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 - 큰 적공을 위한 전문가 7인 인터뷰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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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창비 기획팀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 : 큰 적공을 위한 전문가 7인 인터뷰>를 읽고 / 2015. 05., 351쪽, 창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그 후속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는 ‘상식을 초월하는 반칙과 사익추구 행위’가 대대적으로 저질러지는 사회다. 낮부끄러움 없이 거짓말을 해대고 공공연히 적반하장을 해도 무방할 만큼 수구 보수의 기득권이 완강한 사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국사회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더욱 후퇴한 듯 하다. 재벌 만능과 독재로 상징되는 과거로 회귀하는 와중에 야당과 진보진영의 대응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부 때보다 희망이나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지난 10년가 한국사회가 왜 이토록 후퇴하고 있는지 그 원인조차 불분명하다. 내노라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조차 합리적인 이유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사회가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을 밝히고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다가 한국의 진보적인 지성인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백낙청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물론 최근 모 소설가의 ‘베끼기 논란’으로 '창비’와 백 교수의 신뢰와 이미지는 흔들리고 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별개로 한국사회의 원로이자 지성인으로서 백 교수가 바라보는 한반도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도움받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백낙청은 서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에서 2012년 말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이후 책임감을 느끼며 한동안 침묵했다고 전한다. 그의 침묵은 세월호 참사의 발생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공감과 결의만으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말로는 다 바꾸겠다면서 종전처럼 누리고 사는 삶을 전혀 바꿀 뜻이 없는 이들이 사회의 온갖 요처에서 버티고 있는데다가, 그들을 비판하고 심판하자는 야권의 정치인과 지식인도 여전히 ‘세월호 이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는 2012년처럼 여전히 ‘한국사회에 아직도 시대가 요구하는 큰 전환을 이룩할 적공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월호 참사는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참사”였던 것이다.

그는 ‘대전환’을 위해서는 ‘적공’이 쌓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공(積功)'이란 사전적으로 ‘공력, 공덕을 쌓는다’는 뜻이다. 즉,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토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우리가 ‘한국사회 대전환’의 목표를 위해 해내야 할 실천적 일감들을 마련하고 연마함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대전환’이란 곧 87년체제를 넘어서 한국사회와 한반도의 총체적 개혁의 새 지평을 여는 전환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의 질곡 속에서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문제들이 도처에 남아 있고, 수구적인 사회 기득권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기적·중기적·장기적 개혁과제를 제대로 분별하고 배합하여 총체적인 진전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의 목표로 ‘2013년 체제 만들기’를 기획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패배의 이유를 “‘희망 2103’을 향한 적공이 부족했다”고 진단한다. 자신의 2013년 체제론은 “87년 체제가 1961년 이래의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뒤에도 독재시대와 여전히 공유한 '53년 체제(정전협정체제이자 분단체제)'라는 토대를 변화시켜야만 87년 체제가 극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 중요하게 포함되었지만, ‘2013년 체제’를 구호로 채용한 인사들조차 그 점을 간과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그리고 2013년 체제론의 해김 개념에 해당하는 ‘변혁적 중도주의’가 정작 2012년 선거에 임박해서는 실종되었음을 스스로 토로하면서 성찰한다.
또한 “시대적 전환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이 힘을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보였”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막강한 수구,보수 동맹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했다”고 평가한다.(18쪽)

백 교수의 ‘2013년 체제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분단체제’인 ‘53년 체제’와 분단체제의 하위 개념인 ‘87년 체제’에 대한 개념 설정이다. 
‘87년 체제’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면서 한국사회에 일정한 개혁을 가져왔지만, 분단체제인 ‘53년 체제’를 근본에서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민주정부 수립과 615 공동선언을 통해 좀더 흔들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중반부터 한국사회의 전 분야에서 과거로의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87년 체제’는 세계적인 구조나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고려하지 않고 남한의 일정한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백 교수의 ‘87년 체제’는 일반적인 ‘87년 체제’와는 다르다.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에 따르면 “대한민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그렇지만) 분단되지 않은 나라들과 달리 분단체제라는 중간항의 매개를 거쳐서야 근대세계의 ‘국가간체제’에 참여하는 변칙적인 단위”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분석에 의하면,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양쪽 다 ‘결손국가’다.
그는 4.19 혁명 이전의 대한민국은 불량국가였다. 이승만 정권은 "독재정권으로서도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정권이었으며, 이 시기의 대한민국 자체가 국가세입의 큰 부분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면서 국가운영도 미국 고문관들의 현장개입에 좌우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26쪽) 따라서 박정희 시대에 들어서야 ‘불량국가'에서 벗어나 결손국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백 교수는 1987년 이후 한국은 어떻게 진단할꺄?  "대한민국의 획기적 개량은 물론 6월 항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87년 체제라는 한결 나아진 사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때도 결손국가의 결손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수리’는 행해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렇게 개량은 되었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체제가 노태우~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제때에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지 못하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아래 역주행을 거듭하면서 불량국가의 면모가 다시 두드러지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국사회의 현실을 종합하면 “원래 별로 나라답지 못한 나라를 국민이 피 흘리고 땀 흘려 살 만하게 만들어놨다. 그것이 근년에 와서 도로 망가진 면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 더 망가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26~28쪽)

