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서평] 개럿 하딘(Garrett Hardin) 저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 > 1968년, 사이언스지

필자가 ‘공유지의 비극’을 접한 것은 경제학과 관련해서였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은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와 같이 공동체의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은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세대에서 남용하여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통한다.
따라서 이는 시장실패의 요인이 되며 이러한 자원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해당사자가 모여 일정한 합의를 통해 이용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 UCSB 생물학과 교수인 개럿 하딘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1968년 12월 13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렸던 논문(http://www.sciencemag.org/content/162/3859/1243.full)의 제목이다. 실제로는 과학 잡지에 실릴 정도의 논문이라기 보다 짧은 에세이라고 한다. 한글 번역본도 본문이 11쪽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짧다.

그렇지만 이 짧은 에세이가 불러온 파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비유였으며, 여러 학문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예시였기 때문에 생태학과 경제학, 사회학 등 온갖 학문의 논문에서 수시로 인용되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The tragedy of the commons(Hardin) 은 무려 24,541회나 다른 논문에 인용되었다고 한다(2014년 10월 기준). 논문이 아닌 곳에서 언급된 것까지 합치면 진짜 어마어마한 인용수를 자랑할 것이다.

하딘의 이론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공유지를 이용해 소를 키우는 목동들이 있는 유럽 어느 장원과 관련된 한 예제이다. 이 예제는 1833년 경제학에 대해 글을 쓰던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의 팜플릿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딘의 예제에서 목동들의 관심사는 과밀방목으로 인해 공유지가 손상될지라도 소를 공유지에 집어넣는 것이다. 
100 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제한된 공유지에서, 100 마리 이상의 양을 기르면 결국 목초지는 과도하게 풀이 뜯겨 재생산이 되지 못하고 점차로 황폐해져 간다는 것이다. 축산업자들은 너도 나도 공유지를 이용할 것이고, 자신의 부담이 들지 않는 공짜이기 때문에, 공유지에 양을 계속 풀어 놓기만 하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풀이 없어진 초지에는 양을 기를 수 없어 축산업자들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개인들의 이익 추구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파괴되어 공멸을 자초한다는 개념이다.

〈공유지의 비극〉 이전에 배경이 된 책으로 꼽히는 작품이 있는데, 역시 생태학자인 레이철 카슨이 1962년 발간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다. <침묵의 봄>은 '사람들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DDT를 남용하고 있고, 이 결과로 본래 의도했던 잡초나 병충해의 제거 수준을 넘어서 모든 곤충과 나아가 조류와 동물들까지 모두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어서 봄이 와도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을 우화로 묘사'하고 이것이 우려만이 아니란 것을 실측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의 환경운동과 환경윤리학의 시초가 된 책으로,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하딘의 경우는 '개인의 이기심과 그에 따른 환경파괴'라는 구조를 '개인들의 이기심과 그에 따른 경쟁적 환경파괴'로 변경시키는 것으로써, 개인의 문제에서 '개인간의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부각시킨 것이다.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을 기고한 후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 그리고 시민들과 정치가들이 널리 알렸던 것은 인류의 숲과 공기와 물과 바다의 남용에 대해 어느 정도 견제를 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구상 곳곳에서 숲과 밀림은 파괴되고, 물과 공기는 오염되고 있고, 각종 생물체는 멸종하고, 화석연료와 핵연료 등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는 파괴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인류 전체의 아니 지구상 생명체 모두의 ‘공유자원’임에도 말이다.
50년이 지난 현재에도 ‘공유지의 비극’이 음으로 양으로 지속되는 것은 인간의 탐욕,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본적 문제점, 다양한 갈등과 감정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동안 지구촌의 리더를 자임했던 국가들과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며, 국가 권력의 크기와 경제적 부의 크기와 자본주의 체제를 운용한 역사에 비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방지하려는 마음가짐은 인류의 후세대와 다른 생명체, 그리고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유한한 생명체로서 인간의 겸허함이 필요한 것이다. 각각의 개인에게도 필요하겠지만, 지구 곳곳에서 이윤 만능, 성장 만능, 개발 만능의 정치경제 체제, 사회문화 체제를 변혁시켜야 가능할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중 서른 아홉 번째이다.
<공유지의 비극>의 한글번역본 전체는 http://blog.daum.net/hy2oxy/8692910 를 참고.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나머지가 궁금하신 분은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1816296 를 참고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 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 2015년 9월 18일 ]


개렷하딘, 공유지의비극, 시장, 국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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