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길 - 10.4 정상선언 주역들이 말한다
김만복.백종천.이재정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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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참여정부 후기 외교안보통일 관계자인 김만복, 백종천, 이재정의 < 한반도 평화의 길 : 10.4 선언 주역들이 말한다>를 읽고 / 2013. 03., 449쪽, 늘품플러스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와 김종대의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로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돌아본 후, 이어서 참여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책을 찾아보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골랐다.

저자인 김만복, 백종천, 이재정은 참여정부에서 각각 국정원장, 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0.4 남북 정상선언을 이끌어낸 실무주역들이다.
김만복은 유신독재 시대에 공채로 국정원에 들어간 후 외교관을 지냈고, 백종천도 유신독재 시대에 육사를 나와 육사에서 교육을 담당한 바 있다. 이재정은 성직자, 교육자, 정치인이라는 여러 분야에 종사한 후 현재 경기도 교육감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막 집권했던 2013년 초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해 집권 세력에게 조언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출간했다. 특히 어자들은 이 책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최초의 책으로 회담 전체의 실체를 밝혔다고 자평한다.
이 책의 공저자인 3인이 모두 정상회담의 전후과정은 물론 정상회담장에 배석했던 책임자로서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은 한반도에 정전협정이 발효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관계의 이정표를 세우고 함께 갈 수 있는 원칙을 만들었다면, ‘10·4 남북정상선언’은 그 원칙을 이행할 수 있는 실행도구다. 그리고 그 성과는 차기 정부가 남북 간 합의사항을 얼마만큼 지키느냐의 문제로 넘어갔다. 과연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평화의 결실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반도 평화의 길: 10·4 정상선언 주역들이 말한다]가 바로 그 결실의 출발점이다.”(서문)

저자들은 이 책에서 먼저 1953년부터 현재까지 역대정권에서의 남부관계를 개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남북관계 발전방향과 과제를 제안한다. 3명의 공저자가 분야별로 나누어 집필하였다. 
제1부는 남북관계의 지향 목표와 남북관계 역사 개관(김만복), 제2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집행결과 평가(백종천), 마지막 제3부는 향후 과제(이재정)로 구성되어 있다.

‘남북관계의 지향 목표’에서 김만복은 “남북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적 통일”이라고 규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거의 대다수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외세에 의해 한반도가 분단된 지 이제 70년이 다 되어 가며, 냉전이 종식되고 독일이 통일된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면서 그러나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다”고 진단한다. “21세기 탈냉전, 탈이념, 글로벌 시대에 유독 한반도에서만 냉전적, 이념적, 군사적 대결이라는 시대착오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당면 목표를 "‘평화적 통일’이라는 우리의 민족사적 과제와 궁극적 목표를 향하여 남북이 화해,협력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축하며 이를 토대로 ‘사실상이 통일 단계’인 ‘민족공동체’를 건설함으로써 ‘평화적인 통일’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데 두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김만복이 남북관계에서 평화적 통일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고 '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이 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지 그 이유를 세세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시대착오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아마 자세한 이유와 설명을 덧붙이기에는 이 책의 발간 목적에서 약간 벗어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저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유’ 또는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을 어느 정도 할애해야 했을 것이다. ‘당위’와 ‘상황’으로는 남북관계와 같은 거대하고 민감한 주제를 받아들이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적 통일은 시대적 상황과 민족적 당위라는 거시 담론을 뛰어넘어 당장 한반도 남북의 주권자인 국민(인민)들이 분단체제와 남북대결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지고 미래에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역사 개관’에서 김만복은 1953년 이후 남북관계를 7단계로 평가했다. 1단계는 1953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의 ‘적대적 대결기’, 2단계는 1970년대 초부터 1973년 8월까지의 ‘대화 모색기’, 3단계는 1973년 9월부터 1970년대 말까지의 ‘냉각기’, 4단계는 1980년 2월부터 1992년 9월까지의 ‘대화 추진기’, 5단계는 1992년 10월부터 1998년 2월까지의 ‘정체기’, 6단계는 1998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의 ‘화해,협력기’, 마지막 7단계는 2008년 3월 이후 현재까지 ‘경색기’다. 냉전 구도와 외세의 입김을 극복하고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10.4 공동선언까지 그동안 남북 사이에 공감하고 합의했던 각종 의제들을 추진했다면 한반도의 역사를 달라졌을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출간일은 2013년 3월인데, 박근혜 정부 등장이후부터 2015년 8월인 현재까지도 ‘경색기’는 이어지는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남북관계는 경색 중에도 작년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고, 올해 광복70주년 민간단체 주도의 남북공동행사 추진을 위한 대화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집행 결과에 대한 백종천의 평가는 예상대로다. 이미 이명박 임기 중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학자, 정치권과 언론에게 ‘실패’이자 ‘후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백종천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시한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부터가 허구적이었으며, 이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통치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그 출발점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붕괴론’에 기초한 대북한 인식의 오류였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에 수립한 대북정책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집권 초기에 취한 청와대 내 통일외교안보 조직의 해체에 따른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큰 기여를 했음을 지적한다. 정치적 동기에서는 소위 ‘ABR(노무현 정부의 정책 부정)’에서 비롯되었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장기적, 근본적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는 커녕 당면 목표마저 후퇴시키며 민족과 역사에 대역죄를 저지른 셈이다.

