘사는 모습이에요. 또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잘산다는 것이 경제적인 게 아니라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었을 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27세 시민단체 활동가)


[2017년 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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