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서평] 모두가 칭찬하는 것은 의심해보고 모두가 비난하는 것은 자세히 살펴본 후 판단하라 <역사여, 다까끼 마사오여!>

 

 

 


추천 [서평] 김갑수 저 <역사여, 다까끼 마사오여! : 통합진보당의 눈물과 이정희를 위한 제언>을 읽고 / 2013. 03., 293쪽, CNC books

저자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언론기사를 통해 알게된 소설가이자 평론가이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압록강을 넘어서>와 <중경에서 온 편지> 등 역사소설(팩션) 등을 여러 권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통합진보당의 눈물과 이정희를 위한 제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 근현대사 바로세우기'라는 관점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한국 정치계의 진보정치권에서 벌어진 주요한 사건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담은 정치평론집이다. 그리고 작가 본인의 사회역사 인식과 세계관, 인물평, 한국사회의 이모저모를 바라보는 식견과 제안도 담겨 있다.
특히 2012년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벌어진 몇 가지 중요한 계기를 통해 한국정치권과 지식인층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는 먼저 '서언'에서 자신의 글쓰기를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글쓰기'로 규정하면서, 그 이유를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 실제로는 부정적인 인물인데 오히려 긍정적 인물로 미화되는 경우가 너무 많"으며, "역사의 왜곡이란 기실 인물에 대한 왜곡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은 "인물 비판을 할 때 실명 노출은 기본이며, 논점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가치관인 "긍정적 인물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부정적 인물을 통해 교훈을 얻는 타도가 단연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비판적, 부정적 글쓰기의 이유임을 밝힌다. 그의 페이스북 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역사와 인간'에서 저자는 과거 조선시대와 한국근대사를 제대로 알아야만이 한국현대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으며, 미래의 한국이 '정상화'될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한다.
우리가 제도교육을 통해 편집 왜곡된 상태로 알고 있었던 인물들, 즉 친일파 김옥균과 종미사대주의자 서재필, 나혜석과 안창호에 대한 재평가, 박정희와 이광수, 그리고 윤봉길 의사와 장준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역사 왜곡이 수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진보연'하는 이들에게도 존재함을 비판한다.

제2장 '통합진보당의 눈물과 진보의 앞날'에서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언제나 금단과 배제의 표적이 되어온 진보정당의 역사'를 통해 2012년 5월부터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에 이르기까지 통합진보당에 가해진 마녀사냥과도 같았던 매도와 배제의 과정을 비교 분석하여 그 근본적인 배경을 '분단과 전쟁'으로 지적한다. 조-중-동뿐 아니라 소위 '진보언론'까지 매일 보도되었던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나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은 적잖이 충격이며 한국사회의 언론현실이 유신시대 만큼이나 어둡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부당하게 공격받고 배제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을 "외눈박이 지식인들의 '주류 콤플렉스'"로 규정하고 소위 '진보매체'와 지식인들의 위선과 비겁함을 지적한다.
'주류 콤플렉스'는 다른 말로는 '극우 콤플렉스'가 될 것이고, 그런 경향을 강제하는 배경은 김태형이 <트라우마 한국사회>에서 제시한 '우월감 트라우마'와 '분단 트라우마'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제3장 '2012년 대선 분석'에서 저자는 정권교체의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진보언론에게 있음을 지적하고, '가짜 보수'와 '사이비 진보'가 한국의 정치사회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2012년 중 중요한 변곡점에서 위세를 떨친 사이비 진보전사들과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는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경향성 이전에 사실관계나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방향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거짓이나 위선, 모략이나 사기 위에 세우는 것은 진보-보수를 떠나 부도덕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민주진보진영의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사실이나 진실을 소중히 하려는 노력(과정)보다 정당의 당권이나 정치에서의 주도권, 대통령 선거에서의 권력 획득이라는 목표(목적)에만 집착하는 집단적 광기를 보여주었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보'라는 정체성에 대해 나도 가끔 "민주당은 진보적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의 계급적 구성, 강령과 정책의 모호함, 18~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의 끝없는 야합과 동조, 정치자금 후원자들의 구성 등을 고려할 때, 나는 민주당 전체를 '진보'로 규정하면서 그 속에 편입되려는 일부 지식인들의 정치의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냉전수구세력이 강하면 보수쪽으로 이동하고, 진보진영이 강하면 진보쪽으로 끌려가는 '떠돌이' '유랑자' '정체성 없는 정치꾼'이 중심인 정당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진보정당의 현실과 호남지역의 정치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민족진보와 호남지역의 연대'를 제안한다. 독특하면서 나름 의미있는 분석과 제안이다.

제4장 'NLL, 평양, 천안함, 국가보안법'에서 저자는 새누리당이 2012년을 혼란스럽게 한 NLL 논란의 현상과 본질을 분석하고, 신상철 씨의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와 이시우, 이정희 공저 <법정콘서트 무죄>를 소개하면서 진실과 정의, 남북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한다는 것..

작가의 저서나 페이스북, 인터넷 언론의 글을 읽다 보면 "모두가 칭찬하는 것은 의심해보고, 모두가 비난하는 것은 자세히 살펴본 후 판단하라."는 공자의 문장이 떠오른다. 그는 내가 스스로 깊이 관찰하거나 공부하지 않은 채 적당하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관계나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려 버린다. 그리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던 각도로 상황과 사물을 검토하게 해준다. 김옥균과 박영효, 서재필과 안창호에 대해 다시금 살펴봐야겠다.

○ 인상 깊은 문장 :
- "나는 '종북'을 운운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분노라기보다는 아예 절망적인 심정에 빠져들곤 한다. 그들에게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 국민으로 사는 수치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북쪽을 배격하는 것도 모자라 남쪽의 동포들에게도 이념의 올가미를 씌워 배격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정신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종북'은 정적을 빨갱이와 용공으로 몰았던 매카시즘보다 현저히 조악한 개념이다. 빨갱이와 용공에는 이념배격만 있을 뿐이지만 종북에는 이념뿐 아니라 동족 배격의 모진 악성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분단을 고착화하고 통일을 방해하기 위한 반민족적인 책동으로밖에 달리 이해할 수가 없다."(p.236)

[ 2014년 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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