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평화기행
이시우 글.사진 / 창비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추!! [서평] 이시우 저 <민통선 평화기행>을 읽고 / 2003. 06., 339쪽, 창비

오늘날 분단체제와 남북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족과 민중을 위해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진지하게 추진하지는 못할 망정,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그리고 일부 극우보수 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헌법을 유린하면서까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그것을 덮기 위해 또 다시 불법적으로 정상회담 회의록을 임의로 공개해버린 반역자들이 오늘날 국내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바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다수 의원, 재벌기업 소유주, 조중동 등 극우보수언론으로 상징된다. 국정원의 작년 대선 개입과 최근 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공개 사태는 파렴치한 법죄집단에 불과한 극우보수세력의 망동을 제어하지 않는 이상 한국사회에 가장 초보적인 민주주의도, 공정한 선거도, 남북 화해와 평화도, 경제 민주화도 어림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알려준다.

이 책은 분단체제와 남북갈등, 종속적 한미관계가 가장 크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민통선(민간인 통제선) 지역 민중들의 생활과 고통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이시우 씨는 백령도에서 고성까지의 민통선 지역을, 10년 발품으로 진지하고 용기있는 기행서를 써 냈다.

민통선 지역은 대다수의 국민들과 시민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정당과 정부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지역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전쟁과 분단의 현장이자 흔적이고, 남북 대결이라는 이유로 미군과 국가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폭력이 허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서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주인이기도 한 민통선 내 주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재산권이나 자유는 커녕 인권과 생존권 마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처한 인권 유린과 생존권 박탈의 현장을 고발한다.

그와 동시에 책 안에는 통일운동단체와 YWCA 같은 민간단체의 분단통일기행을 여러해 동안 안내한 길잡이로서의 자상함은 물론 사진작가로서의 예리한 눈빛이 한데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냉전시기의 분단의식을 부추기는 ‘안보관광’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평화운동가로서의 역사인식과 열망이 가득 담겨 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진지하고도 용기있는 기행서’라 할 것이다.

그는 민통선 곳곳에서 고달픈 한국현대사와 직면한다. 조기와 꽃게어장으로 유명한 백령도와 연평도에서는 임경업 장군에 얽힌 이야기와 심청의 미학, 서해교전, 그리고 NLL, 영해문제와 만난다. 강화도의 단군과 고인돌에서는 민족의 미학을 발견하고, 항몽전쟁에서 내려오는 강화의 저항정신과 강화도 북부의 민통선에 대해서 언급한다. 게다가 향토방위대라는 민간조직이 한국전쟁 당시 저지른 양민학살이란 끔찍하고도 서글픈 역사,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회학무기와 세균전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어떤 피해를 사람들에게 주는지 등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한다. 

자유로를 지나 만나는 파주에서 그는 놀랄 만한 주장 하나를 편다. 정전협정을 근거로 한강 하구가 중립지역도 비무장지대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버젓이 ‘중립지역’ ‘비무장지대’란 표지가 붙어 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강의 문명사적 의의와 통일 이후 한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까지 그의 고민은 불을 뿜는다. 반구정(伴鷗亭)과 화석정(花石亭)에서는 방촌 황희와 율곡 이이에 대해 공과를 가린 후, 자유의 다리, 자유의 마을, 판문점과 공동경비구역(JSA)으로 향한다. 그곳의 미군기지와 대인지뢰 피해자들을 거쳐 그의 이야기는 최근 연결공사가 한창인 경의선으로 이어진다. 

주한미군 문제는 파주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다룬다. 특히 연천-동두천-의정부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집요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꼼꼼하게 개별 미군기지의 역할과 주한미군의 전략에 대해 언급한다. 2003년경 주한 미군 2사단의 재배치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군림하는 일부 극우보수 권력이 이와 관련하여 저자를 국가보안법으로 무리하게 구속, 기소하였지만 헌법과 상식, 인권과 평화통일에 충실한 사법부는 그들의 행위가 무모하고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비무장지대 남쪽으로만 1백만개, 후방지역에 7만개 이상이 매설되어 있는 대인지뢰 문제도 마찬가지로 여러 곳에 걸쳐 다루고 있다. 파주, 연천, 양구, 고성 등 그가 들른 민통선 곳곳에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199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엄즈(Jody Williams)와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과 함께 한국의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에 관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화천에서 만난 가도가도 끝없는 듯한 강원도의 길에서 굽이쳐 온 우리 현대사를 떠올리며, 양구 평화의 댐에서는 정권의 ‘한판 쇼’에 놀아난 씁쓸한 기억을 곱씹는다. 또 고성의 동해 일출을 보며, 어둠과 빛의 미학을 다시금 되새긴다. 당시 연결공사가 한창인 동해북부선 현장과 강릉 앞바다에 좌초한 북의 잠수함 승무원들이 사망한 칠성산 억새밭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절규하듯 갈망한다.

