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한국사회 - 왜 우리 모두는 아플 수밖에 없을까?
김태형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강추!!! [서평] 김태형 저 <트라우마 한국사회>를 읽고 / 2013. 04., 368쪽, 서해문집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에 강력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한국인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불안케 하고 가정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와해시키는가? 누가 약자들과 선량한 이들을 분열시키고 싸우도록 부추기는가? 주변을 돌아봐도, 신문방송을 보아도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들의 마음이 오래도록 불안정하고 아프다는 것은 곧 그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심리적 상처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른다.

"이러한 트라우마들은 한국인의 불행한 역사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즉 한국인의 트라우마는 대부분 왜곡된 역사와 잘못된 사회로 인해 생겨난 집단 트라우마라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관련된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다수 한국인들이 동일한 트라우마애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의 주요한 원인이 각자의 개인사에 있다기보다는 공동으로 경험했던 집단의 역사에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저자 서문)

"한국 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심한 이유는 일제 식미지와 미군정, 한국전쟁, 군부독재 등을 압축적으로 겪으면서 매우 폭력적인 과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민주화됐다고 하는 현 시점에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법에 의해 일부 사람들을 가두는 것이 집단 트라우마가 강한 사회임을 증명합니다." -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 (2008년 9월 경향신문)

○ 세대, 계층, 분단, 지역으로 쪼개진 한국사회는 좌절과 미완성, 혼돈과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정부 실패, 극우보수세력의 연이은 재집권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는 한국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게다가 이런 상처들이 채 아물기도 전에, 돈 중심,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한국인들은 세대와 계층, 중심과 변방으로 갈가리 쪼개졌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상황을 세대 트라우마와 집단 트라우마로 나누어 세밀히 분석한다. 

우선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각 세대가 가진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성인·중년기별로 나누어 분석한다.(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http://blog.daum.net/hy2oxy/8691537를 참고)
유년기부터 반복된 좌절의 경험으로 인해 생긴 50년대생(좌절세대)의 ‘좌절 트라우마’, 포기할 수 없는 청년기의 꿈으로 인해 생긴 60년대생(민주화세대)의 ‘미완성 트라우마’,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돈으로 인해 생긴 70년대생(세계화세대)의 ‘혼돈 트라우마’, 공부기계에서 삼포세대로 이어지며 누적된 공포감으로 인해 생긴 80년대생(공포세대)의 ‘공포 트라우마’는 현재 한국사회의 치명적 고질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세대 갈등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각 세대의 트라우마와 세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서로 다른 경험과 트라우마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외세와 극우보수세력에게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저 또한 이해 적극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저자는 세대별 트라우마의 치유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합니다.
좌절세대가 좌절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먼저 패배주의와 자기혐오감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그 다음 사회를 빈곤하게 만드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젊은이들이 노력할 경우 그런 시도를 적극 지지해주고 동참해야 한다. 또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함으로써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민주화세대가 미완성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좌절세대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사회가 강요하는 '돈을 벌지 못했으니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식의, 돈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잘못된 자기평가에서 해방됨으로써 자기의 인생을 다시금 긍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청년기의 꿈을 부활시켜 그것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는 여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대에서 20대 초반인 자녀들을 도와주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세대가 미완성 트라우마를 완치하려면 청년기의 꿈, 즉 '인간다운 세상'을 완성시켜야 한다.
세계화세대가 혼돈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세계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개인주의적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적 결속력과 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세대도 민주화세대와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자녀들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포세대가 공포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동시에 부모와의 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또한 공포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집단적인 승리의 경험을 축척해야 한다.

○ ‘분단 트라우마’는 언제든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우세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분단 트라우마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병들게 만드는 첫째가는 원인이자 한국인들에게 밝은 미래를 박탈하는 기본 장애물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정신을 불구화하고 정치를 기형화하며 민족분단을 영구화하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하는 한 한국사회의 발전이란 요원한 일이다."(p.208~209)

저자는 세대 트라우마에 이어 계층, 분단, 지역감정으로 생겨난 한국사회의 집단 트라우마를 들여다본다. 돈 중심의 세계관이 가져온 계층 간의 갈등은 ‘우월감 트라우마’로, 죽음에 대한 공포에 기반한 한국사회 최대의 장애물은 ‘분단 트라우마’로, 차별과 학대, 죄의식의 얽힘으로 인한 지역 갈등은 ‘변방 트라우마’로 규정하고, 이들 트라우마가 생긴 원인과 문제점, 해결 방안 등을 세밀히 분석한다.(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http://blog.daum.net/hy2oxy/8691542를 참조)

