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강추!! [서평]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저, 김은령 역 < 침묵의 봄 Silent Spring >을 읽고 / 2011. 02, 398쪽, 에코리브르


1950년대의 미국은 20세기 말, 21세기 초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이 때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나서 소련과 동서 냉전을 시작한 시기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메카시즘이라는 반공주의의 일방적 마녀사냥이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휩쓸고 지나갔다. 과학과 기술, 개발과 발전 이데올로기에 대한 '숭배'가 정점에 달했다.
그런 미국의 사회문화는 생명체와 인간에게 끔직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었다. 도시는 커녕 농촌에서도 새와 곤충이 사라지고, 인간과 가축과 농산물은 병들어 갔다. 강물과 샘물도, 논과 밭도, 숲과 나무도 병들고 죽어 갔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재앙'이었다. 화학물질이라는 저자의 경고는 미국 지배층과 주류 언론, 학자들에게 무시와 냉대를 받았고, '불순분자'와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으며 "기업의 생산활동을 막는' 행위라고 비난받았다.


그럼에도 저자 레이첼 카슨은 이 책을 통해 당시 미국인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어떤 방법으로 미국인들과 그들의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경고했다. 인간이 자연을, 생명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저지르는 '위험한 장난'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행하게도 저자가 과학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저자가 문학적인 소질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이 책은 많은 시민들과 언론들에게 지지와 호응을 받았다.
인류는 아직 거대한 우주를 알지 못했듯이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극미한 세계 역시 알지 못한다. 아니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 대해 과학자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찬바람을 쏘이면 감기에 걸린다."는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찬바람만이 감기의 원인은 아니다. 감기를 없애겠다고 찬바람을 영원히 없애겠다고 나서는 행위를, 그 이후의 상황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을까?


물론 카슨은 인류의 끔찍한 행위 중 '화학물질'에 국한하여 다루고 있다. 당시에는 가장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핵과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과 공포는 당시 미국 내에서 이미 논쟁이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인들의 화학물질과 화학약품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촉발시켜 환경관련 법규가 도입되고 정부부처가 신설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독성 화학물질은 미국 내에서도 유통이 금지되었을 뿐 수출이 금지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미국산 DDT 등이 언제까지 사용되었을까?
그가 지목하는 독성 화학물질은 수십 가지다. 염화탄화수소류계, 유기인산계, 비소, 비산나트륨, 비산칼륨, 벤젠, 우레탄, DDT, DDD, 파라티온, 클로로데인, 디엘드린, 린데인, 엔드린, 헵타클로드, 아미노트라이아졸, 말라티온, 다이나트로페놀, 펜타클로로페놀, 파라다이클로로벤젠,  2,4-D,  메톡시클로르, 페노티아진, 알드린, 머스터드 가스, 카르바민산염, 벤젠헥사클로라이드 BHC, 톡사인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유해 제품으로는 유해 상품 : 살충제, 제초제, 진드기 제거제, 곰팡이 제거제, 살균제, 방향제, 합성세제, 표백제 등을 말한다.
한국은 아직도 이런 물질을 생산, 이용하고 제품을 판매하며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해당기업은 기업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한다. 기성 세계를 지배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지구의 벗이자 생명체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이 땅에서 살아야 하고 기성세대의 잘못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이다.
그 다음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환경부나 보건복지 업무 관련 공무원들이 아니라 언론인, 사법부, 경찰과 검찰 공무원이다. 이 지구와 생명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순환하는 지 알고서 아는 척도 해야 하고, 무언가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다른 행정부, 입법부, 지자체 공무원과 산하기관, 공기업 직원들이다.
교육, 과학, 농식품, 환경, 해양수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들에게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그들은 당연히 알아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이 없었다면, 저자가 주장한 바가 없었다면 관련 업무도 부처도 일자리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 부처는 승진과 업무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정부의 사업방식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점이 있다. 바로 세금으로 계획하여 진행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 공기업의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사업'을 비판하거나 반대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의 진행상황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감시, 감독, 평가할 수 있는 적정 비율의 예산을 함께 편성, 집행토록 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꾼 인물, 세상을 변화시킨 책" 저자와 이 책에 대해 붙여진 최고의 찬사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카슨이 지목한 독성 화학물질은 이름과 화학식이 바뀐 채 2012년 노동부에서 지정된 프로탈레이트, 프탈레이트, 수산화나트륨 등 186종의 발암물질(사진)로 등장한 상태다. 한 달에도 한두번 씩 그 발암물질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뉴스는 말해주고(사진, 구글 뉴스)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윤이 우선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인 경제제도이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건강과 "함께살기(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집단 이기주의와 부도덕에서 벗어나 협력하고 연대하는 사회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 2013년 2월 23일 ]


-----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


세금이 투입되어 진행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 공기업의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사업'을 비판하거나 반대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의 진행상황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감시, 감독, 평가할 수 있도록 적정 비율(본 예산의 5% 정도)의 비용을 사업예산에 함께 편성, 집행토록 하는 것입니다.


카슨이 이 책을 썼던 1960년대 초반의 미국은 현재의 한국보다 선의의 자원봉사자가 많고 정치성을 띄지 않는 학자,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실시하는 살충제, 제초제 등의 살포작업에 대해 조사, 연구, 분석비용이 거의 배정되지 않아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피해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야생 미생물과 동식물 뿐 아니라 가축, 인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멸종과 살육과 피해를 입은 후에야 (그것도 카슨이 이 책을 발간하여 여론이 들끓고 나서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DDT 등 화학물질 살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죠.


한국의 경우에도 4대강 사업이나 강정해군기지, 핵발전소 건립과 운영, 각종 SOC 사업 뿐 아니라 비정규직법이나 정리해고법, 의약품의 유해판정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늘 논란이 많았음에도 객관적이고 대중적인 조사, 분석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논리나 진영논리로 왜곡되기도 하지만 공공사업에 대한 감시, 감독, 조사, 평가 주체가 감사원이나 국회로 제한된 것도 큰 구조적 한계일 것입니다.
물론 그런 사업들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정당과 여론이 특정 집단에 편중되어 작동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특정 정치세력이나 경제주체가 해당 사업의 결정을 주도했는지 상관없이 세금이 투입되거나 납세자에게 경제적, 문화적, 신체(건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했던 상대방측에서 사업기간 동안 사업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격과 예산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야당이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이나 과거 새누리당이 반대했던 무상급식 사업의 경우, 시업이 결정된 이후 상대방이 추천한 시민단체, 학자, 전문가가 과반수가 넘는 감시 및 조사단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업기간 중 그리고 사업 종료 후 정부(공공기관)측 사업평가와 비정부기관측 사업평가를 교차해서 제츨하여 공청회, 언론 등을 통해 비교. 검토하여 사업 자체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거나 거짓과 꼼수와 낭비가 없이 가급적 엄정하게 평가되도록 하는 것이죠.
물론 제 생각만큼 그렇게 분명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초기에는 비정부기구마저 정치적 입김에 따라 큰 편차나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국회와 행정부의 권력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340조원이 넘는 예산을 임의로 펑펑쓰고 국회가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는(못하는) 현재 시스템을 보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결정하고 감시하는 주체가 늘어날수록 몰래 세금을 축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테니까요.
'참여하는 시민'... 납세자가 내는 세금의 적절한 집행 여부를 행정부와 입법부 대리인을에게만 맡겨서는 점점 악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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