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카프카 단편선 세계의 클래식 9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세훈 옮김 / 가지않은길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단편선, 권세훈 역 <변신 Die Verwandlung >을 읽고 / 2007. 01., 191쪽, 가지않은길

의류회사 영업사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고 일어났을 때 자신이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부모님, 어린 여동생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레고르는 순식간에 집안의 기둥에서 해충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본래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은 그레고르였지만,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 돈을 벌어오지 못하자 그동안 병에 걸려 쇠약해서 일을 못하던 아버지는 다시금 건강한 모습으로 일자리를 얻고, 어머니와 여동생도 서서히 자신의 앞가림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가정의 골칫거리가 된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에 거의 감금되다시피 하게 된다. 
그러다 음악학교에 가고 싶어 했던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를 더 듣기 위해 방 밖으로 나갔다가 징그러운 해충 취급을 받으며, 이 때문에 가족들은 하숙을 하고 있던 신사 세 명의 항의를 받게 된다. 
가족들의 공포와 괴로움의 대상이 된 그레고르는 다음날 아침 벌레의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되고, 가족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을 하루 쉬고 바람을 쐬러 나간다.

<변신>은 1912년 작품이다. 당시는 유럽 전역을 초기 자본주의 체제가 장악했으며, 빈부격차와 16시간 노동, 어린이 노동 등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토마 피케티의 연구에 의하면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의 빈부격차는 역사상 최악이었다. 그런 사회적 조건에서 ‘가족의 붕괴’와 '인간의 소외’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인공이 벌레로 변해서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버려지는 상황은 21세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슬픈 자화상이 된다. 자신의 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방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장면은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를 외면하고 결국 감금해버린다. 이 장면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면 그저 짐덩이로 전락해 버리는 뼈아픈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 것이다. 돌아오는 이득이 없으면 소통도 없다는 가혹한 상황을 보여준다.

카프카는 <변신>에서 인간이 동물로 변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이미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독자가 제기할지 모르는 개연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독자들은 벌레로의 변신 가능성보다 변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것이다. 주인공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진정으로 맺어지지도 않는 인간관계 등’으로서 20세기 초 대량 생산 체제 하에서 성과와 업적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사회에서의 냉정한 인간관계를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발견한다. ‘식구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받고 그도 기꺼이 돈을 내놓았지만 특별한 온정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다.’ 가족의 구성원이 아니라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으로서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에 이르자, 주인공은 희생 대신 탈출을 꿈꾼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는 것, 자살,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벌레로의 변신은 주인공의 이런 무의식적인 소망이 반영된 셈이다.
주인공은 벌레로 변심함으로써 점차 가족으로부터 외면받고 배제당했으며, 공격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가 꿈 속에서 그리던 ‘자유’는 현실에서 좌절되었고, 그는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의 ‘자유'를 얻게 된다.

이 책은 이렇듯 극단적인 가상 상황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는 대표작 <변신>을 비롯해 결혼을 앞둔 아들과 아버시 사이의 갈등 관계에 초점을 맞춘 <선고>와 두 작품과는 달리 갈등보다는 집단 내부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미해결 상태로 마무리되는 <요제피네, 여가수 혹은 쥐의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다수 작가와 학자들이 물질과 풍요, 신세계 개척을 칭송하 미래를 꿈꾸던 20세게 초에 세상에 내놓은 실존주의 작품이 카프카 문학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카프카의 작품에 종종 드러나는 아버지와의 갈등 구조의 배경을 그의 삶에서 찾는 평론가들도 많다.

"평생 아버지와의 대립을 겪으며 작가의 길과 생활인의 길에서 방황했던 카프카 자신의 고뇌가 녹아 있다. 결국 그는 독자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적응하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숙제로 남겼다.”

"프란츠 카프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작가다. 그리고 자신의 인간적 한계와 그에 따른 고통을 문제작으로 재구성한 작가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 했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글쓰기에 몰입한 그였지만, 현실은 생계유지를 위해 보험사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책의 대표작 [변신]의 등장인물들도 인간 존엄성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며, 벌레로 변해서 일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결국 버림받고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평생 아버지와의 대립을 겪으며 작가의 길과 생활인의 길에서 방황했던 카프카 자신의 고뇌가 녹아 있다. 결국 그는 독자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적응하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숙제로 남겼다."

1883년 7월 3일 태어나 1924년 6월 3일 사망한 카프카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실존주의 대표 작가’라 불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소설가이며, 현재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에서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대인 사회 속에서 성장했다. 1906년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1907년 프라하의 보험회사에 취업.
그러나 그의 일생의 유일한 의미와 목표는 문학창작에 있었다 한다.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2년 보험회사에서 퇴직, 1924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결핵요양소 키얼링(Kierling)에서 사망하였다. 카프카는 사후 그의 모든 서류를 소각하기를 유언으로 남겼으나,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가 카프카의 유작, 일기, 편지등을 출판하여 현대 문학사에 카프카의 이름을 남겼다.

[ 2015년 5월 05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