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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 (반양장) - 진화하는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
존스턴 버챌 지음, 장승권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서평] 존스턴 버챌(Johnston Birchall) 저, 장승권 등 역 <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 People-Centered Businesses : Co-operatives, Mutuals and the Idea of Membership>을 읽고 / 2012. 07., 352쪽, 한울아카데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협동조합의 가치나 장점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대한 ‘관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협동조합이나 상호조합을 큰 틀에서 ‘조합원소유 비즈니스(member-owned business MOB)’로 규정한다. 이 대척점에 있는 것은 ‘투자자소유 비즈니스(invester-owned business IOB)’로서, 이것은 ‘잊힌 이름’이던 협동조합이 왜 지금 재발견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MOB)'는 투자자나 공공부문, 특정 기업가(오너)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활동으로 직접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소유하는 다양한 종류의 비즈니스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이익을 보는 사람들'로는 소비자, 중소 생산자, 자영업자, 종업원(노동자)가 있다.
MOB는 "세 가지 유형의 이해관계자, 즉 소비자, 생산자, 그리고 종업원(노동자) 중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소유하고 통제하며 그 이익의 대부분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비즈니스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MOB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국가별로 협동조합, 상호조합, 경제결사체 등 다양하게 불릴 수 있다.
저자는 오늘날 협동조합이 “불황에도 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 “모두가 평등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업”, 심지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그것이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아울러 그 근간 어딘가에 오웬주의와 같은 이상론마저 스며 있는 이런 비즈니스가 지난 100년간 자본의 탐욕과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존하고, 더 나은 경영을 추구하며 진화해왔다는 것을 이 책은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사실 협동조합의 이론적인 내용보다 더 큰 이 책의 가치는 주요 국가의 협동조합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여러 협동조합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특히 국가별, 산업별, 유형별 개별사례와 부문 사례를 통해 MOB의 "설립 -> 성장 -> 통합 -> 쇠퇴 -> 혁신 및 재도약"이라는 협동조합의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각 시기와 단계마다 무엇이 그런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고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
아무래도 사례분석과 연구가 서구 국가들 중심(일본 포함)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나 아프리카, 남미권의 MOB 역사까지 포함하여 기술하기 때문에 얻을 것이 많다.
한편으로 왜 한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협동조합이 잊혀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에서 1개 장(제9장)을 할애하여 다뤄지는 개발도상국 협동조합의 ‘기묘한’ 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농협과 같은 협동조합에 여전히 남아 있는 관치 이미지의 이유, 이런 나라들의 협동조합이 본래적인 의미의 협동조합이 되지 못한 역사적 기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협동조합과 공제회, 신협 등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1960년대에 박정희 군사정권이 자생적인 MOB를 탄압하고 공기업화한 것에 대해 '독재 스타일'로 단순하게 이해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박정희가 1950~1960년대 유럽에서 협동조합이 괄목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군사통치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대략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사람중심 비즈니스]에서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과 소유권의 중요성, 조합원 소유 부문의 중요성과 MOB 다양성의 장점, MOB가 위기에 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MOB의 정의와 성격, 특징 등을 다룬다.
제2장 [조합원소유 비즈니스의 성쇠에 관한 이론]에서는 MOB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제공하면서 'MOB 생태학'이라 부를 수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즉 왜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간에 시작되었는지, 왜 살아남았고 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세계화와 세계 경제 침체 두 가지 도전에 대한 미래 전망을 설명한다.
이 장에서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설립시 리더의 중요성'이다. 설립과정이 짜임새있고 설립 이후에 비즈니스 과정이 탄탄하며 제대로 성장하는 MOB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초기 과정을 주도한 헌신적인 능력자가 있다.
제3장에서 제8장까지는 여러 MOB의 역사와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설립, 성장, 통합, 쇠퇴 그리고 재활까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제3장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들을 통해 유통업체의 소비자소유 소매비즈니스에 대해 분석한다. 유럽에 있는 국가들의 MOB는 IOB와의 극심한 경쟁에서 뒤쳐졌지만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으며 몇 국가에서는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보험분야의 소비자소유 비즈니스를 분석한다. 대부분 서구국가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후에 의료분야 중심으로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일부는 MOB에서 IOB로 전환되었는데 그 이유와 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저자는 공통된 주된 이유로 조합원과의 거버넌스를 제기한다.
제5장에서는 주택건설과 영구주거협동조합을 분석한다. 이 부문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비즈니스 방식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상당수 국가에서 토지와 주택의 보급과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
제6장에서는 공공서비스 가운데 의료, 교육, 공익사업 그리고 레저서비스에 집중하여 여러 소비자소유 영역을 분석한다. 공공독점과 소비자소유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장단점이 설명된다.
제7장에서는 은행에서의 소비자/생산자소유권을 분석한다. 미국의 대부저축조합, 독일의 협동조합은행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과거 부문 간 통합이 이루어졌으며, 협동조합 형태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협동조합은행글리 현재 금융위기에서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보여주고, 조합원소유권이 은행에 대한 글로벌 규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데 주는 교훈을 제시한다.