이와 같은 백 교수의 진단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진상규명하자는 국민 500만 명의 요구를 ‘종북좌파’로 몰아붙이는 정권과 일부의 행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불법행킹을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버티는 정부여당, 대법원의 판결마저 뭉개는 재벌의 행태, 무능과 부정부패의 대명사가 된 정보기관과 국방부, 몰상식과 비열함의 극치를 보이는 언론과 사법부,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은 그의 ‘분단체제론’과 ‘53년체제론’이 아니고서는 해명이 불가능하다.

백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경고한 3대 위기, 즉 ‘민주주의의 위기,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불행히도 적중했”으며, 이에 더하여 ‘4대강살리기사업’에 의해 전대미문의 국토파괴라는 ‘제4의 위기’도 겹쳤다고 진단하며, 각 위기에 대한 자신의 분석과 해결방향을 제시한다.

서장 이후의 본장에는 백낙청이 인터뷰어가 되어 정치, 경제, 교육, 환경, 여성, 노동, 남북관계의 7개 핵심분야 전문과 차례로 만나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이 기획의 키워드는 ‘적공’과 ‘전환’이다. 경제편 대담에서 경제학자 정대영의 한국경제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민생의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정치 편의 정치평론가 박성민의 야권 대권주자들의 대한 흥미로운 대담까지 살펴보며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적공과 전환은 무엇인지 이들의 인터뷰이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그가 만난 7인의 전문가들의 각자 분야에서 현장에 밀착해 있는 활동가, 연구자들이다. 백낙청은 이들 분야에서 한국사회를 정확히 해석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지속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전환의 상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대담집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변혁적 중도주의’이다. 편협한 정파적 프레임을 버리고 참다운 변혁과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변혁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며 이러한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입체적인 적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적공과 전환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의 기본 덕목”이다.
7인의 전문가로 책에 등장하는 정대형, 이범, 김연철, 김영훈, 안병옥, 조은, 박성민이 특정 분야에서 나름의 적공을 쌓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들 중 백낙청의 ‘분단체제론’과 ‘큰 적공, 큰 전환’론과 교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이범과 박성민은 ‘분단체제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책을 덮으면서 “운동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내실있게 적공을 해나가지 않으면 결코 그 뿌리를 건드릴 수 없는 분단체제 아래 우리가 살고 있음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사가 백낙청”(6쪽)이라는 기획자들의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그의 진단과 평가와 방향설정에 대해서는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제시한 ‘분단체제론’은 한반도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백 교수가 이 책을 발간하는 데 사전 공부의 결과라 할 수 있는 <2013년체제 만들기>, <어디가 중도이며 어째서 변혁인가>,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등을 읽어봐야겠다.

7인의 적공는 어디까지일까.

"우선 ‘경제 편’ 대담에서 경제학자 정대영(송현경제연구소장)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민생의 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박근혜정부하의 전셋값 폭등, 수출부가가치 부진, 복지 실종 등의 경제문제를 꼽으며 이를 해결할 방책으로 ‘반값집세’ ‘중소기업 육성방안’ ‘법인세·소득세 구조 개선’ 등을 내놓는다. 장기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에 맞는 중장기적인 경제정책도 중요하다. 그는 전세계적인 성장 패러다임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되물으며 일자리 중심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또한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대결 프레임이 단지 "조금 나은 서민하고 조금 더 못한 서민 사이의 싸움"일 뿐이므로 좀더 큰 틀에서 구조적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상층의 재벌이나 전문직, 고위관료에서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이어지고 또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으로 내려오는 직업에 따르는 신분의 서열구조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노동자들 간의 싸움으로 국한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평론가 이범(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의 ‘교육 편’ 대담은 ‘교육문제는 곧 민생문제’라는 범사회적 프레임을 제안하는 대담이다. 이범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진보진영에서 내세우는 구호에도 통념과 금기의 틀이 있음을 지적하며 초중등 교육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협소한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여년간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위주로 교육문제를 바라보면서 교사들의 일상적인 직업윤리 실천운동이 사라져버린 탓에 자사고 등 비평준화 학교 난립, 과도한 대입경쟁, 불공정한 내신평가 등 학생과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 등한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하여 이범은 보편적 수강신청제, 수평적 고교선택제, 국립대·사립대 통합선발제 등을 내놓는데, 특히 초중등 교육의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제시하는 한국형 A레벨 제도는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등의 효과를 지닌 획기적 방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천안함사건 이후 5·24조치로 냉각 일변도에 처한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 것인가. ‘남북관계 편’에서 김연철(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은 군비증강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남북경제협력을 새롭게 모색하는 방도를 제시하며, 중장기적으로 자주적 외교와 국방 정책의 수립, 두만강 등 접경지역 사업 등 한반도 평화체제 디자인에 대해 논한다. 근래 연이어 터졌던 참혹한 병영사고를 두고 ‘징병제와 모병제’에 관해 벌이는 대화는 국방문제가 우리 청년과 부모 세대 모두의 민생문제임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토론이다. 또한 박근혜정부에서 두드러진 군 출신 인사들의 등장이 민주주의 훼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또한 이를 어떻게 문민통제 해나갈지를 논하는 부분도 주목을 요한다. 