그는 분단이 '우리 안으로 파고든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꿈꾼다. 철원, 강화도, 백령도와 연평도, 파주, 화천과 양구, 연천, 고성에 이르는 그의 여정은 곧 자기 안의 분단의식을 깨는 배움길이다. 그 배움의 길 곳곳에서 그는 사색하고 또 사색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새삼 그 사려 깊은 생각에 놀란다. 민통선에 관한 본격적인 기행서로는 국내 최초이기도 하지만, 최초라는 딱지보다 글에 밴 진정성이 더욱 소중하다. 한편 사진작가로서도 활동하며 발로 찍은 사진 160여컷과 설명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일관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주의깊게 살펴볼 만하다.

남북화해와 평화를 말하면서도 극우보수세력의 '종북 공세'에 겁을 집어 먹고 입과 발이 얼어버린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시민단체 운동가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리고 늦지 않게 민통선 평화기행에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그곳에 가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외부의 '구속'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가두어버린 '관성'임을 깨닫기 바란다.
한국현대사의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질곡은 자본도, 기득권도, 알량한 권력도 아니다. 그것은 분단체제와 증오, 정전체제와 국가보안법, 종속적 한미동맹(?)과 친일파이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의 열정적인 현장 취재와 기록, 작품 사진 그리고 그의 통찰력에 깊은 감명을 받아 개인 블로그에 [ 민통선과 한국현대사 ]라는 이름으로 책 속의 몇 가지 대목을 옮겨 놓았다. (http://blog.daum.net/hy2oxy/8691532 )
1. 철원군 대마리 정착촌의 서러움, 2. 세균전 의혹과 신종 전염병의 진원지, 3. 화학무기와 고엽제 피해, 4. 백령도 동키부대, 5. NLL(북방한계선)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조사와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와 정보를 찾아보았다. 나처럼 궁금한 이들을 위해 관련 기사를 아래에 옮겨 놓았다.

- "지뢰와 땅 철원 대마리" http://www.leesiwoo.net/?attachment_id=1768
- "남한 지뢰 제거에 489년 걸려... 무섭습니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869277
- "목숨을 걸고 개척하여 만든 백마고지역 인근의 대마리(오대미) 마을"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6brK&articleno=15862375

- "마루타 극비문서 발견, 中서 마루타 피해자만 2만6천명" http://pann.news.nate.com/info/252338780
- "알자지라, '한국전쟁 세균전 실험명령' 공개" http://blog.daum.net/getoutmb/513
- "美, 한국전쟁 중 세균전 현장실험 명령" http://www.chsc.or.kr/xe/?mid=reference&module_srl=206&category=1464&document_srl=23448
- '이젠 말할 수 있다' 015회 일급비밀 미국의 세균전(2000.07.02) https://www.youtube.com/watch?v=juXWudwrK4g&feature=youtube_gdata_player

- “베트남전 살포 미군 고엽제 30년 지난 뒤에도 인체위협”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7000000/2005/03/007000000200503131725015.html
- [1968년 DMZ에 고엽제 대량살포] "맨손으로 철모에 고엽제 받아 뿌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5/h2011052502374121950.htm
- "나는 고엽제 피해자... 이렇게 될줄 몰랐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9911
- 평통사 "주한미군 방위비 한국 부담률 65%에 달해" http://m.yna.co.kr/mob2/kr/contents.jsp?cid=AKR20130601056800004&domain=2&ctype=A&site=0100000000&mobile&source=https://m.facebook.com

