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외교의 침몰 코리아연구원총서 7
서보혁 외 지음 / 풀빛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6년 전, ‘6.4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3월 26 서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되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시작해 2007년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이르기까지 순항하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삐걱대다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엄청난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그 이후 2017년 현재까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동북아정세 역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와 이에 대한 북한.중국.러시아의 반발로 위태롭기만 하다.

 

이 책은 천안함 사건 1주기를 계기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천안함 외교’로 이름 붙인 남한 정부의 대북 제재와 긴장 고조 행위가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안보 혹은 국익, 시민의 입장에서는 인간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대안을 찾아보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물론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한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정책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보다 2년 전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이미 정책의 방향이 변화했고, 그것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부정적인 반작용을 수반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정권 교체도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북핵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친 일차적인 독립변수였지만, 천안함 외교가 발동되면서 종속변수로 바뀐 것처럼 보인다.)

 

천안함 사건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각 분야별 전문가가 진단하는 형식으로 엮어진 이 책은 ‘총론’에 대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정치군사’에 대해 김종대 편집장, ‘남북관계’에 대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한미동맹’에 대해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북핵’에 대해 서보혁 연구교수, ‘북한’에 대해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미중관계’에 대해 박홍서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등의 글이 실려있다.

 

서보혁 연구교수는 총론 격인 ‘천안함 외교의 침몰과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대전환’에서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평가한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외교는 침몰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호는 계속 순항해야 한다”며 ‘평화.통일 외교노선’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평화.통일 외교노선’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군사동맹 중심의 동맹외교를 21세기 국제정세 및 남북관계의 발전을 예비하는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의 수립, 선린 균형외교와 다자안보협력의 추진, 민주적 평화국가상의 확립을 세 가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각론에서도 김종대 편집장이 묘사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의 대북 군사정책 변화 과정’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공식 보도를 기본 자료로 북측 입장을 폭넓게 검토한 홍익표 겸임교수의 글은 북중 경협이 한반도 정세와 북한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글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한반도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제반 문제들을 검토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부록에 실린 천안함 사건 관련 일지와 남북 정부의 주요 발표문, 참여연대의 입장과 의문점 제기,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등 기초 자료도 유의미하다.

 

다만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복잡난해한 속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겠지만 다소 지나온 과정에 대한 설명 비중이 높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간략한 점이 아쉽고, 사실과 추정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대목들도 더러 눈에 띈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진실공방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실 여부와는 다른 각도에서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에서 갖는 외교적 함의를 짚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대북 제재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같은 일련의 긴장 고조 행위를 중심으로 하는 ‘천안함 외교’는,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진단한 ‘대북 외교’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와 한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유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르면 다음 주에 압도적 다수의 주권자들이 요구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무의미할 수 있다.

 

 ‘탄핵’은 지난 9년 간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쌓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적폐의 주요 내용 중 남북관계와 동북아 외교의 파탄을 빼놓을 수 없다. 2개월 후 새로 탄생하는 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망쳐버린 남북관계와 동북아외교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를 바란다.

 

[2017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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