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일신(one God) 이외에는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 나는 인간의 삶이 끝난 후에도 행복이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인간이 평등하다고 믿으며, 종교적 의무란 올바른 일을 하고 자비를 베풀며 더 나아가 우리의 동료 피조물들을 행족하게 만들기 위하야 노력하는데 있다고 믿는다.”(p.05)
"나는 유대교당과 로마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와 마호멧 교회(Turkish Church)와 개신교회와 그 이외에 내가 아는 그 어느 교회의 교리(creed)도 믿지 않는다. 내 마음이 곧 나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유대교이건, 기독교이건, 마호멧교이건 간에 나에게 제도권의 교회(national institutions of churches)는 하나같이 인류에게 겁을 주고 인류를 노예화하고 또 권력과 이익을 독점하기 위한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p.05)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인은 자신과 다른 종교인들과 신자들의 믿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선언을 한다고하여 내가 나와 달리 믿는 사람들을 비난(condemn)코자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내가 나의 믿음을 가졌듯이, 그들 또한 자기의 믿음을 가질 똑같은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정신적으로 스스로에게 충실할(faithful to himself) 필요가 있다. 불신(infidelith)이라 함은 믿거나 안믿거나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으로는 믿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믿는척 꾸미는데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스로 믿지 않으면서 성직자가 되기 위하여 믿는양 가식을 꾸밀 정도로 자기마음의 순결성을 타락시키고 스스로를 돈에 팔아넘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런 사람은 이미 다른 어떤 범죄라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p.06)
마지막 문장은 한국 종교계에서 숱하게 나타나는 저질 종교인과 정치인들이 왜 그렇게 부패하고 타락했는지 말해주는 대목 같다.
페인은 이 책에서 중세 기독교의 기복신앙 등 인격신 개념과 성경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단지 성경의 내용과 구절에 기초하여 비판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그는 구약성서에서 유대민족이 다른 족속을 정복하게 되면 남녀노소의 구분없이 심지어 갓난아기조차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잔악함에 치를 떨면서, 만약 그것이 구약에 적힌대로 하느님의 명령이었다면 그런 하느님은 악마에 다름아닐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세운다. 그리하여 만약 인간이 우주를 창조하고 인간에게 삶과 존재를 허용한 넉넉하고 너그러운 신적 존재를 인정한다면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로 베풀 의무가 있으며, 심지어 동물에 대한 학대조차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시대에 앞선 주장까지 한다.
그는 또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원수에게 한 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어놓으라고 한 말은 비겁한 수작이라며 정면에서 반박한다. 원수에게 당할수록 더 사랑하라는 말도 결국 범죄를 조장하는 소리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인격신을 내세워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하게하는 신앙체계로 서구에서 제도권에 진입한 기독교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권력과 재물이며,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은 공포와 강제라는 것이다.
토머스 페인을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초청한다면 그는 한국사회를 보며 무슨 말을 할까? 아마도 <이성의 시대>보다 더 강도 높은 비판을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참사에 대처하는 행정부와 국회와 언론과 종교를 보면서 한국민중들에게 18세기 말 프랑스의 인민들처럼 혁명을 촉구하고 기존 권력을 타도하고 종교인들을 추방하라고 소리 높일 것이다.
[ 인상 깊은 문장 ]
“그러나 이런 것들을 무시하더라도, 만약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썼다는 복음서들이 마태, 누가, 마가, 요한에 의하여 쓰여진 것이 아니라면 그 복음서들은 처음부터 협잡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네 복음서의 역사기술이 뒤죽박죽이라는 점, 한 책에서 전하는 내용이 다른 책에서는 전혀 언급조차 되지않는다는 점, 네 복음서간에 서로 불일치하는 것이 수두룩하다는 점 등은 결국 이 책들이 기록하고 있는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도 한참 후에, 그것도 저자들간에 아무런 횡적 연락조차도 없이 각자 고립된 상태에서 마치 자기들이 이를 직접 경험한양 자기들 나름의 이야기를 꾸며낸 것에 불과하고, 사도들처럼, 서로 긴밀하게 공동생활을 영위하면서 써낸 글도 아니어서, 결국에는 구약에서처럼 책 제목에 붙여진 이름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에 의하여 조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p.302)
“그리스도가 살았다는 때로부터 약 350년쯤 뒤에, 내가 말하고 있는 이런 부류의 글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손에 흩어져 있었는데, 교회가 세속적 권력을 가진 성직자계급 내지 교회의 지배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것들을 수집해서 우리들이 지금 알고 있는 신약이라고 불리는 경전 속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수집한 것들 중에서 어느 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어느 것이 될 수 없는지를 투표로 결정했다.”(p.331)
“인간이 만든 그 모든 종교의 체계들 중에서, 소위 기독교라는 것보다 더 전능자의 권위를 손상시키고 인간에게 유익하지 못하고, 이성에 반하며 그 자체로 모순적인 것은 없다. 믿기에는 너무 불합리하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불가능한 것이 많고 실천하기에는 앞뒤가 모순되어서, 기독교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단지 무신론자나 광신자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것은 권력의 추진체로서 독재의 목적달성을 위한 주구로 되고, 축재의 수단으로서 사제들의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다. 보편적 인간의 선에 관한한, 그것은 당장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p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