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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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재천 저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을 읽고 / 2007. 01., 378쪽, 궁리출판사

국내 동물행동학 분야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학자인 최재천 교수. 최 교수는 에드워드 윌슨의 <지식의 대통합, 통섭 Consilience : The Unity of Knowledge>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했고 나는 그 책을 통해 최 교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통섭>은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소개했고, 인류의 모든 학문이 생물학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학문의 '통섭'을 주장한 책이다. "결국 모든 학문은 자연과학(특히 생물학)을 통해 풀어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자연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학이 드러난 사실을 기초로 무언가를 따지고 밝히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하고 반증을 허용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연구를 통해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인간이 미리 설정해 놓은 개념과 정의를 토대로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해석하거나 주장하는 '사변적'인 학문이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대신 인문사회과학은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해, 인간이 모인 사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시비와 유불리를 따지면서 화해와 조화를 이루어가는 특성 때문에 좋아한다.

저자 최재천은 동물행동학이 "동물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How' 문제를 세분화하고 구체화하여 생물리학과 생화학적 메카니즘으로 환원주의적 접근 방법을 적용하고 동시에 '왜 Why'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 진화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조금 복잡하게 정의한다.
쉽게 말하자면, 동물행동학의 유용성은 통해 인간과 인간 집단이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행동의 모습과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들의 여러 재미있는 행동 양태를 소개한다. 개미가 진딧물을 바로 삼키지 않고 살려놓은채 조금씩 단물을 빨아먹는 행동, 일부일처제로 널리 알려진 원앙새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모습, 겉모습과는 달리 침팬지 사회에서 실질적인 권력은 암컷이 쥐고 있다는 것, 딱정벌레 애벌레가 개미의 암호를 도용하여 개미의 힘으로 개미집에 자리를 잡은 후 개미의 새끼를 먹고 자라나는 과정 등이 그것이다.
그는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 얼핏 인간만의 특성으로 보이는 여러 행동 패턴이 대부분 이미 동물에게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생명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사실 지구와 생명체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의 태어난 지 몇 초 밖에 안 되는 갓난 아이에 불과하다. 게다가 몇 초 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인류 역사보다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온 생명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함을 지적한다.
자연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알고 배우다 보면 인간은 자연과 생명체, 인간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하나 밖에 없는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동물행동학이나 사회생물학을 통해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연(생명체)과 인간의 공존 뿐 아니라 인간사회를 위해서도 다양성과 차이의 중요성, 강자와 약자의 공존, 조화와 평등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은 자연 세계뿐 아니라 인간 사회 내의 다른 사람, 다른 계층, 다른 집단에 대해서도 똑같이 해당될 것이다.

[ 2013년 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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