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카프카 전집 3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저, 이주동 역 < 소송 >을 읽고 / 2005. 12., 301쪽, 도서출판솔

카프카 문학의 특징을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과 좌절, 소외를 날카롭게 통찰하여 현대인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하는 것이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카프카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꿈과 현실, 잠과 깨어남,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실종자>보다 1년 뒤인 1915에 완성되었다.

은행 대리인인 요제프 K는 자신의 30세 되는 생일날 아침, 자기 침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체포당한다. 그는 처음엔 이 일을 직장 동료들의 장난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요제프 K는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법원(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끝까지 밝히지 못한 채 두 명의 사형집행인에 의해 "개처럼" 처형된다.
출판사의 소개대로 이 책은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끊임없는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에게 닥친 소송을 '꾸며낸 장난'이나 '일종의 은행 사업'으로 생각하여 뇌물로 법원에 속한 자들의 환심을 사려 하거나 법원 관리들과 가까운 여인들을 자기 소송 목적이나 성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그는 겸허함보다 명망을 중시하고, 의무보다 승진을 생각하고, 자신의 출세랄 위해서 기만과 거짓을 일삼고 있으며,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위선적이고 비열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실종자>에서는 카프카의 '고독 3부작'으로서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제대로 느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고독과 소외의 측면보다 현상적인 목적과 소유만을 갈망하면서 정신적, 영혼적 세계 또는 존재의 본질적인 목적을 잃어버린 삶의 마지막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작품의 끝부분에 살려 있는 짤막한 비유설화 "법 앞에 서서"는 알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는 '법원(법)'과 그것에 도달하고자 하는 주인공과의 미묘한 관계를 하나의 압축한 모델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작품인데도 21세기에 사는 내가 낮설지 않다.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 역시 지금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처없이 하루하루를 사고 있지 않은가. 문득 어느 날 자신에게 문제가 닥치면 요제프 K처럼 좌충우돌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개처럼"...

[ 2012년 1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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