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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2년 11월
평점 :
강추!!
[서평] 신은미 저 <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을 읽고 / 2012. 11.,
383쪽, 네잎클로버
작년
말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북한 여행기를 읽었다.
신은미
씨가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한 여행기를 간혹 읽기도 했지만 단편으로 출간된 사실은 몰랐다. 그런데 작년 10월경 부터인가 페이스북에
다시 신은미씨의 여행기가 올라오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이 여행기를 토대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진행하는 ‘통일
콘서트’를 종편 등 극우언론에서 빨간칠을 하고 익산에서 멋 모르는 청년이 그 영향을 받아 황산테러를 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신은미씨의
여행기는 내용면에서 북한을 여행한 국내외 다른 여행객들의 여행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어쩌면 순진무구한 신은미씨의 심성과 세심한 글솜씨가
독자를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대구 출신으로 북한을 여행할 때까지 철저한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던 신은미씨에게는 자신의 편견이나
기존 지식으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북한의 현실에 대한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을 뿐이었다.
한국이나
미국 주류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주로 ‘폐쇄된 왕국’, ‘자유가 없는 나라’, ‘전쟁분위기로 물든 나라’, ‘일인교로
종교화된 사회’라는 부정적 인식이었기 때문에 신은미씨가 북한을 여행하면서 구체적으로 접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편견이 깨지면서
“북한도 같은 민족, 같은 동포가 사는 사회”를 새삼 깨닫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편견이
깨지는 경험은 이후 여행기에도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주민, ‘공개’ 연애를 하며 손을 잡고 평양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철전지 원쑤 미제국주의자 놈들’의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생들,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는 점 등을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아마 내 감춰둔
의식 세계에서 북한은 우주 밖, 외계인들이 사는 나라이길 기대했었나 보다. 아니면 속세와 단절돼 있어 그 어떤 평범한 상식도 통용되지 않는,
도깨비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신기한 나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했다는 일부 언론의 표현은 글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가 쓴 글의 주요내용 중 하나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는
“관광 봇물이 한 번만 더 터졌다가는 호텔 로비에 이불 펴고 자야 할 지경일 듯 싶었다”며 “수용 가능한 숙박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썼다. 이외에도 샴푸도 없고 비누도 하나밖에 없던 호텔,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하니 오렌지맛 환타를 주었던 식당, 사막의 산들처럼 황량한
북한의 산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에 나무를 지고 가는 모습, 농기구 없이 낫으로만 일하는 농부 등을 묘사하며 “내 입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살 에듯 저리다”라고 썼다.
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도 글에서 볼 수 있다. 탈북자, 천안함, 종교 등이다. 신씨의 남편은 ‘공산혁명의 수도’ 평양에 위치한 교회를
찾아 “목사님, 이 교회 진짜 교회 맞습니까? 혹시 가짜 교회 아닙니까?”라고 묻기도 하고, 여행 안내원과 천안함, 탈북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의
유적지에서 똑같은 역사를 가진 같은 동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어딜 가나 같은 동포라며 웃어주고 말걸어주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정 많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모습이었다. 이렇듯 신은미씨는 북한 여행을 통해 ‘얼마나 다를까’가 아닌 ‘이토록 똑같을까’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갈라져 남의 나라 사람보다 못해진 민족의 비극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조국에,
동포에게 무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여행기를
읽고나니 신은미 씨가 전하는 이북 사람들의 생활상은 종편에서 거창하게 떠들듯이 한국사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남북 동포들간의
민족동일성을 확인해주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도록 도와주는 내용입니다.
외세와
친일파에 의해 강제로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은 남북 동포들이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는 것보다 동질감을 갖는 것이, 날이 갈수록 서로
변하고 차이가 많아지고 있음을 아는 것보다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수록, 국영방송이나 주류매체가 선전하는 ‘보여주기식 생활상’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만나고 살핀 여행기가 많을수록, 서로 자주 접하고 만나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북한 여행기 내용으로 재미교포를 강제로 출국시킨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이
책은 출간되기 전 이미 2012년부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30여 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연재된 글은 거의 매회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다른 연재 기사들에 비교해도 현격하게 차이가 날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쪽지나 메일을 보내는 숫자도 조회수에 비례해 많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비난을 하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자의
글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는 글들이었다. 실향민, 이산가족 분들의 애절한 사연도 많았다.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사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았다.
이미
인터넷으로 책으로 여행기를 읽은 독자들이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북한 여행기를 직접 듣기 위해 조촐하게 모여든 것 뿐이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읽을 사람은 다 읽었을 것이다. 오히려 ‘익산 황산 테러’와 ‘신은미 강제 출국’으로 인해 책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왜 토크
콘서트를 방해하고 신은미씨를 강제출국시고 황선씨를 엉뚱하게 구속시킨 것일까?
신은미씨의
북한 여행은 남편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는 “북한은 평소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남편이 다음 여행지로 찾다 찾다 결정 내린 곳”이라며 “북한은
한국 국적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광을 허용하고 있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도 갈 수 있었다”고
썼다.
북한은
"세상에서 오직 한국인만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얼굴 생김새도, 피부색도, 언어도 똑같지만 한국 국적의 사람들에게만은 허락되지 않은
땅이다. 북한이 허가하지 않기도 한다지만 허가한다 해도 (남)한국인은 갈 수 없다. 정부는 정치적 목적으로만 방북을 승인한다. 승인이 없으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이라는 살벌한 죄목으로 처벌한다. 가진 자들만이 남북대화와 교류, 협상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에겐 관광을 허용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긴 너무 슬픈
현실이다.
신은미씨는
책을 출간하며 자신의 바람이 있다면 "자신의 북한 여행기를 읽고 단 한 사람만이라도 민족과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과 북의 어린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제발 끝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이,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첫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어차피 한국의 민주화도 80년대 중반 이후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력이나 언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주의도 평화도 통일도 반대하고 있다.
[
2015년 1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