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선영 옮김 / 문학의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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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무사 앗사리드 저, 신선영 역 <사막별 여행자>를 읽고 / 2007. 8., 248쪽, 문학의숲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34번째인 이 책 역시 나에게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사하라 사막에서 대대로 살아언 유목민 투아레그족의 열세 살 소년이 어느 날 사막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주워 읽고 생텍쥐베리를 만나기 위해 오랜 준비 끝에 파리로 간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편리해 보이는 문명. 그는 그 문명의 이면에서 비인간적이며 허구적인 삶으로 엮어진 맨얼굴을 발견한다. 그 문명세계가 서구 문명의 하나인 파리의 모습이지만 서구문명, 특히 프랑스보다 더 비인간적이고 황금만능주의에 오염된 미국의 문화가 범람해 있는 한국의 모습은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사막에서 온 여행자는 문명 세계를 살아가는 서구인들의 풍경과 관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비록 많은 걸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에서 온 여행자의 시선을 전하고 있다. 그의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의 기적, 자동문의 마법,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식에 감탄한다. 동시에 문명인들의 결핍된 열정, 고독을 감춰 버리는 높은 건물, 뭐든 빨라야 하는 조급증, 있는 그대로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끝없는 욕망을 발견한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자랑해 마지않는 이 문명이 벗어나 있는 참된 길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입는 옷 색깔 때문에 ‘푸른 사람들’이란 별칭으로도 불리는 투아레그족은 스스로를 ‘자유인’이라는 뜻의 ‘이모하’라 부른다고 한다. 

소설보다 더 놀라운 이 실화의 주인공 무사 앗사리드는 파리의 첫날 밤 호텔에서 사막의 천막 속 아이들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큼 넓은 호텔 침대와 마법처럼 열리는 자동문, 다양한 식물과 꽃, 넘쳐나는 음식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는 며칠 만에 그처럼 많은 것을 가졌건만 문명세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음을 발견한다. 삶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소중하게 음미하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가는 문명인, 이웃과 단절된 채 고독하게 욕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도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기적으로 가득 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즉 이 순간의 행복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곳 중 하나가 사하라 사막이라 할 수 있다. 그곳에 인디고빛 두건과 푸른색 베일을 둘러 쓴 신비의 부족이 있다. 새로운 물과 풀을 찾아 유목생활을 하는 투아레그족.
그 투아그레족 젊은이는 사하라 사막의 삶과 문명세계의 삶을 비교하면서 단봉낙타가 내딛는 발걸음의 리듬에 맞춰 한걸음씩 나가가는 삶과 테제베를 타고도 더 빨리 가지 못해 조급해 하는 삶, 자연의 신호에 응답하는 삶과 기술의 발견에 응답하는 삶, 단순함과 복잡함, 관계 중심적인 삶과 이해 중심적인 삶, 진지함과 가벼움, 본질적인 것에 충실한 삶과 현실적인 것에 충실한 삶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 잃어버리고 있는 참된 삶을 위한 기억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힘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막은 늘 비어 있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 유한한 이 삶에서 우리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왜 그토록 불안한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우리 삶을 장식하고 있는 복잡한 그 많은 것들은 허구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과 함께 사막별 여행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사라져 가는 유목민 문명이 들려주는 행복의 방법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법정스님은 추천서에서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지혜로운 유목민의 삶이, 도시의 사막에서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오늘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스님의 말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인상 깊은 문장 :

"여행은 자기 자신에게로 떠나는 것이며, 또한 그 여행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순간에는 소유해야 할 것도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34쪽)

"유목민들은 늘 새로운 초목을 찾아 길을 떠난다. 황폐해진 땅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과 새로운 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 속에는 배움이 있다. 나는 삶을 여행하며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을 나누어 받는다. 알고, 배우고, 깨닫는 것, 그것은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이유가 된다."(12~13쪽)

"우리는 인내심을 통해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내를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다. 우리 부족에 이런 말이 있다. “서두르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관조할 시간도 없이 소멸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내심은 시간과 짝이 되어 여유 있는 행동을 하게 해 줌으로써 자신에게 충실하도록 도와준다. 참을성이 있으면,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결코 없다. 실제로 서두르다 보면 흥분하고 놓치는 것들이 많아져, 우리의 온 존재는 조화를 잃어버린다. 지각했을 때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성급한 사람에겐 고통이겠지만, 시간에 머무를 줄 아는 사람에겐 매우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행인들과 예쁜 여자들, 거리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버스는 뜻밖의 선물이 된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쳐 지나는 삶만으로도 우리 자신이 풍부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128쪽)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멸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고, 흐르는 세월은 그것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우리 조상들은 말했다. “인내의 끝에는 하늘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몹시 놀랐다. 시간은 우리 것인데! 시간에 전념할 줄 안다면, 시간의 곡선을 따를 줄 안다면 시간은 우리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언제나 기다림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기다림의 신기루를 양식으로 삼으며..."(130쪽)

"투아레그족 사람들이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이다. 이는 곧 진정한 자아와 만나고, 자기 안에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그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가 이 삶에서 겪는 모든 경험들은 영혼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것들이다. 삶이라는 커다란 운동장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배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자기 안에 평화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평화로워져야 한다."(34쪽)

[ 2013년 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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