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시진핑을 말한다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싸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배치하고 있는 ‘싸드’가 ‘북핵’을 빌미로 ‘중국에 대한 적대적 군사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에 대해 일종의 ‘단계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는 한국 정부의 ‘싸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2016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그리고 차분하고 체계적이며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정부는 ‘싸드 배치’를 결정하기 이전뿐 아니라 결정 이후까지 중국정부의 대응에 대해 아무런 예상도 대책도 수립하지 못했다. 따라서 기업과 자영업자,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의 이념과 체제, 역사와 문화, 조직과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나 서구체제와는 다르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지배하에 시장경제형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체제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시진핑이다. 한국에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별로 없다. 언론도 현상만 보도할 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와 문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주는 학자가 있다. 바로 도올 김용옥 교수다. 하지만 김용옥은 <도울, 시진핑을 말한다>에서 단순히 시진핑의 생애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시진핑의 생애를 통해 중국과 중국공산당의 과거와 현재를 말하고자 한다.

“나는 시진핑의 바이오그라피에 관하여 쓰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인생여정을 정치권력투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나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현대사를 하나의 철학으로서 다루려 하는 것이다.”

도올은 기존 한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진핑과 중국정치를 읽어낸다. 그는 시진핑이 후진타오로부터 일시에 당, 국가, 군의 최고지위를 모두 넘겨받았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이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도 군사위 주석 자리만은 넘기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초유의 국면”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후진타오 시대까지 계속된 상왕정치의 종식, 4반세기를 유지해온 장쩌민 권력의 단절로 해석한다. 또 시진핑이 원로정치를 봉쇄한 것을 두고 ‘시진핑의 독주’ 식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기나긴 적폐를 해소하고 중국의 행정체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만 할 핵심과제의 과감한 실천이라고 본다.

도올은 또 중국의 헌법 제정 과정과 당-군-국가 체제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고, 중국정치의 저변에 깔린 ‘인치’와 ‘민본’의 정신, ‘적우제’라는 지도자 선발 방식 등을 들여다보면서 서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중국 정치체제를 일당독재로 얘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의 5년제든 미국의 4년 중임제든 민생이나 민주주의는 거리가 먼 서구식 정치제도에 비하면, 오랜 기간 당과 행정 활동을 거쳐 8,800만 당원과 13억 인민에게 검증을 받아 단계적으로 승진하는 중국정치가 오히려 민생이나 민주주의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정치문화와 선거제도에서 ‘대통령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 문득 맥연회수(驀然回首)해보니 대통령이 되더라’식의 상황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아주 우발적으로 형성된 이상적 상황의 특별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쳐도, 중국의 정치적 리더는 선거라는 매카니즘에 매달리는 대신, 치세경륜에 관한 보편적 가치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그것은 민의에 충실하는 것이며, 대의를 구현하는 것이며, 공의를 창도하는 것이다. 주석이 되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다.”(243쪽)

도올이 시진핑 치세의 중국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한민족과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남북 긴장 문제에 있어서, 북핵 갈등 문제에 있어서, 싸드 문제까지 한국과 한민족의 평화와 미래를 위해 남북이 화해협력하고 주변 강국에 등거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은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매우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남북화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우리 민족은 중국·일본·미국·러시아 4대강국에 대하여 항상 등거리외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밸런싱 속에서만 우리 민족은 생존이 가능하다.
이 책은, 단순히 시진핑 개인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성들로 하여금 중국문명을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고, 한국의 정치인들로 하여금 시진핑과 같은 무게 있는 상식적 지도자가 중국을 영도하는 있는 기간 동안에 남북화해를 전진시킬 수 있는 그 많은 것을 따내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반만년 동안 우리의 우방이다. 미국은 몇십 년의 우방에 불과하다. 중국을 바로 이해하는 길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나는 시진핑의 정치개혁이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던져줄 수 있기를 갈망한다.”(10쪽)

책 후반부는 200쪽이 넘는 연표로 채워졌다. 통나무 출판사 편집부에서 작성한 ‘시진핑과 그의 아버지 시종쉰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현대사 연표’로 중국역사뿐 아니라 한국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

도올은 근래 저서 <도올의 중국일기>와 방송 <차이나는 도올>(JTBC)를 통해 상당 분량의 중국 얘기를 풀어냈다. 모두가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의 기초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2017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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