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지배의 이념과 전략 -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주의의 성장과 쇠퇴
김수진 지음 / 백산서당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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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수진 저 <노동지배의 이념과 전략 :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주의의 성장과 쇠퇴>를 읽고 / 2007. 12., 302쪽, 백산서당

이 책은 스칸디나비아 국가, 그 중에서도 스웨덴과 노르웨의 사회민주정당이 노동당이 20세기 100년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이다.

저자는, 두 국가의 사회민주정당(사민당)이 지난 시기 동안 유럽을 포함한 세계 어떤 민주국가의 좌파정당도 결코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지배체제를 구축해 냈으며, 사민당의 지배체제 구축은 ‘세계사의 중대한 결절점에서 단행했던 이념과 전략 혁신의 산물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었던 새 이념과 전략은 자칫 ‘정통 사회주의 진영’에서 영원히 고립될 뻔했던 서유럽 사회민주주의에 새로운 길을 밝혀 준 등불’이라고 평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사회민주 정당이 확립했던 사회민주 정치경제체제는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전 세계 지식인과 인민들에게 지난 수십년 동안,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추구해야 할 사회경제 질서의 모형을 제공해 주었다. 이와 같은 사회민주 지배체제와 정치경제체제가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어떻게 구축되었고 유지되었으며, 또 최근 왜 이 정치경제체제는 해체되고 있고 지배체제는 쇠퇴하고 있는가? 
저자는 역사제도주의의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그리고 네 번에 걸치 결정적인 역사적 국면에서 양당이 취한 전략과 결과를 평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맞이한 첫 번째 역사적 국면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두 나라에 의회민주주의의 제도적 골격은 완성되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구축할 사회경제적 질서를 둘러싼 대결과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스웨덴 사민당과 노르웨이 노동당은 주요 정책에서 모두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계획경제’라는 정통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양당은 노동계급 동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정치적 고립상태에 빠졌다.

두 번째 역사적 국면은 1920년대 말 대공황이 초래한 경제적 위기국면이었다.
양당은 정통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경기부양을 목표로 한 개입주의 정책노선(공공근로사업, 소농 구제책, 국방예산 삭감, 환율인하, 조세확대, 국채발행 등)으로 전환했다. 결과는 화려했다. 양당은 안정된 노농(노동자-농민)연합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민주 지배체제와 정치경제체제를 확립해 나갔다.

세 번째 역사적 국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래한 세계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케인주의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열었다. 스웨덴 사민당은 케인주의를 넘어서는 스웨덴 특유의 사회민주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44년간 지속적으로 집권했으며, 노르웨이 노동당은 1935년부터 65년까지 30년간 연속 집권했다.
저자가 평가하는 양당의 정치경제체제의 특징은 ‘소비의 사회화’와 ‘통제의 사회화’, 보편적 복지제도, 소농과 화이트칼라 계급과의 계급연합 전략, 그리고 국가-노동-자본의 3자 연합 정책결정 방식이었다.

저자는 양당의 경제운용 정책의 차이점에서 노동계급의 지배력의 수준과 기간이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합리적 계획경제와 케인즈주의 수요관리정책을 결합시키는 것을 골자였는데, 이 정책노선이 갈수록 노르웨이 정치경제체제의 사회민주적 특성을 약하시켰으며, 이에 대한 노동당의 배타적 지배력 역시 약화시켰다고 평가한다. 반면 스웨덴 사민당의 '렌-매이너드 모델'은 스웨덴 사회민주 정치경제체제를 케인즈주의 체제와 확연하게 차별화시켰으며, 경제운용을 둘러싼 정당 간, 계급 간 대립을 격화시킴으로써 정치경제체제에 대한 사민당의 배타적 지배력을 강화시켰다고 평가한다.

네 번째 역사적 국면은 1970년대 후반 스태그플레이션이 촉발시킨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국면이었다. 스웨덴 사민당과 노르웨이 노동당의 정책노선은 뚜렷이 우선회해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노선에 근접해갔다. 양국 모두 사회민주 정치경제체제의 해체와 지배체제의 쇠퇴를 겪었다.

저자는 양당의 장기 집권은 사회민주 정당의 전략적 선택 뿐만 아니라 네 가지의 역사적 국면에서 정치적 반대편인 부르주아 진영와의 경쟁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정치경제체제는 “두 나라의 좌,우 진영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속해 온 정치경쟁의 큰 흐름 속에서 번갈아가며 조성된 합의정치와 대립정치가 사회민주 지배체제의 성장과 쇠퇴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두 나라의 사회민주 지배체제와 정치경제체제의 성장과 쇠퇴는 거시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 중대한 국면, 이 시기에 좌,우 정당이 선택한 이념과 전략, 그리고 그에 따라 조성된 정치경쟁의 성격이 좌우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사회민주 정당이 네 번째 역사적 위기국면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적 격변에 양당이 대응할 수 있는 이념, 전략,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가 생산요소 교환체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라는 모순에 대응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긴요한 것이 국가의 통제와 규제를 약화시키는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이것이 세계화와 자유화가 개별 국가에 가해 오고 있는 압력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는 바로 이 압력에 의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세계화와 국가의 약화는 국가 내부 정치경제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 노동, 자본 사이의 역학관계를 압도적이고 근본적으로 자본 우위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이 새로운 위기에 사회민주주의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사회민주주의는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당을 연구하는 집단과 사회민주주의를 자신들의 강령으로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근현대사 및 정치경제적 조건이 전혀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통해 국내 연구진들과 진보진영, 그리고 노동운동계가 이 책을 통해 교훈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우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한국은 지난 100년간 거쳐온 근현대 역사의 과정이 전혀 다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한국처럼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나라를 강탈당한 적도 없고, 민족이 반으로 갈라져 분단체제를 70년간 겪은 것도 아니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르지도 않았다.

둘째, 스칸디나비아와 한국에서 의회민주주의가 실제로 정착되던 시기와 사회민주정당의 근간인 노동조합 조직률은 비교할 수 조차 없다. 스웨덴와 노르웨이가 의회주의를 확립하던 시기는 1917년과 1884년 경이었으며, 당시 의석수는 전체 230석 중 86석(노르웨이는 1915년 123석 중 19석)이었고, 1920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각각 21%와 18%였다. 한국의 경우 1948년을 의회주의 성립 시기로 보면 좌파당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유지되던 의회주의 역시 1961년 박정희 일당이 군사쿠테타로 말살한 후 무려 24년이 지난 1985년 경 '절반의 부활’이 이루어졌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5년 현재 10% 미만이며, 26년 전인 1989년 19.8%로 최고 수치였다.(2011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스웨덴 67.5%, 노르웨이 54.6%)

셋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경우 아직도 사상의 자유와 정치활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는 사상의 자유 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마저 옥죄고 있으며, 좌파 정당의 경우 2004년 처음 의회에 진출하여 10석 미만으로 유지되다가 2014년 12월 결국 행정부와 사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당한 바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역사,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정당의 정책과 노선, 노동전략과 복지제도 등을 연구하고 배우는 것은 마땅히 장려해야 할 일이지만 한반도와 한국의 실정과 현실에 맞도록 교훈과 시사점을 얻어야 할 것이다.






[목차]
1. 서론 
2. 정통 자유주의와 정통 사회주의의 충돌 
3. 적록동맹과 사회민주 지배체제 출현 
4. 사회민주 정치경제체제 
5. 사회민주주의의 쇠퇴: 개관 
6. 노르웨이 사회민주주의의 쇠퇴 
7.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쇠퇴 
8. 결론

[ 2015년 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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