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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거래 - 한미FTA의 베일을 벗긴다
강은희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8월
평점 :
[서평] 강은희 저 < 위험한 거래 : 한미FTA의 베일을 벗긴다 >를 읽고 / 2012. 08., 책이있는마을
한미FTA를 다룬 책은 이미 몇 권 읽었다. 우석훈 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는 참여정부가 한미FTA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2006년 발간된 것이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저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는 한미 당국간에 한미FTA가 막 채결된 2007년, 최재찬 저 <한미FTA 청문회>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로 촉발된 촛불시위 이후인 2009년에 발간된 것이고, 마지막으로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직접 한미FTA 협상을 담당한 김현종 저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를 읽었다.
작년(2011년) 11월 한미FTA 협정문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동의되어 올해 4월에 발효되었고 이제 서서히 한미FTA 협정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한미FTA 협정이 발효된 이후 발간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몇 개월 전부터 읽으려 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한미FTA 협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이 먹튀자본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ISD로 제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물론 론스타가 한미FTA 협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제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FTA가 한-벨기에 투자협정 보다 더 한국에 불리하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일관되게 한미FTA를 이념공세로 치부하고 있지만, 도대체 국가간 포괄적인 협정문인 한미FTA에 대한 찬반을 어찌 이념공세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결사항전의 자세로 막아야 하는 것이 한미FTA 협정이다. 기존 제도와 이익, 문화를 지키련는 이념이 보수인 것이고 그렇다면 한미FTA는 한국의 기존 제도와 이익, 문화를 미국식으로 바꾸려하는 것이기에 보수측에서 가스통이라도 들고 반대하는 것이 맞는 태도이다. 아니 이념 문재가 아니라 보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미FTA는 '사느냐 죽느냐'와 '애국이냐 매국이냐' 또는 '사대주의냐 자주독립이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한일합방이 생각날 정도다.(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라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고 있으니...ㅠ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한국정치의 양대 세력인 민주통합당이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서도 한미FTA의 전면 재개정이나 폐기를 쟁점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쟁점이 된다는 것은 전국민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고 당선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은 곧 다수의 유권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이라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 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는 다루었던 한미FTA 문제를 공약집 내에는 반영하지 않고 토론이나 인터뷰에서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한미FTA 문제를 국익이나 유권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유불리로 바라본다는 뜻이니 이 문제를 깨닫고 있는 중산층, 서민,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일이다. 참여정부 출신 후보라 하더라도 참여정부의 과오는 확실하게 인정하고 반성한 후에 올바른 정책으로 변경해야 하나 어물쩍 넘어가고 쟁점이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은 큰 문제다.
저자는 한미FTA의 주요 규정에 대해서 현실적인 결과에 우려되는 논리적인 예측결과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한미FTA 협정이 국내의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재벌 대기업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다는 것과 그 구체적인 연관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심해진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독과점 현상과 중소상인, 골목상권 죽이기로 나타났는지 알려주고 있다.
한미FTA 협정 발효를 전후하여 정부와 대기업, 외국계 투자자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의 각종 소비산업과 먹거리 산업(특히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련 사슬구조), 정부정책에 대한 통제와 공공기업과 서비스 기관의 민영화를 통한 공공요금 폭증의 위험, 사법 행정 문화 등에 대한 주권침해 가능성 등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야권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재벌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씨를 말리는 부당내부거래와 먹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국경제의 공정거래를 파괴하는 암적인 존재다. 뿐만 아니라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의 핵심이 바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침투와 궤멸로 귀결되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이 저지른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알고 나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분노가 치밀게 된다.
"동네 슈퍼가 있던 자리엔 24시 편의점이 들어선 지 오래다. 편의점 대부분이 재벌가의 소유다. 보광 훼미리마트는 삼성 이건희와 사돈지간인 보광그룹의 소유로 국내 편의점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현재 운영중인 점포수만 모두 6,990개로 전체 편의점 20,650여개 중 33.4%에 해당한다. 2011년 한 해 동안 1,300개가 늘었다. 롯데그룹이 소유한 세븐일레븐은 2011년 말 5,500개로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까지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권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한 GS25는 전경련 회장이 운영하는 GS그룹의 소유다. 전국의 편의점 대부분이 4대 재벌 소유인 셈이다. 편의점이 늘어날 때마다 주변의 동네 슈퍼는 2~3곳이 타격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서울지역에서만 동네 슈퍼가 최근 2~3년 사이에 수천 개가 사라졌다.
전국에 수천 개의 편의점을 거느린 대기업은 이번엔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골라 직접 생산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제품이 삼각 김밥이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GS그룹은 2007년에 자회사 후레쉬시보를 설립하고 삼각 김밥과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직접 생산하여 자신의 계열사인 GS25에 공급하기 시작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롯데 역시 편의점 사업 후속으로 2009년 식품 제조회사인 로세후레쉬델리카를 설립하여 삼각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계열사인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에 납품해왔다. 자신의 계열사에게만 납품하는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매출은 세븐일레븐 전체 매출의 70%에 해당하는 414억원에 달했고, 롯데쇼핑에서 82억원, 바이더웨이에서 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한 해 동안 롯데 후레쉬델리카가 올린 584억원의 매출 중 무려 96%인 569억원이 모두 계열사간 거래에서 올린 실적이다.