박근혜정부가 최대 과제로 꼽는 ‘공공개혁’의 당사자인 철도노동조합의 위원장 김영훈의 ‘노동 편’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공공부문에 ‘개혁’의 칼을 들이대며 우선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에 대한 공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하며 이에 따라 공공·노동 부문이 선제적 개혁안을 내놓고 사회복지와 안전망 확충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의 활로임을 역설한다. 2013년 철도민영화 시도에 맞서 전사회적 연대를 이뤄낸 경험을 살려 관성적인 구호 대신 다수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안을 내놓는 대목에서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기대해보게 된다. 또한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통합진보당 등 정파문제에 대처했던 에피소드 등 그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후꾸시마 원전사고와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를 절감하고 있다. ‘환경 편’에서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생명보다 돈’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생태적 전환을 이뤄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현상유지는커녕 대규모 참극을 불러왔던 사례를 제시하며 ‘월성1호기 재가동 결정’ 등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를 경고한다. 또한 환경문제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기후문제에서는 "너무 거대한 변화"가 주는 무력감을 떨칠 수 있는 구조적·개인적 해법을 제시한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접목, 녹색당의 미래를 논하는 대목은 한반도 분단상황에 입각한 새로운 생태적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논의다. 두 대담자가 성장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개괄하며 ‘적당한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해가는 대목은 성장과 생태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할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회학자 조은(동국대 명예교수)과 함께한 ‘여성 편’은 2010년대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처한 예기치 않은 역풍을 다루면서 시작한다. 민주화 이후 여성평등을 위한 노력이 진전되어왔음에도 성폭력·성추행 문제가 끊임없이 이슈화되는데다 근래 들어 IS 가담 청년의 반페미니즘 발언 등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 눈에 띌 정도로 강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퍼져나간 ‘출산율이 낮아 국가위기, 이기적 골드미스’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조은은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는 여성문제를 넘어선 양극화·고용불안정·보육·사교육 문제 해결과 연결지어야 하며 특히 진보진영은 잘못된 생각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 여성진영과 연대해 대안담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본인이 참여하는 해고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반대모임의 활동을 통해 여성운동과 다른 운동의 연대가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성소수자 문제, 성평등과 남녀조화 문제에 관한 대담자 간의 열띤 공방은 여성문제를 인문학적 차원에서 한층 깊이있게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2017년 대선에서 누가 어떤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는 모두의 관심사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뿐 아니라 야권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궁금증이다. 정치평론가 박성민(MIN컨설팅 대표)의 ‘정치 편’은 문재인·박원순·안철수·안희정 등 야권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운 대담이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인에 대해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에 비해 관료와 사법권력의 힘이 커지고 이를 통제하는 정치권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분석은 87년체제 말기 한국정치의 한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박성민은 우리 정치평론이 정치인 촌평을 넘어 중장기적 전망을 갖춰야 정치가 다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하는데, 이는 백낙청이 쓴 서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선거승리에 집착해서는 선거조차 이길 수 없으며 시대전환에 역행·저항하는 기득권세력의 거대한 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상대의 힘을 파악해야 우리가 ‘중도’의 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우리의 시야를 이명박·박근혜 비판에서 근대 한국정치사 전반으로, 남한에서 한반도로 넓히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변혁적 중도주의’에 대한 두 대담자 간의 다면적 공감은 한반도 안보이슈 앞에서 ‘당당하게, 턱턱’ 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담대한 정치인의 탄생을 바라는 바람으로 모아진다."

[ 2015년 9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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