1004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공저자들의 평가는 무척 높다. 615 공동선언에 기반했기 때문에 1004 공동선언에서 많은 세부적인 내용들을 합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노무현 정부의 임기 말인 2007년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실시했다는 것이 여러 가지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2007년 12월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치행위”로 해석하는 보수진영의 평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남한의 정치사회 성격상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실시된 남북공동선언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국회와 언론, 시민사회진영과 사전에 교감하여 조율한 것도 아니었고, 대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승리한(승리를 예상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을, 그것도 남북관계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사안의 실행여부는 추진 과정과 방식에 따라 여당의 승리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노무현 정부와 이 책의 공저자들이 너무 순진하다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재정은 제3부 ‘향후 과제’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의 대북정책 추진환경을 분석한 후, 대북정책 추진방향 - 3대 목표, 6대 기조, 5대 추진 원칙 - 과 분야별 우선추진 과제를 제시한다. 평화정착, 공동번영, 민족공동체 형성 분야 등 3가지 분야별로 총 19개 우선 추진과제다. 추진과제가 다채롭고 기발하다. 615, 1004 공동선언을 토대로 한다면 당장이라도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별도로 대처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그는 북핵문제가 “국제문제이자 남북문제”라는 점을 환기시킨 후,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를 남북문제로 보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북한의 핵무장을 방관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에서 “북-미협상과 6자회담 등 국제적 해결의 틀과 남북대화라는 ‘투 트랙’ 전술을 유연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재정이 박근혜 정부에게 제안한 남북관계 정책방향과 과제는 대부분 남북관계의 궁극적 목표와 당면 과제를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지나며 평가하자면 이명박 정부보다 심각할 정도로 통치철학도 없고,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정책과 전략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성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이재정이 제안한 정책방향이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목표나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백종천이 제2부의 중간에서 지적했듯이 2010년부터 미국 행정부의 북핵 대처방향이 ‘비핵화’에서 ‘핵확산 금지’로 선회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 북한의 목표와 태도 역시 ‘핵확산 금지 합의를 통한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나 미국의 전략, 목표가 그렇다면 남북관계의 지향점이 큰 방향에서 재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에서 해결할 지점은 ‘북핵’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분단체제의 극복과 평화적 통일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많다. 1953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이 합의한 사안들에 북핵 문제도 없었다. 남한은 이미 지구상에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과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핵무기는 오히려 제3차 세계대전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방패막이가 되었다. 따라서 분단체제와 한반도를 둘러싸고 조성되는 군사적,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이 대화를 통해 화해,협력을 본격화하고 남-북-미가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상호 공존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당분간 문제될 것이 없다. 어차피 지구상의 핵무기는 한꺼번에 단계적으로 위협을 제거해야 할 것이므로..

이재정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교류협력의 가치가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 더 나아가 “경제협력이 평화를 이룩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점을 알게 되기를 바랬다.

[ 2015년 8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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