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 우리가 알고 있던 소유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
앨릭스 스테파니 지음, 위대선 옮김, 차두원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주제로 삼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빌려 쓰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21세기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경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들이 공유경제를 이해하려면 개인간 음악 공유방식, 즉 ‘소리바다’와 같은 P2P를 연상하면 된다.

‘공유경제’ 또는 이와 비슷한 단어가 최근 십 몇년 전부터 지구촌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사이에 언론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우버(택시)가 2015년 6월 서울시의 불법 판결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공유경제’가 아직 낯선 영역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공유경제 비지니스가 전체 경제영역 중 규모와 분야 면에서 이미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사용빈도가 낮은 자산을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게 제공하면서 작은 이득을 취하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

우버 UBER(2009년)와 리프트 Lyft(2012년)는 자가용 택시, 스냅카 Snappcar와 블라블라카 Blablacar(2006년)와 릴레이라이즈 RelayRides(2010년)는 개인간 자동차 대여, 스핀리스터 Spinlister(2012년)는 자전거 공유, 스쿠트네트워크 Scoot Network는 스쿠터 공유, 크루진 Cruzin는 보트 공유, 시더스와 랜딩클럽 LandingClub은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크라우드큐브), 포시마크 Postmark는 중고옷 매매(트레이지/스레드업 thredUP), 네이버굿즈 Neighbergoods는 잡화 공유, 체크는 교과서 대여(하드닷컴
Half.com
),
홈푸드 Home Food(2004년)는 음식 공유(피스틀리, 쿠크닝, 밀미츠, 잇위드), 쿠키스토 Cookisto는 요리사 음식 배달, 베이어블
Vayable는 현지 안내자(5천명), 독베이케이 Dogvacay는 애완견돌봄, 태스크래빗 TaskRabbit은 시간제일자리/공유노동 플랫폼,
타임리퍼블릭 Time Republic은 시간거래소 등...


 

2009년에 설립된 우버는 2015년 현재 기업가치가 510억 달러로 공유경제 분야에서 세계 1위다. 2008년에 설립된 에어앤비는 250억 달러로 3위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공유경제의 규모를 연간 150억 달러로 추정한다.

공유경제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본주의(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저자 엘릭스 스테파니는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에서 21세기의 어떤 조건이 공유경제를 탄생시켰는지, 그리고 선구자들이 어떤 아이디어와 창업과정을 거쳐 비지니스에서 성공했는지 친철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공유경제의 바탕이 되는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을 소유한 개인들, 공유경제를 매력적으로 대하는 사용자들, 기존 경제체제에서 소외되어 뛰어든 일부가 공유경제에서 혜택(이윤)을 얻은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기존 대기업들과 금융자본둘이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들, 그리고 경쟁하는 상황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전세계 각 정부와 지자체들이 공유경제에 대해 낯설어하고 규제의 장벽을 높이고 낮추는 과정도 소개한다. 공공적인 규제기관들이 규제를 가하거나 철폐하는 이유가 공익적인 것이든 기존 기업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든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양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저자 스스로도 “공유경제가 부를 재분배하거나 사유재산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아마 굉장히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테파니는 공유결제를 ‘정제된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그는 공유경제 영역에서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교훈들은 모두 자본주의 비지니스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들이다.(스타트업의 발상을 찾아라. 큰 시장을 노려라. 자신의 시장을 알라. 정직하라. 유리한 곳에서 싸워라. 대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한다. 공동체를 만들어라. 세계적으로 키워라. 등)

출판사도 “사람들을 소유욕에서 자유롭게 하고, 공유할수록 더 다양한 것을 풍족하게 누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분명 매력적이다. 물론 기존 기업과 기득권층, 그리고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워할 만한 현상만은 아니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미래 비즈니스를 이끌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소개한다.


 

진보적 성향의 온라인 잡지인 <뉴 인콰이어리>는 “공유경제가 부상하는 원인은 예전에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던 사회적 생활의 양상에서 새로운 이익의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요구 때문이다.”라고 표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용어부터가 완전히 사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탐욕스러운 회사에 도덕이라는 허울을 씌우려 하는 기업가들의 집단적인 시도라는 것이다. 영국 노팅험 대학의 존 하비는 “공유라는 단어를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데 쓰려는 사람들의 입에서 다시 빼앗아 와야 한다”고 말한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를 읽은 후, 필자는 ‘공유경제는 자본주의’라는 저자의 규정에 동의하였고 <뉴 인콰이어리>의 표현에도 적극 공감한다. “공유경제는 비지니스”다. 그것도 자본주의의 생리와 전개과정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생산수단이 없는 금융 자본주의식 비지니스’다. 구조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저자가 선구자(선지자)라는 부르는 국제적 공유경제 기업은 캐피탈의 엄청난 자금투자를 받아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선두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공유경제의 선두기업들이 대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공유경제 창업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성공이자, 세계적인 금융자본이 이윤을 더 보탤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저자가 공유경제를 설명하면서 ‘이기적 공유자’라는 인간의 DNA를 인간사회의 내재적 원인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결국 공유경제는 경제영역 전체에서 전세계적으로 꽉 짜여진 자본주의 대기업들의 수익체계에서 후발주자들이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발견해낸 ‘틈새시장’인 셈이다.


 

오히려 공유경제는 선의와 도덕으로 사용가능하고 사회적 경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개인들의 각종 자산을 자본주의 이윤추구에 포함시켜버렸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금 자본주의가 ‘괴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과 자본주의가 파고든 영역에 대해 또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허울뿐인 공유경제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와 도덕 그리고 공동체주의에서 탄생한 사회적 자본과 사회주의 또는 사회적 경제가 어떤 점에서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에 대한 공유와 협력을 놓쳐버린 것인지에 대해...


 

스테파니의 말대로 "더 이상 공유경제는 일부 스타트업, 경제 전문가들만 이해하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미래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유를 누리면서 좀 더 평등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 할 전 세계적 트렌드다.(소유와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나 동양사회는 저자가 제기하는 ‘공유경제 비지니스’가 확산되기 쉽지 않은 사회문화가 자리잡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과 자본은 머지 않아 동양사회에도 밀어닥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등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공유경제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비즈니스의 미래를 바꿔 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함께 사는 대한민국’ 그리고 사회적 경제를 위해 독자들이 노력할 때 ‘공유경제 비지니스’에서 통찰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2016년 10월 공부모임 교재로 채택되어 읽게되었다.


 

[2017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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