- 서울신문 "1·4후퇴에도 백령도 사수 ‘군번없는 유격대’"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206013010
- 한겨레 "백의사와 CIC, 염응택, 그리고 백범"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9000000/2001/09/009000000200109041420749.html
- "625 때의 '켈로부대'를 아십니까"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1/13] http://m.pressian.com/article.asp?article_num=40060114093552

- "북방한계선(NLL)이란"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2/06/005000000200206291411388.html
- "‘NLL 포기’ 발언의 진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75
- "[전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http://www.vop.co.kr/A00000648820.html

[ 인상 깊은 문장 ]

"자유의 반대가 구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의 반대는 관성이었다. 저항하고 꿈꿀 자유까지 막는 것은, 놀랍게도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었다. 관성은 자유와 구속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고, 살아있음의 확인조차 막아버린다. 그 뒤로 '어둠'은 내 미학의 기준이 되어버렸다."(p.06)

"존 파월(John Powell)이란 사람이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전쟁홍보국에서 일했다. 그런데 그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세균전을 수행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그는 반란죄로 기소되었지만, 케네디 정부는 그에 대한 기소를 취하한다.
그는 그후 미군과 일본군 사이의 '세균전 커넥션'을 밝혀냈다. 더글라스 매카서(Deouglas MacAthur)와 그의 정보참모였던 찰스 윌로비(Charles Willoughby), 미 국무부와 육군, 해군 등이 정책조정을 위해 설치한 삼성조정위원회(SWNCC) 사이에 교환된 메모를 통해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빅딜'이 있었음을 발견한 것이다."

"풀 밭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볼 가을의 동화는 전방지역에서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환경천국처럼 알려진 비무장지대는 전염병의 근원지이다. 이미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광견병이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인 연천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병하는 것이나 양구의 독수리가 군부대 운동장에 시름시름 떨어져 머리를 박고 죽은 사건, 파주군 파평면 금파리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 등 이상 전염병들의 출처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이란 사실을 우연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직접 세균폭탄이 투하된 지역의 피해는 또 어떠할까. 일제강점기부터 미국이 벌인 생물학전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국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이다."(p.49~50)

"1951년 5월 6일부터 B29 전투기들은 가스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헤이저만(Edward Hagerman)과 스티븐 앤디컷(Stephen Endicott)은 비밀 해제된 문서를 근거로 <미국과 생화학전>이라는 책을 펴 화학전을 폭로했다.
또한 1968년을 전후하여 베트남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고엽제가 뿌려진 것을 확인하며 화학전의 악몽을 되살려냈다."

"지난 1968~69년 사이에 한국의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주한미군의 주도하에 약8만 리터(315드럼)의 고엽제가 뿌려졌다. 그 당시 주한미군사령부가 작성한 '식물통제계획서'에는 주한미군이 미 국무부의 승인을 바아 한국정부와 논의한 후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p.62~64)

"1952년 1월 북한이 황해도와 서해지역에서의 철수를 요구하자 미국이 이에 반대하며 군사분계선 설정을 거부한다. 이는 동키부대의 전과 덕택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키부대는 한국군의 정규부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쟁 후에도 보훈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최근까지도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했다. 이들의 전과나 존재는 입소문을 통해서는 알려졌지만 미 국방성의 기밀문서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이들은 없었던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동키부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군사의 자주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죽을 고생을 하고도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p.119~121)

"그러나 한강 하구지역의 민통선은 불법이다. 군사시설보호법의 '민간인통제선'은 '고도의 군사활동 보장이 요구되는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지역에서 군 작전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국방부 장관이 군사분계선의 남방에 설치하는 선'이다.
그러나 한강 하구지역은 북한과 가까이 하고 있을 뿐 개풍군 사이의 바다에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곳은 정전협정상 고도의 군사활동 보장이 요구되기 이전에 전쟁 이전부터 유지되어온 민간의 자유로운 어로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곳이다.
때문에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에 설정하는 민통선이 강화도와 김포에 있는 것은 정전협정을 잘못 이해한 것이며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위법(위헌)이다.
민통선의 해제와 한강 하구에서의 평화행동은 민족문명의 힘으로 전쟁을 예방하는 민간의 평화통일 전략이 될 것이다."(p.150~156)

[ 2013년 6월 27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