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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정창현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1년 2월
평점 :
추천 [서평] 북한 정치체제의 형성과 변화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정창현 저, 2011. 02., 375쪽, 선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은 벌써 3번째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향하는 대상은어디일까. 과연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조중동 신문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주장은사실일까. 북한은 그냥 단순한 불량국가이고, 테러지원국이고, ‘수령독재’ 국가이고 인권유린국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2016년의 북한체제를 구성한 지난 70~80년간의 북한 역사에 대해서도 우리 대부분은 무지하다. 다음 질문에 어느 누가 분명한 근거를 대면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진짜 인물인가 가짜인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인가 단체인가. 북한은 소련-러시아나 중국에 종속된 ‘괴뢰국가’인가 독립적인 국가인가. 북한의 다음 행보는 예측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북한의 수령제 정치체제는 어떻게 확립되었나. 박헌영과 이승엽은 미제의 간첩인가.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은 누가 주도했나. 김정일은 괴물인가 천재인가. 김정은은 어떻게 후계자가 되었는가. 포스트 김정은은 어떻게 될까. 북한붕괴론은어디까지 신뢰할 만한가.
한국인 대다수는 언론을 통해 북한 정보에 접근한다. 북한연구자들은 북한에서 간행한 원자료를 접하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언론보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언론이 보도한 지금까지의 북한 관련 기사는 ‘오늘자 북한기사, 내일이면오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조롱받을 정도로 허술하다. 국가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잘못된 대북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게다가 오보로 확인된 기사라고 해서 특별히 정정되지도 않는다. 신뢰도가떨어지는 탈북자들의 일방적 감정적인 발언이 여과없이 종편에 넘쳐난다.
저자 정창현은 북한전문가로서 그런 점이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한 저자는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때를 계기로북한의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를출간했다.
저자는 1990년대에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을 다니면서 북한현대사의 생생한 증언들과 자료들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그중 일부는 신문과 월간지에 보도했지만 모두 싣지는 못했다. 특히 일부 증언에서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거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언과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수집한증언과 자료들이 북한현대사 이해와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한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저자는, 북한의 현대사가 ‘수령’을 정점으로 하는 ‘수령제 정치체제’의 형성과 발전의 역사이며, 이 과정은 후계체제의 형성과 계승의 역사와 중첩된다고 설명한다.따라서 북한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령제 정치체제의 기반을 마련한 김일성 주석과 수령제 정치체제를 이론화하고 체계화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적과활동을 파악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수령, 총비서, 주석, 후계자 등 낯선 북한의 용어와 개념을 파악한다면 북한사회를 파악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북한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수있다는 것이다.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는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 북한을 통치해 온, 북한의 최고지도자 3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북한이 현대사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192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후계자가 등장한 2010년까지의북한역사를 포괄한다.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그리고 북한의 현대사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막중하다. 그들은 북한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직책, 즉 중앙위원회 총비서, 제1비서,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시대의 수령제 정치체제로 시작하여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유일지도체제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북한의 현대사는 곧 최고지도자 3인의 변화와 후계체제 그리고 미래의 북한을 예측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출판사는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북한현대사와 북한의 정치지도자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평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소개한다. 책 속에는 북한에서 당,정의 고위직에 근무하다 소련으로 망명한 조선인 2,3세들이 말하는 해방 후 조만식의 행적에 대한 증언, 남로당 2인자 이승엽의 친일활동과 간첩활동에 대한 증언과 자료, 전 조선노동당 조직부장의 허가이 부수상 자살사건의 전모, 소련 외무부 극동국에서 일했던 파메노프의 ‘8월 종파사건’에 대한증언 등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특히 북한은 6。25전쟁 이후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체계가 형성됐고, 1974년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한 후 20여 년간 후계체제가 형성·운영돼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형성하였다.정권 수립 이후 여러 차례의 권력갈등을 거치면서 단일한 혁명전통과 정치세력이형성된 것이다. 또한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가 당의 권위가 약화되고 당과 군의분리 현상이 나타났지만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영도가 확고해 체제유지의 핵심인군부가 수령과 당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북한 이해에서 특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북한 사회주의의 보편성을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령제를 단순히 개인숭배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북한이 1950년대 이후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와는 다른독특한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이 소련과동구사회주의가 붕괴한 후에도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바로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후계체제는 다른 사회주의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북한사회가 갖고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수성을 보여 준다. 우선 북한의 후계체제는 권력의 1인자와2인자가 30년 가까이 분점 혹은 영도와 지도라는 이중 체계를 통한 병립으로 유지돼 왔다. 권력 속성상 이렇게 오랜 기간의 권력 분점은 사회주의국가뿐만 아니라자본주의국가의 권력 교체와도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북한현대사 이해는 이러한 북한의 독특한 경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만 가능할 것이다.”(22쪽)
북한은 한편으로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 후 63년째 휴전선을 마주하며 군대를대치시키고 있는 국가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5천년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민족이다. 언제든지 권력자의 음모나 작은 실수로 인해 전쟁 참사가발생할 수 있는 ‘휴전협정 체제’의 분단국이다. 북한도 남한도, 그리고 미국과 일본도 매년 대형 전쟁연습을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아는 것도 없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꺼린다. 즉, 한국인에게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조차도 ‘금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의 끔찍한 기억과 이승만부터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수구(군사)독재정권의반공,반북 이데올로기, 왜곡된 정보 및 각종 제도에 의해 대다수 한국인들이 억압되고 세뇌된 과정이 지속되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인 개개인은 아무 주체적인 의식이 없는 ‘개돼지’가 아니다. 현대사회는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어렵지않게 알아볼 수 있는 책과 인터넷과 동영상이 존재한다.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되는 사회 수준도 아니다.
북한에 대해 색인경을 쓰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게 되면 북한을 붕괴시키고 싶은극우보수세력도, 북한을 한민족으로서 존중하며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개혁보수세력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진보세력도 헛발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할 가치가 있다.
손석춘 저 <박헌영 트라우마>로 시작한 북한의 역사(현대사)에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해외의 한반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 교수의 <김정일 코드>에 이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전문가로 정평이 난 정창현 교수의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로 이어진 것이다. 손석춘은 <박헌영 트라우마>에서 북한 정권의 박헌영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이며 ‘부당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창현은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에서 이승엽의 종파활동과 간첩행위에 대한 여러 증거와 증언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친일파에 대한 미청산이 이승엽의 간첩행위와 반국가행위를 불러왔으며, 해방 전부터 이승엽과 행보를 같이하면서 이승엽을 지도하고 관리한 박헌영 역시 이승엽의 각종 범죄와 책임에 연관되어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박헌영의 활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 필자 역시 ‘박헌영 재판’과 ‘평가’를 다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 2016년 10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