김밤시장까지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삼각 김밥 등을 생산하던 1,500개에 달하던 중소기업형 김밥업체가 현재 700여개만 남은 상태다.(업체 사장과 직원, 그들의 가족들은 어찌 되었을지...ㅠ)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빵집 11,752곳중에 동네 빵집이 8,153곳, 프랜차이즈점이 3,572곳이었다가 지난 2011년 말 동네 빵집은 5,184곳으로 줄어든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2011년 5,290곳으로 늘었다."(p.27~29)
"농림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곡물 자급율은 1970년대 80.5%에서 농산물시장 개방 직전인 1993년 43%였다가 2011년 26.7%로 줄었다. 이에 더해 한국인의 주식 자급율은 평균 10.6%로 쌀을 제외하고는 4.5%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제 곡물가격 동행에 곧바로 영향을 받아 최근 10년간 쌀, 옥수수, 밀, 콩 등 주요 곡물가격이 약 3.5~4.5배 가까이 폭등하는 유례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한 농산물시장의 개방 이유가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산물 가격 안정'이었음을 감안하면, 농산물시장을 개방한 지 꼭 17년인 되는 2012년 한국은 곡물가 상승 현상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장경호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하여 가격이 폭락하면 수입업체와 중간싱인들이 시세차익을 독식하고 반대로 가격이 폭등하면 그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미FTA로 인한 관세철폐도 마찬가지다. 수입된 상품의 관세철폐 효과는 대기업 수입회사와 중간유통기업의 초과이윤으로 책정될 뿐이지 소비자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것이 수입 물가의 특징인 셈이다.
국내 식량은 75%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에서 60%가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자 곡물 메이저 기업인 '카길'이라는 곡물수출입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카길은 미국 미네소타주에 본사를 둔 개인 소유의 다국적 기업이다. 카길은 주로 농산물 구입, 가공, 배포 등과 닭과 돼지, 소고기 등의 사료를 생산한다.
카길 등이 주도하는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에 로비를 하여 한국의 소고기 검역기준을 무력화시킨 주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길의 소고기 작업장 중 4곳애서 소고기 갈비뼈와 등뼈가 적발되었고, 이 중 2곳애서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등뼈가 적발되어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결정적 원인제공자였다. 그런 카길이 30개월 이상 뼈와 내장을 한국의 소고기 수입조건으로 만드는 대 앞장섰다.
카길은 재료비를 최대한 저렴하게 하기 위해 전 세계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이들이 생산하는 유전자변형(GMO)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한 장거리 운송이나 장기간 운송 중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방부제를 사용하거나 화학적 처리를 하기 때문에 먹거리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전체 곡물 중 카길이 판매하는 농산물 비중은 무려 40~45%를 차지하여 카길은 2011년까지 국내 곡물과 사료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고, 미국산 소고기 시장 점유율 2위로 한국 내 곡물과 육류 등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조작 콩을 대량으로 싼 값에 들어와 창고에 보관한 후 콩기름을 짜고 그 찌꺼기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농가에 사료를 판매하고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한국을 대상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와 MOU를 체결하고 충남 당진에 대형 곡물창고, 사료공자으 대두가공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카길 등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뻔하다.
한국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콩을 비롯한 유전자조작(GMO) 식품 수입도 수입개방 품목으로 양보해 버렸다.
학교 급식, 군인 급식, 공무원 식당 등 단체급식에 유럽연합에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는 GMO 농산물과 사료로 키운 육류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교육청 등에서 학교 급식 요건에 GMO를 제외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런 규정들이 일선 학교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한미FTA 협정을 통해 언젠가는 카길이나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투자자와 합세하여 단체급식의 GMO 제한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이용하여 제동을 걸 수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자마자 미국의 몬산토와 삼성은 함께 새만금에서 GMO 합작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협의는 이미 한미FTA 협상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칠 전 국회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새만금특별법을 통과시켰죠...)" (p.38~44)
책을 읽으면서 참여정부의 한계와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공공부분에 대한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대부분의 민영화는 대부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는 2005년 참여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방안'에서 시작했고, 상수도 민영화는 국민의정부인 2001년 수도법 개정으로 상수도 사업의 민간위탁, 즉 민영화 추진 개시하고고 2003년부터 수자원공사 중심으로 위탁을 시작했으며 2006년 수도사업구조개편로드맵과 물산업육성계획으로 물 시장 개방과 상품화 본격 진행한 것이다. 이 이외에 전력산업구조개편이니 외환은행이나 산업은행의 민영화, 쌍용자동차의 외국계 투자자에 대한 매각 등도 참여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제1장 '먹거리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와 제2장 '미국산 소고기 닥치고 먹어'까지는 각종 수치와 데이터를 제시하여 구체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입증한 대신에, 제3,4장은 수치와 데이터, 인용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책이 조금 두꺼워 지더라도 본문이니 각주나 미주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통계 인용이나 정보 인용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으면 독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 2012년 12월 0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