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 - 신경제가 약속한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폴 크레이그 로버츠 지음, 남호정 옮김 / 초록비책공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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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폴 크레이그 로버츠는 공급중심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입안하여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였던 스태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독립언론인이다.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글로벌리즘이라는 ‘신경제’를 받들고 있는 동안, 신경제의 동력인 ‘규제철폐’와 ‘역외이전’이 제1세계에는 중산층의 몰락을, 제3세계에는 환경파괴와 빈부격차를 가져오고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서  <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제3세계뿐 아니라 미국 내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에게도 지옥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로버츠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국의 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유일하게 온전한 경제였다는 점,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금융패권을 이용하여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로 꾀어낸 나라들을 약탈, 즉 보조금을 얻어냄으로써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점들은 무시되어 왔고, 미국의 성공에 자유시장이 기여한 부분은 과도하게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경제가 번창해온 것은 “한국인들의 근면함”덕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해준 대가로 워싱턴이 제공한 경제적 편익 때문”임을 콕 집어 지적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그에 따르면 한국의 성공이 치르는 비용에 대해 로버츠는 “한국의 대외정책이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점과 이에 따라 북한과의 통일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적 성장에 미국 정부가 개입되어 있고, 그에 따른 대가로 국가주권이 상실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미국 학자나 언론인이 드문데, 로버츠는 서문에서 한국 기득권층이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꼬집어 들추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일반인들이 상당수인데, 늦지 않게 그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로버츠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주도해왔던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먼저 상기시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실질소득이 아닌, 부채 증가로 버텨왔으나 더 이상 소비를 늘리기 위해 부채를 증가시킬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해직당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고, 설령 직장을 구했더라도 다수는 자신들의 급여 수준으로 주거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부모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있다. 아울러 수백만의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가압류의 처지에 놓여 있으며, 전문직 기술자들은 월마트의 계산원이 되었거나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 중산층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무너지고 있다.

유럽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그리스의 채무위기를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같은 피그스(PIIGS)에 속한 나라들 또한 국가부채위기에 처해 있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 경제는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처방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깊은 불황의 골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며, 경제 불황뿐만 아니라 몰려드는 해외 난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은 최근 브렉시트(Brexit)를 선언하며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에 휩싸여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촌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미국의 각종 경제통계는, 세계화가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그리고 중산층의 소득을 크게 하락시켰음을 보여준다.(숫자로 보는 미국 빈곤층, 1930년대 대공황 수준:
https://kr.sputniknews.com/opinion/201606141489251/)

로버츠는 이 책의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팽창 정책을 펼쳤음에도 미국의 소득불균형이 악화되고 실업률은 줄지 않는 이유를 바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인들을 다시 일하도록 만드는 팽창정책에 부응할 직장이 더 이상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로버츠는 많은 전문가들이 소득과 부의 분배가 악화된 것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를 꼽고 있지만, 과세 문제만을 강조하다 보면 일자리 역외이전이 소득과 부의 분배에 끼친 악영향이 간과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유층에게 과세를 한다고 해서 대다수 미국인들의 실질소득 감소가 시정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인들의 소득상실은 결국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소득이 경영자의 보수와 주주의 자본이득으로 바꿔치기 당했기 때문임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이라는 기치 아래, 미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임금이 싼 해외 노동력을 들여와 미국의 노동력을 대체하였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을 만드는 곳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고, 미국 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정보통신 같은 전문직 또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이 분야 역시 해외로 업무를 이전했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들을 데려와 앉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문직에 취업을 하는 중산층의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미국은 유럽도 똑같은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이끌었다. 그리하여 제1세계 일자리는 종말을 맞았다. 제3세계 농촌공동체 사회는 대규모의 단일경작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화 혹은 글로벌리즘이라고 부르는 실상이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각종 경제이론에 토대를 두었지만 엄청난 실패를 가져왔을 뿐이다.

로버츠의 경고처럼 경제이론의 실패는 자본주의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자원을 배분하지 못한다. 이윤은 더 이상 사회복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회복리에 기여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이제 진실이 아닌 것이다.

실패한 경제이론에 의한 정책 실패의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는 부유하거나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강타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바탕이 된 오늘날의 주류 경제이론이 가난한 제3세계 나라들을 노린 제1세계의 음모라고 해석하지만, 저자 로버츠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요되는 긴축의 논리가 제1세계 노동자의 미래를 망가트리는 데도 적용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밖에 로버츠는 늘어나는 외부비용과 줄어드는 자연자본을 간과한 오늘날의 경제학이 글로벌리즘을 만나 제1세계, 제3세계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파탄시키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단기적인 이윤을 위해 자연자본을 고갈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임에도 경제학자들은 이런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오히려 경제이론을 단순화시켜 거대한 금융자본이 전 세계의 소득과 부의 흐름을 독차지할 수 있게 했다는 등의 그의 이야기는 논리정연하다. 경제이론의 전제를 단순화했다는 것은 ‘시장은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전제를 말하는데, 로버츠는 이것이 미국의 경제정책으로전환되어 2008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 중인 금융위기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3부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어떻게 주권국가들의 권한을 침탈하고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들에게 긴축을 강요하는지를 설명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월 스트리트가 정크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시작되었다. 골드만삭스는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그리스의 부채 규모를 가려주었고, 그 덕분에 그리스는 유로존에 편입할 수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낮아진 이자율을 이용하여 저렴하게 국채를 발행, 재정지출을 늘렸으며 부동산 위주의 성장 정책을 폈다. 이와 더불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전후 그리스에는 저리의 막대한 해외 차입금이 들어와 건설과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은 결국 꺼졌고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 문제는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국제수지에 문제가 생긴 제3세계 국가들에게 IMF가 강요하는 것들과 동일하게 처리되었다.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강요되는 긴축이 결국 은행가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로버츠는 그리스의 예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사태의 선례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정치적인 주권은 사라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본질적으로 유럽연합의 관료체제는 국민이 뽑은 선출직이 아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대표가 아닌 이들은 모든 권력을 쥐고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통치하려 한다. 그는 그런 숨은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로버츠는 유럽 사람들이 왜 미국의 극소수 이익집단을 위해 희생을 하려 하느냐고 물으며, 만약 유럽이 단일시장을 만들기 위하여 경제적 통합을 원한다면 그 통합은 미국을 조종하는 특별한 이익집단에 봉사하는 대신 독자적인 사명을 찾아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미국과 더불어 서구 세계 국가들이 경제성장 모델에 기반을 둔 ‘신경제’를 계속 추구해 나간다면 장래는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헛된 짓이며 불법적인 전쟁들을 끝내고 과식 상태에 있는 군 예산을 삭감한다면, 해외로 빠져나간 생산을 국내로 돌리고 상품을 국내에서 만드는지 해외에서 만드는지에 따라 세금을 물린다면, 그리고 단기적인 수익률에 따라 지급되는 경영진의 성과급을 없애버리고 경영자로 하여금 장기적인 시야를 갖게 만든다면,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한 기회의 창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인공자본을 쌓아올려 경제성장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비어있는 세계’의 경제학은 이제 종착지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경제학은 ‘정상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정상경제학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에 초점을 두는 경제학이다. 성장을 중단하자는 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발전, 더 나은 농사방법에 의한 성장을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군대의 축소, 신자유주의가 폐기한 금융규제 등의 부활, 보호무역주의 등을 주장하는 데, 작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후보의 정책공약과 여러 부분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

필자는 <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을 통해 신종플루가 미국 기업에 의해 세계최초로 등장했음과 GMO 농작물이 인류에게 재앙으로 닥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2017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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