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보는 눈 -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을 위한 통일론 세상을 읽는 눈
이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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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종석 저 < 통일을 보는 눈 :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을 위한 통일론>을 읽고 / 2012. 06, 256쪽, 개마고원


2012년 봄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하여 국내 정치권,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종북 논쟁'의 폐해를 절감한 유권자들이 많았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그런 한심한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를 지켜보고 있자니, 연말 대선에서는 다음 대통령의 자질 평가와 관련해 북한문제와 통일정책에 대한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늠자가 되어야 했음을 많은 이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 종북 논쟁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때마침 오랫동안 북한문제와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학자이자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저자가 그간의 연구 성과와 정책 현장 경험을 무르녹여 밀린 “숙제를 푸는 심정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물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화경이 완전히 변했다고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냉철히 봐야 할 것은 중국의 변화 발전에서 비롯된 통일환경의 격변을 말한다. 남한의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하더라도 한중관계와 북중관계 모두가 엄청나게 변화해 있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남한에서 '붕괴론'이나 '남침론' 등 대결 일변도로 북한을 바라봤던 과거의 도식적인 북한관과 통일관을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저자는 "통일비용이 너무 막대할 것이기에 차라리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으나, "북한이 갑자기 붕괴해서 흡수통일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무려 수백 조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남한 역시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대신 "장기적인 화해협력 경로를 밟는다면 30년 동안 연간 1조 5,000억 원 정도만으로도 감당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비용은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적 성격을 지닌다고 말한다. 북한에 전기, 상하수도, 도로 등을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므로. 게다가 이 사업은 한국 기업체가 맡을 것이기에 국내 기업들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그렇지만 저자는 기업들이 아닌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학생, 주부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저자의 한계 또는 실수라고 본다.)


저자는 어쩌면 거꾸로 "북한과의 대치와 분단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를 따져 비교해보는 게 현실적일는지도 모른다"면서 남한이 치르고 있는 분단비용을 짚어 보인다.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국방비의 과다한 지출, 안보불안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피해(한반도 리스크), 항시적인 사회적 불안심리, 한창 때 청년들의 군복무가 주는 사회적 손실, 종북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사상과 민주주의의 미발전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매년 수십 조원에 이를 것이다. 민족 동일성의 훼손이나 민주주의의 후퇴로 인한 비용 그리고 전체 국민의 스트레스로 인한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 차 없다.

유형무형의 이 분단비용들은 남북이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 전까지는 계속 지출될 것이다. 분단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통일을 이루는 데 드는 비용, 이 두 가지의 비교에는 사실 또 하나의 ‘계산’이 추가되어야 더 정확해진다.


그리고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드는 비용을 걱정하지만, "통일을 이룬 이후의 효과는 앞서의 그 비용을 넘고도 남는다"고 주장한다. 

먼저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데 그 변화에 발맞추려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꼭 필요하다. 그동안 남한은 북쪽이 가로막혀 사실상 섬나라나 다름없어도 미국·일본과 주로 교역했던 때는 그래도 별 문제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러시아와 더 많은 교역을 하고 있다. 통일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 바로 국경이 닿는다면 교역은 더 활발해지고 한국은 드디어 반도 국가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부산항은 10만㎢ 면적에 인국 4,900만이 사는 대한민국의 항구로서 세계 5위의 무역항이 됐는데, 통일을 한다면 5,500만㎢ 면적에 인국 40억이 사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무역항이 될 수 있다.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효과도 대단하다. 경제학자들은 "내수와 무역이 조화를 이루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인구가 1억 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북의 인구를 합치면 7,300만 명이고 여기에 해외동포를 더하면 8,000만 명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어 이 규모의 경제에 가까워진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경제공동체의 장점은 단순히 인구 증가에만 있지 않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천연자원이 풍부해서 남북이 자원협력을 하면 연간 수백억 달러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 값싸고 우수한 북한 노동력과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 남한 자본의 결합은 이미 개성공단에서 그 효용이 증명되었다.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9월까지 개성공단이 남한경제에 미친 생산 유발 효과가 5조 2,668억 원이며,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1조 5,275억 원이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2만7547명의 취업자도 유발시켰다고 한다. 개성공단 하나로도 이런데 전면적인 경제 협력이 이루어지면 효과가 얼마나 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인 "북한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 근거해서 북한을 바라본다면 어떤 정책이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남한 사회가 북한에 대해 흔히 갖는 모순적인 태도와 잘못된 인식을 짚고 있다. 

북한에게 그럴 역량이 없는데도 ‘통미봉남’을 한다고 걱정하는 태도,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진상를 밝히려 하기보다도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구태, 속출하는 북한의 국민소득을 1,000달러라고 과다하게 잘못 측정하는 것, 평화적인 대화를 바란다면서 대화의 당사자인 북한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태도와 인식이 왜 발생하고 뭐가 문제인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는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이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는 주장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선 포용정책 이후에 북한의 대남도발은 꾸준히 감소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면서 북한군은 해군 함정을 금강산 북쪽으로 이동시켰다.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는 군부대도 후방에 배치되었다. 개성공단의 군사적 가치는 더 크다. 개성공단이 건설되면서 서부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의 전차와 자주포가 개성공단 이북으로 이동했다. 사실상 휴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안보적 가치는 국군 몇 개 사단과도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한다. 

그런 여러 성과로 인해 노무현정부 5년간은 남북한 교전이 없었고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정부 이후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악화되면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여 개방으로 이끌겠다는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가 단절돼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체제를 유지시켜 나갈 수 있다. 남북의 경제협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은 중국과 경제특구를 공동개발하고 지하자원 개발권을 중국에 주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두에게 개방적으로 변하기는커녕 중국과 협력하면서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다시 포용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북한과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길로 가야 한다. 이 책은 그 새로운 대북정책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 시도되는 포용정책은 더 진화한 포용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교류를 넘어, 정당과 시민사회도 널리 참여하는 포괄적인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한반도 평화가 경제발전 및 복지증진과 직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평화-경제-복지가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는 폭넓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 파트너로 한국 경제에 갈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협조 없이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변화하는 정세를 고려해 동북아에서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이 또한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모두 읽고 나서 평가해보면, 저자 스스로 '종북 논쟁'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남한 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편견과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북한에 대해 실사구시를 하거나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게 되면 국가보안법이나 반북이데올로기 등 저자의 지위와 안정을 위협할 요인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자를 이해해줄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극우적인 선입견이나 반북 이데올로기에만 편중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해줄 만 하다.

또한 저자는 한반도와 남북 관계는 그냥 남북 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남한과 미국, 한-미-일의 복잡한 삼각관계, 중국, 그리고 남과 북간에 또다시 구조적으로 아주 오래된 갈등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을 간과 또는 누락하고 있다. 한국현대사 100년을 이어오는 역사적 과정이 함축되어 있는 것임을 저자도 잘 알고 있음에도 누락시킨 것은 이 책의 커다란 흠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면서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린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이 책이 불합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의 동아시아 군사패권 전략이나 태평양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한국 정부와 기득권층의 정책을 방해하거나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2013년 10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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