분단 트라우마와 극우세력 콤플렉스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종북(반미)이 아니다",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까끼 마사오'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북한에 대한 공포로 여겨졌던 ‘분단 트라우마’가 실은 언제든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우세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는 대목은 명쾌하면서도 탁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영호남 갈등으로 여겨지는 지역감정이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로 나뉘어 어떻게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서울과 변방(지역)으로 나뉘는 새로운 지역 갈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 부분 역시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인 우월감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 변경 트라우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주역들은 세대별 트라우마와 마찬가지로 외세와 극우보수세력, 극우보수언론 등이다. 특히 분단 트라우마의 경우 친일파와 월남세력, 극우기독교 집단과 국가보안법이 추가된다. 따라서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공통적인 과제는 역시 외세와 극우보수세력, 극우보수언론을 이 땅에서 퇴치하는 것이다.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각 트라우마별 방안은,
우월감 트라우마의 경우, 첫째 개인들이 우월감 중독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사회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셋째, '돈 중심의 세계관'을 강요하는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분단 트라우마의 경우, '북 콤플렉스'를 치유하려면 남북이 서로의 체제와 사상문화를 존중하고, 남북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시키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레드 콤플렉스', 특히 '극우세력 콤플렉스'를 치유하려면 극우보수세력을 정치권에서 퇴장시키고, 그들의 절대 무기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 "나는 특히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데 한국사회가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방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영호남 차별, 서울과 변방 사이의 차별을 없애야 하고, 전국적인 진보정당 혹은 계급정당이 출현해야 하며, 서울을 제외한 변방이 단결해야 한다.

○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에 이른 한국, 트라우마 없는 한국사회를 꿈꾸며…

몸의 상처는 눈으로 보이는 데다, 직접적으로 고통을 주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치료를 받는다. 반면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아 파악하기 힘들고, 정신적 고통을 주기에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쌓여 직접적인 문제로 드러날 때는 손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과거 불행한 현대사를 지나오며 생긴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는 IMF경제위기와 돈 중심,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세대 트라우마라는 형태로 더욱 확대되어, 이제는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라고 해서 이대로 방치하다 보면 한국사회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마음의 병은 높은 자살률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 학교 폭력, 배금주의, 도덕적 해이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가 매년 지겹게 들어온,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조사(OECD 34개국 중 32위-2012년 기준) 또한 현재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과연 한국사회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해방되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심리학적 분석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트라우마 없는 한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 2012년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은 한국인의 트라우마

2012년 대선은 한국인의 트라우마가 가진 파괴력을 잘 보여주는 선거였다. 각 세대, 계층, 분단, 지역 문제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이번 선거의 결과가 갈렸다. 유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 좌절세대(50년대생)는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은 야권의 바람이 불면 야권 쪽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여권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결국 여권 쪽으로 움직였다.

‘우월감 트라우마’는 경기 변동에 극히 민감한 자영업자들과 생존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보수세력에 대한 의존심을 부추기고, 부자 되기 열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또 한 번 유혹함으로써 보수세력의 승리에 도움을 주었다. 
‘분단 트라우마’는 야권 진영의 운신의 폭과 공격력을 심하게 위축시킨 반면,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함으로써 여권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영호남 갈등에서 서울-지역 갈등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사회에 날이 갈수록 더 극심해지고 있는 ‘변방 트라우마’ 역시 충청도와 강원도, 나아가 수도권 주민들이 여권에 표를 던지도록 만들었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현재 미국의 주류 심리학으로, 동물과 사람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보는 진화 심리학이나 뇌 과학의 오류를 비판하며, 사회심리학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집필 강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개인의 마음은 개인이 치유해야 한다는 식의 긍정 심리학, 위로의 메시지로 포장한 자기계발 서적들의 달콤한 유혹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거대한 심리적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세밀히 분석하였다.

○ 인상 깊은 문장

"좌절세대는 순응의 대가, 즉 한평생 극우보수세력이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한 결과가 결국 좌절이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찾아 저항에 나서기보다는, 반복된 좌절의 경험으로 인해 여전히 세상에 순응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좌절세대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반복된 ‘좌절’이 준 상처이기 때문에 이들의 대표적인 트라우마를 ‘좌절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세대는 한국사회를 바람직하게 개혁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괴감을 떠안게 되었고,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한국사회가 옛날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민주화운동이 다 헛고생에 불과했다는 허무감과,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패배감까지 느끼고 있다. (중략) 나는 이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가 청년기의 꿈이 완성되지 못한 것과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트라우마를 ‘미완성 트라우마’라고 부를 것이다."

"이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청년기에 받아들였던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인생관으로는 바람직한 사회개혁도, 행복한 미래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으면서 세계관적 · 인생관적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화세대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혼돈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공포세대는 그야말로 공포에 짓눌려 있는 세대이므로 이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공포 트라우마’가 될 수밖에 없다. 공포세대가 공포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와의 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포세대의 부모들은 한국사회와 더불어 이들에게 공포 트라우마를 강요한 주범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내가 너보다 더 잘났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데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중략) 나는 모든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이런 집단심리, 즉 병적으로 우월감을 추구하면서 우월감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고 하는 마음의 병을 ‘우월감 트라우마’로 정의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분단 트라우마가 극대화되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남북 간의 화해가 추진되면서 레드 콤플렉스와 북 콤플렉스는 지속적으로 약화된 반면 극우세력 콤플렉스는 여전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탈냉전의 21세기를 맞이한 현재 시점에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분단 트라우마의 기본 내용은 ‘극우세력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지역차별은 그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지역주민,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 옆에서 구경을 하는 지역주민까지 모두 정신적으로 병들게 한다. 즉 지역차별을 당해왔던 호남인만이 아니라 그 차별로 인해 일정 정도 혜택을 입은 영남인, 지역차별을 목격해왔던 나머지 모든 한국인이 변방 트라우마의 희생자인 것이다. 나아가 점점 심해지고 견고해지는 서울공화국 체제로 인해 한국인의 변방 트라우마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 2013년 8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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