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 밀레니엄 북스 25
생 텍쥐페리 지음, 안응렬 옮김 / 신원문화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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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생땍쥐베리(Antoine De Saint-Exupery) 저, 안응렬 역 < 인간의 대지 >를 읽고 / 2004. 04., 367쪽, 신원문화사


<어린 왕자>와 함께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1939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생택쥐베리가 1926년 라테코에르 사의 새내기 정기 항공로 조종사로 막 입사한 시점부터 기술된다. 이 책은 항공로 개척기의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생택쥐베리가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땅과 하늘에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적은 일종의 수필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에는 항공로, 동료들, 비행기, 비행기와 지구, 오아시스, 사막에서, 사막 한복판에서, 인간들이라는 제목으로 총 8개의 단락이 있다. 그는 인간에 대한 가능성과 기적에 대해 그리고 당시 근무 환경, 자연으로부터의 통찰을 몹시 서정적이면서도 아이와 같은 눈빛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 2차 대전과 나치즘의 득세 등 비극적이고 끔찍한 상황을 겪으면서 그는 인간적인 연대감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고, 상호적인 책임감이야말로 유일한 윤리라고 확신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의 주축을 이루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안데스 산맥에서 조난당하였다가 불굴의 의지로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생텍쥐페리의 동료 비행사 기요메. 그리고 리비아 사막에서 조난당했다가 기요메처럼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생텍쥐페리 본인의 경험담이다.
기요메는 한겨울에 안데스산맥을 횡단 비행하다가 추락하여 실종하게 된다. 50시간 이상이 지난 상태였고 겨울의 안데스산맥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며 모두들 기요메는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 판단은 틀린 것이었다. 기요메는 살아 돌아왔던 것이었다. 기요메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스스로 평온해지기로 결정하고 눈밭에 드러누웠다. 그 순간 기요메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자신(기요메)이 없는 상황에서 남겨질 아내 생각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보험증서가 있으니 가난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도하던 찰나 그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실종되면 법률상 공식적인 사망이 4년 후로 연기된다는 점(당시의 제도가 그랬다는...)이었다. 그는 전방 50미터에 솟아있는 바위까지만 걸어가기로 (사람들이 발견하기 쉬운 위치에서, 죽기로) 마음먹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는 살아 돌아왔다.
기요메의 일화를 통해 생택쥐페리는 인간의 위대함은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 있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범위 내에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맹세컨대 내가 한 일은 어떤 짐승도 할 수 없었을 일이라네”라는 기요메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인간이기에 엄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들 조종사들의 일화 등을 통해 인간이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땍쥐베리 역시 동료와 함께 리비아 사막에 추락하여 실종된 후 사막의 신기루와 싸우면서 5일 동안 비슷한 과정을 통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책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둔 자살'과 관련하여...

생땍쥐베리는 이처럼 작품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직업상의 사명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 등에 대해 명상하며 전쟁의 무의미함과 상호 연대를 이야기한다. 우편 비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막에 추락했다가 살아남았던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배경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갈증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심리 묘사가 치밀하고도 생생하다. 특히 '바람과 모래와 별'에 대한 묘사는 아름답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단순한 보고서나 작업 일지가 아닌 한 편의 장엄한 상징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인간, 비행기의 각종 기계장치, 사물, 풍경 등이 갖는 초월적인 의미가 간결한 은유 안에서 강렬하고 풍성하게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고양된 인식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삶에 대한 찬양이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축전이다.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이라는 악몽을 직접 겪었으면서도 인류의 죄와 악마적인 측면에 좌절하기 보다 인간의 가능성과 인간애, 희망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는 얼핏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이해하기까지 같은 단락을 여러번 읽어야 했고, 책의 앞 쪽을 다시 되돌아봐야 했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글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단락이 제법 많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내 독해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작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보다 비판적으로 또는 평가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한글에 맞게 번역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고로... 사랑에 관한 유명한 문장,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는 이 작품 속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인상적인 문장을 하나 더 소개하면, "물, 너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다. 너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우리 가슴 속 깊이 사무치게 한다. 너와 더불어 우리 안에는 우리가 단념했던 모든 권리가 다시 돌아온다. 네 은혜로 우리 안에는 말라붙었던 마음의 샘들이 다시 솟아난다."

[ 2013년 0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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