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설립과 운영 실무 - 개정판
김용한.하재은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김용한, 하재은 저 < 협동조합 시대 : 설립과 운영 실무 >를 읽고 / 2012. 09., 286쪽, 지식공감


먼저 책을 읽은 결론을 밝힌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돈 낭비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책은 어떤 공부모임의 추천 도서였거나 그냥 인터넷에서 협동조합 관련 도서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다. 둘 다일 수도 있고...
아무튼 책을 구하는 단계에서도 선택을 할 지 망설였다. 출판사의 책 소개와 저자 두 사람의 이력이 뭔가 찜찜해서였다.
저자 김용한은 경영학 박사에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기술거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무슨 전략연구소 소장이자 사단법인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이사로 기재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시장경영진흥원이라는 전통시장 경영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자문위원, 상인대학 강사이자 심의위원,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상담위원, 서울 희망설계아카데미 겸임 교수, 하이서울창업스쿨 담임교수 등 일반 명함에는 모두 적어 넣을 수도 없는 직책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저자 하재은 역시 비슷하다. 경영학 박사에 경영지도사, 품질경영산업기사라는 타이틀과 몇 개 대학의 강의, 그리고 신한경영법인이라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김용한씨와 같은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부회장이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 이사, 국제컨설팅협회협의회 운영위원, 시장경영진흥원 자문위원, 상인대학 강사, 서울희망설계아카데미 강사, 하이서울창업스쿨 강사,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컨설팅 위원이며 과거에 전통시장특성화시장육성사업단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 책은 수준 이하다. 두 저자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2012년 12월)에 앞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의욕적으로 발간한 이 책은 거의 폐기처분해야 할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 [협동조합의 이해]에서 저자들은 협동조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저자 본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장 [왜 협동조합인가?]에서 두 사람은 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협동조합 관련 도서도 읽지 않은 수준을 드러낸다. 서구사회 협동조합의 역사와 현황 등에 대해서도 무지를 드러내고 있고, 한국의 협동조합 역사와 사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정부의 통제하에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농협을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기존 협동조합의 재정 원칙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제2장 [협동조합, 도대체 무엇인가?]에서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규정하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 원칙 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고, 협동조합의 특징과 다양한 유형, 사례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하거나 연구하지 않은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차이점, 협동조합의 조직과 운영, 자본조달, 배당 등에 대해서도 '상식' 수준에서 나열하고 있다.
제3장 [협동조합 기본법 알아보기]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의 각 조항과 규정을 책 속에 베끼면서 그다지 의미 없는 짤막한 해설을 추가했을 뿐이다. 족수를 늘리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서 책의 후반부에 '부록'으로 동일한 협동조합기본법을 또 한번 그대로 옮겨 놓았다.

제2부 [협동조합의 설립, 운영 실무]에서 저자들이 자신들의 '전공'과 '전문성'을 살리려고 시도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제4장 [협동조합의 설립 실무]에서는 저자들이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실제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에, 엉뚱한 이야기만 남발한다. 기존에 시행되는 '생활협동조합법'을 끌어와 짜집기를 시도한다.
제5장 [협동조합의 운영 실무]에서는 사업계획서 작성, 경영전략 수립, 마케팅, 경영관리 등을 나열하는데,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연구와 경험이 태부족한 관계로 기존 주식회사의 운영 실무 원론을 나열하고 만다.
제6장 [협동조합의 성공적 도입 및 활성화]에서는 협동조합의 주요 도입분야를 제시하고, 전통시장이나 상점에의 도입방안, 사회적 기업에의 도입방안, 소비자 분야에의 도입방안 등을 설명하지만 이 부분 역시 상투적이고 상식적인 설명에 그치고 만다.

저자들이 답답하고 한심한 것은 자신들의 이름을 걸어 놓고 이런 수준의 책을 발간했다는 점이다. 책의 초안을 작성해 놓고 자신들의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정말 뻔뻔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책 한 권을 발간하는데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다른 저자의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일 뿐이다. 전문가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본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여 책장사를 한 '장사치'일 뿐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검증하고 느낀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의 이름에 내거는 타이틀이 많을수록, 거창할수록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온갖 직위에다가 직책, 경력을 나열해 놓았지만 내용이 거의 없을 뿐이다.
다른 또 하나는 기존에 정부부처나 지자체, 연구단체나 법인 등에서 세금을 투입하여 진행된 각종 '경영컨설팅'이나 '창업컨설팅', '전통시장 활성화' 등의 프로젝트들이 세금만 낭비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두 사람만 보아도 노동부나 기재부, 지경부, 서울시 등에서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타내서 자신들의 수익과 경비에 지출했을 것이고, 그 자리에 경영이나 지원을 바라고 참석한 수 많은 경영자들, 예비경영자들, 상인들, 예비창업자들을 골탕먹였을 것이다. 이렇게 실력이 없으면서도 세금과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십중팔구 학연과 지연을 동원하고 공무원들에게 로비와 뇌물이 오고갔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일어난다.
더 우울한 것은 이런 이들이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의 예비사업가들의 창업이나 경영, 그리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컨설팅해 왔으니 한국사회의 경영과 창업, 재래시장이 점점 더 악화되고 경쟁력을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독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서평을 쓰면서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나처럼 잘 모르는 누군가의 소개로 또는 출판사의 허황된 추천으로 책을 구해서 읽을지도 모르는 다른 독자들을 위해서 책을 끝까지 읽고 이렇게 서평을 남긴다.

[ 2013년 02월 28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