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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서평]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저, 김진준 역 <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를 읽고 / 2005. 12., 752쪽, 문학과사상사
이 책은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전세계 인류의 불균등한 삶과 생활을 이루어살고 있는 이유, 더 나아가 하나의 민족이 다른 민족을 대량 학살한 이유를 진화생물학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자연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이래 진화론은 유전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사회생물학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진화론은 그 과학적 객관성과 타당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경우 정치적, 인종주의적 목적으로 '악용'되어 왔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인종주의적 설명이 아닌 다른 과학적 분석으로 가능할까?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인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저자는 위 질문에 대해, 광범위하게 나타난 인류 역사의 경향을 실제로 만들어낸 환경적 요소들을 밝히려고 시도한다. 그는 뉴기니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에서부터 현대 유럽인과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인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이 책은 서구인들에게, 그리고 서구인들의 편견에 물들어 있는 한국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모든 인류가 아직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3,000년 전 석기 시대가 화석과 유물로 남겨놓은 흔적들을 분석하면, 그때부터 각 대륙에 살고 있던 인류 사회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중동지역), 중국, 중앙아메리카, 미국 동남부와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 야생 동식물을 일찍부터 가축화.작물화한 사실은 그 지역 민족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앞설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왜 밀과 옥수수, 소와 돼지, 그리고 현대의 주요 작물이 된 농작물과 가축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작물화? 가축화되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이 관습도, 인종차도 아닌 환경임을 밝힌다. 다시 말해 기후와 지리, 위도, 강수량 등 환경이 대륙 간 인류 문명의 발달 속도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곳곳에 정착한 이후 서로 고립된 상태에서 수백 ~ 수천 년 간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여 사회를 이루고 살아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고 다른 양식의 생활과 정치사회 제도를 구성했던 것이다.
즉, 인류 역사에서 문명이 다르게 전개된 것은 각 대륙의 민족 또는 인종이 인종적, 유전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인간종의 이동 과정과 각 대륙의 환경 및 조건의 차이에 맞게 적응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환경에 적응해 왔던 인류의 문명이 상이하게 발달한 과정에서 특히 '총기'와 '병균'과 '금속'이라는 무기를 매개로 하여 역사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일단 수렵 채집 단계를 넘어서 농경을 하게 된 사회들은 문자와 기술, 정치제도(중앙집권), 사회제도뿐만 아니라 사악한 병원균과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회들은 질병과 무기의 도움으로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은 이러한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간 후 질병과 전쟁으로 95%의 원주민이 죽고 만 것이다. 일단 앞서게 된 유라시아 대륙은 지금도 세계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책의 서두에 자신의 연구결과가 "과거의 대량학살을 미화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닐 뿐더러 미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자의 말에 회의가 든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류의 문명과 행위를 '생물학적 범위'로 분석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생물학적'이라는 설명은 다분히 인간의 의지나 집단적인 세계관의 반영이라기 보다 동물적인 또는 자연스러운 본능에 근거한 행위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식량생산과 인구의 증가, 그에 따른 중앙집권적 제도와 무기의 발달이 다른 민족이나 인종을 침략하거나 학살하는 근거로 제시했는데, 생물학적인 이유라 할 수 있으려면 침략한 민족이나 인종이 식량 부족 또는 거주지 부족 등과 같은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에는 그렇다는 근거나 증거는 없다.
저자가 예로 든, 1835년 뉴질랜드 북부섬에 살던 마오리족 일부가 채텀 제도에 살고 있던 모리오리족을 공격하여 거의 멸족시킨 것은 환경과 조건의 차이가 아니었다.
저자는 두 종족의 차이를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와 잉여생산물에 의한 무노동 집단의 탄생, 그리고 높은 인구밀도로 영토와 식량을 둘러싼 경쟁에 익숙한 마오리족이, 낮은 인구밀도 조건에서 수렵과 채집을 통해 위계질서가 약하고 싸울 줄 모르는 모리오리족을 공격하여 멸족시킨 것이다. 이것은 결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상황, 즉 생물학적인 전개과정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오히려 그러한 마오리족의 침략 행동은 말 그대로 '비인간적'인 행위이고 마오리족이 아직 '인간성'을 취득하고 계발하지 못한 짐승 수준의 제도와 문화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설명을 고려하더라도 마오리족은 높은 생산성에 근거하여 집단 내부에 잉여생산물이 존재했기 때문에 다른 종족을 학살한 이유가 식량부족일 수는 없다. 더많은 잉여생산물과 권력, 그것을 위한 영토의 확장인 것이고 다른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존중하지 못하는 문명상태, 즉 '필요'에서 벗어난 동물이지만 아직 '문명'이라 할 수 없는 경계상태의 인류가 '학살'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1532년 신성로마제국(스페인)의 피사로 군대 170여명이 잉카 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8개월 동안 포로로 붙잡고 그의 군대 8만 여명을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집단 학살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성로마제국 사람이나 군대를 처음 접하는 잉카 제국의 황제와 잉카인들에게 피사로는 거짓말로 화해와 친선을 위한 만남을 제안(만남 전에 미리 공격 준비를 한다)했고, 스페인 군대에 소속된 기독교 수사는 기독교의 존재도 모르는 황제에게 성경을 강요하여 갈등을 유도했다. 피사로는 잉카 황제를 8개월 동안 볼모로 붙잡아 놓아 스페인으로부터 추가 파병할 시간을 벌었고 잉카 제국으로부터 엄청난 몸값을 받은 후 나중에 황제도 죽였다.