제8장에서는 생산자소유 비즈니스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농업인 협동조합, 소매유통업체소유 도매업체, 그리고 공유서비스 협동조합이 있다. 유통분야에서는 시스템 소유권에서 소매업체와 도매업체의 관계가 다소 복잡하다. 그리고 종합원소유 비즈니스의 역사롸 생태에 대해 분석하고 노동자협동조합이 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지 설명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배워야할 것이다.
제9장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조합원소유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특정 문제점을 분석한다. 이런 국가들의 협동조합 비즈니스가 갖는 약점과 식민지 시대 이후에 어떻게 그들이 처음부터 정부에 의해 지배당했으며 공공 부문 조직들로 이해되었고 1980년대부트 엄격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결말에 해당하는 제10장 [조합원제도]에서는 MOB들의 비교우위와 비교열위를 검토한다. 주요 약점은 조합원 참여가 떨어지는 점이다. 약점은 결국 탈상호조합화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반대로 주요 장점 역시 조합원제도에 있다. "이것이 더 구체적이고 비즈니스 방식과 잘 엮어지면 경쟁자들보다 독특한 우위를 갖게 해줄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내가 생각하는 협동조합의 핵심 키워드인 '조합원과의 거버넌스'와 '조합원의 참여'가 동일하다. 일단 숫자를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는 결코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이 곳곳에 배어있다...^^
- 인상 깊은 문장 -
"MOB들이 공익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이론적인 장점이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직접 공급한다면 독점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사업이 이익을 낸다면 가격을 낮춤으로써 그것을 재분배할 것이고, 자동적으로 원가-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다. 많은 소비자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중개인은 배제된다. 만약 그들이 자본을 쉽게 늘리지 못하거나 경쟁자들에 비해 싸게 하지 못한다면 불리한 점들이 생길 것이다.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하면 보통 낮은 이자로 차입할 수 있거나 정부로부터 다른 유리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p.189)
"새로운 유형의 상호조합이 떴는데 바로 서포터 재단이다. 이는 서포터 팬들이 클럽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투표권을 모아서 재단에 주고, 재단은 서포터 팬을 대표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서포터 팬들이 충분한 주식을 산다면, 축구클럽을 인수하여 완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매수하는 모델은 스페인 축구클럽,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에서 볼 수 있는데, 법적으로 서포터 팬들이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클럽들은 팬들이 51% 소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재단을 만들고 클럽을 인수하는 운동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영국에서는 160개의 클럽을 12만 명의 조합원이 운영하고 있다. 60개 클럽에는 서포터-이사가 있고, 15개의 클럽은 조합원인 서포터 팬들이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p.200)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협동조합은행들이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확실한 구조적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들은 조합원소유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확실히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가진다. 또 이들은 기업이윤 창출이나 주주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기 때문에 부실대출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다. 협동조합은행은 지역단위은행/조합이 중앙은행/조합의 의사결정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의 거버넌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를 통해 이들은 조합원에게 대출해주는 돈이 자신들의 다른 조합원이 예금한 돈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한다."(p.246)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한 영세한 노동자협동조합이 성장한 것이다. 현재 이들 소유의 기업은 모두 264개에 달하며, 스페인에서 일곱 번째로 큰 기업으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카하라보랄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속해 있는 은행이며, 은행이 갖고 있는 예금은 새로운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싶어 하는 지역민들에게 투자한다. 그래서 개별 협동조합이 자금난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대신 몬드라곤 그룹의 규율을 스스로 따른다. 몬드라곤 그룹이 기관설립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기술, 대학교육, 연구개발, 그리고 사업계획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몬드라곤의 인적 자본은 최상의 상태가 된다. 노동자는 유의미한 투자를 창출해야 하고, 대신 수익에 대한 배당을 받고 평생 연금을 받는다. 수익의 50% 이상은 노동자 조합원들에게 배당하기 때문이다."(p.281)
"진화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밈이라는 정신적 유전자가 있고 마치 유전자들이 서로 복제하는 것처럼 밈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복제된다고 주장한다. 적자생존의 밈은 더욱 성공적이어서 복제는 빨리 되며 힘들이지 않고도 수백만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우리는 모든 사람의 머리에 오랫동안 각인되는 마케팅 메시지들을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소비자소유 비즈니스는 소비자인 조합원들에게 당신이 주인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질문한다. “왜 다른 업체와 비즈니스를 하세요?”"(p.332)
"조합원소유권의 의미에 대해 경고해둘 것이 있다. 조합원기반 경제라는 아이디어를 알고 난 뒤, 수많은 단점을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즐거워하는 이론가들이 있다. 그들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를 대신할 것처럼 생각한다. 세계화에 대한 해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열 수 있는 열쇠 등으로 본다.
잘만 된다면 이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몇몇 중요한 사회운동들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운동 그 자체는 아니다. 조합원소유권의 잠재력에 대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실어서는 안 된다.
MOB 부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그것이 성공적일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말고, 어쩌면 MOB가 없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질문해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p.333)
[ 2013년 4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