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조국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서평] 조국 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를 읽고 / 2010. 07.(개정판), 198쪽, 책세상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신의 마음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파업의 자유,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헌법의 정신을 구현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 조문만이 아니라 그것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권자들의 의식과 제도가 필요하다. 주권자들의 의식이 바로 여론이고 문화인 셈이고, 제도가 바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이다. 그리고 행정, 입법, 사법은 불완전한 사람들이 헌법을 해석하고 실제 행동하기 때문에 종종 또는 오랫동안 헌법을 훼손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처음 제정된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1987년까지 헌법은 어두운 참고에 박혀 있었고, 학살자 독재자들이 맘대로 정한 법률로 행정, 입법, 사법을 휘둘렀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역시 노태우 정권에서 현재의 박근혜 정권까지 기득권자들과 권력자들에게 유린되어 왔다.
한국에서 헌법을 토대로 실제 법률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현실은 아직 미숙한 단계에 불과하다. 조국 교수는 이 책에서 그런 대표적인 사례, 특히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구체적이고 실질적이고 긴급한" 폭력의 위험이 없는 한 보호되어야 할 생각이나 양심이나 사상이나 표현이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는 한국은 헌법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학계는 이 조항에서의 양심의 의미는 널리 사상의 자유까지도 포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국가보안법, 색깔론, 종북공세, 사상공포증이 일소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조국 교수가 2007년 이 책을 출간하면서 우려한 일들이 2012년부터 전사회적으로 시작되어 올해에는 한국사회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근거도 없고 위협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개인과 정치세력의 생각과 사상을 캐묻고 단정하고 낙인찍고 매도하고 처벌하고 있다. 좀 바웠다는 이들까지 헌법과 양심,사상의 자유를 앞장서서 침해한다.
헌법을 지키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앞장서서 보호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같은 국회의원의 생각과 사상을 재단하고 낙인찍고 마녀사냥식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데 협조했다. 조폭 수준도 안 되는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언론이 여론몰이에 나서고 정당과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여론의 마녀사냥에 굴복해 숨을 죽이고 있다. 저자 자신도 움추러든 모습이 느껴진다.
부정하게 권력을 쥔 자들이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소수 야당에 대해 정당해산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다른 야당과 정치지향적인 세력들은 내년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계산하느라 더 분주하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조국 교수의 저서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를 위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헌법에만 명시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받고 통제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 비판하고 있다.
그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준법서약제’나 ’양심적 집총거부권’, ’빨갱이 콤플랙스’와 같은 우리 정신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고 있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탄받는 국가보안법을 비판하고 있다. 
책은 법 앞의 평등을 침해하는 보호관찰법, 대체복무제 도입을 고민해야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빨갱이 콤플렉스와 사상을 표현하고 실현할 자유, 국가보안법 총비판 4가지 핵심쟁점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그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필요한 근거로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고 있다. 첫째, 어떤 생각과 사상이 침묵을 강요당하는 경우 어쩌면 그 사상이 진리일지 모른다. 다른 말로 우리는 진리를 억압함으로써 진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설사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상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통상 진리의 일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취사선택할 문제이다. 셋째, 진리라고 널리 인정되는 사상의 경우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고 활발하게 논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치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처럼 생각하여 그 사상의 합리적 근거를 이해하고 실감하기 어렵다. 넷째, 자유로운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교설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거나 약화되어 그 사상이 사람의 인격과 행위에 미치는 생동하는 영향력이 상실될 수 있다.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 즉 누군가에게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그것이 곧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문장은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한 말로 한국사회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의 권리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 또 표현하지 않을 권리,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제한적이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경제 학술 문화 생활 영역에서도 통제를 받는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 상황이라는 것이 유일한 이유다.

조국 교수는 민주국가라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이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의 수준은 소수자의 양심과 사상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햇볕정책,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애써 일궈놓은 북한과의 평화적 흐름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경색되었고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공과 안보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북한을 '한 민족'과 ‘한 나라’가 아닌 적국,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비롯한 인권 관련 국제법규에 따라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보장할 것을 주장한다. 좌 또는 우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일반’에 충실해서 완고하게 정립된 고정관념을 반성적으로 재검토하자고.

조국 교수의 2010년판 개정판을 끝까지 읽으니 책의 끝 부분에 아래와 같이 결론을 스스로 요약해 놓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법조계, 학계, 정치계, 언론계, 시민운동,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진보적' '민주적'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1.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비전향 사상범에게 추상적인 미래의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 보안관찰법 비판
2. 양심적 병역거부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국제법도 승인한 인권의 문제다. 국가는 이를 강제해서는 안되며,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3. 사상의 자유는 사회 진보의 필수요건이며, 진리는 사상의 충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사상 간의 경쟁을 봉쇄하는 '빨갱이 콤플렉스'는 사라져야 한다.
4. 체제를 비판, 부정하는 사상의 표명과 실천도 그것이 폭력과 파괴 행위를 수반하는 등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 한 사상의 자유의 하나로 보장해야 한다.
5. 국가보안법은 통일의 한 주체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여 통일 지향을 가로막는 법률이며,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여 시민의 정치적, 시민적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법률이므로 페지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더라도 국가안보에 구체적이고 실질직어니 위험을 주는 행위는 형법 기타 다른 법률로 제재할 수 있다.

결론과 관련하여 보충하는 몇 개 문장도 소개한다.

"양심수란 폭력을 주창하고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여타 양심에 따라 형성된 신념을 이유로, 또는 인종적, 성적, 피부색, 언어, 민족적, 경제적 지위 때문에 투옥, 구금, 육체적 제약이 부과된 사람들이다" - 국제사면위원회

"기존의 제도와 통념, 다수의 목소리를 무조건 추종하기 보다 자신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공비판적이며 전복적인 사상을 만들고 실현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사회는 모순이 조기 잘견되고 해소되어 지금만큼이라도 진보할 수 있었다"

"시민이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니고 실현하는 자유에 대한 국가의 제약은 가능한 한 억제되어야 하며, 제약할 때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자유를 최소한도로 침해하는 범위와 정도로 해야 한다."

"다를 수 있는 자유의 실체는 기존 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대하여 다를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검증되는 것이다." (미국 대법관 스톤)

"진리 여부를 가리는 최고의 검증 방법은 그 사상이 시장의 경쟁 속에서 수용되는 힘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 대법관 홈스)

[ 2013. 11. 11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