피사로와 기독교 수사는 잉카 제국을 공격한 이유를 "하느님과 그의 성스러운 신앙을 만민에게 알리기 위해"라고 주장다.
즉, 신성로마제국이 잉카제국을 학살한 이유는 진화생물학으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인류가 동물에서 인간종으로 변화되는 가운데 과도기에 해당하는 '오만과 독선'이라는 '종교적 질병', 즉 인류의 정신적, 문화적 질병 중의 하나라고 분석해야 한다.(이러한 종교적 질병은 이슬람제국과 십자군전쟁에 이어 현대 사회에도 기독교 근본주의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
물론 더 오랜 기간을 살펴보면 유럽인의 아메리카 정복은 무기의 수준, 유럽으로부터 전염병의 전파, 금속문화 등도 연관이 있다.
즉 저자는 "왜 스페인은 잉카 제국을 침략했는데 잉카 제국은 스페인을 침략하지 못했나?"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그 원인을 환경과 조건에서 찾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총, 균, 쇠>라는 무기, 병균, 금속, 그리고 문자 등이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 그리고 잉카 제국이 스페인을 정복하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무기, 병균, 금속이 하나의 인간집단(종족, 민족)이 다른 집단(종족, 민족)을 공격할 때 승리하는 이유는 될 수 있지만, '공격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격하고 정복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당하고 고의적인' 것이다.
만약 저자의 논리가 절대적인 진리라면 인류는 앞으로도 전쟁과 학살, 침략과 정복으로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릴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인들이 "종교의 전파"를 공식적인 공격과 점령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 의도는 더많은 권력과 부, 영토를 위한 식민지 확장이었고, 그것은 봉건귀족과 자본가들의 탐욕과 착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 탐욕과 착취욕이 잉여생산물에 근거한 것인지. 잉여생산물에 기초한 착취계급과 그들 사이의 살인경쟁인지, 종교에 근거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시 말해, 당시 유럽인들은 자신들은 고귀한 인간이고 다른 민족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나 노예로 생각했던 '미개인'이자 '짐승같은' 동물집단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20세기 들어서까지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백 만명을 서로 죽였고 그 뒤에야 조금씩 '공존'과 '인간성'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전쟁과 증오에 불타는 미개한 종족이 미국과 이스라엘, 한국에 남아있지만...
오히려 처음 만나는 인간집단에게 호의를 보이고 친선을 도모한 아메리카 인디언과 잉카인들, 모리오리족과 다른 대륙의 민족, 종족들이야말로 수백 ~ 수천 년 전에 서유럽보다 먼저 '인간다운' 문화와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유럽은 자신들끼리 두 차례의 거대 살륙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 민중들을 학살한 후인 20세기 중반을 넘어서 비로소 공존과 공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종 우월주의, 국가 우월주의에 사로잡히거나 금융자본과 군수자본 등 자본의 이익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전쟁, 갈등, 착취, 학살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저자가 설명하는 바와 같이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인간집단이 대를 거듭하면서 만들어 낸 정치사회 제도와 문화는 천양지차이지만, 다른 제도와 문화가 다른 민족이나 인종을 집단적으로 학살한다는 자연스러운 또는 과학적이거나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는 환경와 조건에 적응하면서 각 인간집단이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내기 시작한 인류의 문명 또는 문화는 더 이상 진화생물학이라는 범주만으로 연구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적 발달 과정이 인종적, 유전적 차이가 아닌 환경과 조건에 따른 적응적 과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총, 균, 쇠, 정치제도, 문자'라는 요인만을 중심으로 문명을 분석하면서 서구의 제3세계 학살이라는 결과를 해석하려 하다가 오히려 서구의 학살을 일면 정당화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독후감이다.
참고로, 이 책 개정판의 후면에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특별 증보면이 추가 수록되어 있어서 소개한다. 이 증보면에서 저자는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추적했다.
여기에서 저자는 유전적 분석, 각종 화석과 유물에 대한 분석 결과, 언어학적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일본의 현생 인류는 한반도 인류에서 확산된 결과이며 식량생산과 문자, 언어 역시 한반도에 기원을 둔 것임을 밝힌다.
세부사항은 블로그에 정리(http://blog.daum.net/hy2oxy/8691593)
[ 2013년 10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