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 대한민국 진실 시리즈 1
김동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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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적 곤경을 헤쳐나가려면 첫째, 질문을 잘 던져야 하고 둘째, 해답을 잘 찾아야 한다. 이 책은 질문은 잘 던졌는데 해답은 엉뚱한데서 찾은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한국 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얻기 위해 가정의 전부와 젊음의 대부분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사회의 공공연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물음에 의문을 제시하며 교육의 새로운 가치와 제도의 변화를 통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저자는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과잉된 교육열에서부터 찾기 시작했다. 청소년들,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성적의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하는 일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기숙형 재수학원의 광고가 일간지 광고란을 도배하고 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형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학 입학 경쟁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이미 도를 넘어 거대한 열기에 휩싸여 있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사회학의 한 개념인 '약탈 국가'에 빗대어 '약탈적 교육 체제'라고 규정한다.
교육열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숭문주의'와 '시험만능사회', 그리고 '서울대의 학벌 독점'에서 찾는다.

교육열이 발생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이 가치는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학문, 공부, 시험, 대학, 성적, 학벌, 교수, 자녀교육 등등의 개념들이 숭문주의적 가치관에서 나온 것이며 상당히 허구적이고 극복되어야 할 가치라고 지적한다.
돈을 모아 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숭고한 행위로 인정하고 대학과 교수의 권위를 최고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는 과연 타당한 것일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교육의 풍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청년실업 문제, 인재상의 변화, 세계화 등의 사회변화만 보더라도 이미 이러한 가치관들이 허구적이며 구시대적인 발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 계속되는 청년 실업 문제는 대학과 성공이라는 연결고리를 의심하게 만든다. 더 이상 대학과 학벌은 성공의 필수 조건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인재상의 변화가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스펙위주의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질적인 업무능력과 인간됨을 중요한 능력으로 생각하며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재치가 넘치는 인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점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온실형 인재를 키워내고 있으니 지금의 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아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저자의 해답은 간단하다. 숭상되고 있는 그러한 가치들에 대해 재평가하고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교육환경이 이미 변하였음을 인식하고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험만능주의도 심각한 현상이다. 한국사회는 '시험형 인간'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특히 객관식 시험의 폐해는 정도를 넘어섰다.(객관식 시험의 폐해에 대해서는 김덕영의 <입시공화국의 종말>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다) 대입 수능시험 뿐 아니라 공무원 시험, 각종 고시, 편입시험, 진급 시험 등 모든 분야에서 실력이 아닌 객관식 점수로 우열을 가리고 당락을 결정하며 순위를 매긴다. 주관식 시험 역시 단답형 객관식 시험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어느 분야에서도 세상은 이제 더이상 흑백논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답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정답을 토론하고 합의하면서 결정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시험이라는 환상, 종교를 타파해야 한다.

서울대의 학벌 독점은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은 서울대-고대-연대가 독과점하는 'SKY 독점'이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독점'이 문제엠을 강조한다. 특히 서울대 학벌을 '국가학벌'로 규정하면서 역사적, 헌법적 관점에서 서울대 국가학벌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는 교육파시즘과 국가학벌이라는 관점으로 서울대와 북한의 김일성대의 공통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학벌독점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결말에서 국가학벌을 해체하기 위해 제시하는 해법을 엉뚱하게 제시한다. 그의 해법은 단순하게도 국가학벌의 해체다. 그리고 정부가 교육과 대학에서 손을 뗀 후 대학교육을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 시장에 맡기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가학벌이 사라짐과 동시에 시장 경쟁을 통해 능력껏 대학서열체제도 해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국가학벌'이 대학교육 및 교육문제의 핵심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그로서는 국가학벌 해체와 시장 논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결말은 다분히 단순한 도식으로 보인다. '국가냐 시장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은 이미 학계서도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시장 논리라는 해법의 근거를 한국 경제와 재벌의 역사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경제와 재벌의 역사가 오랜 관치경제와 정부의 일방적 지원으로 이루어져 왔고, IMF 이후 재벌이 살아남고 죽은 것 역시 정부의 힘이 작동했다는 것을 부정한다. 또한 사학의 부실과 부패의 원인이 '대학서열구조와 국가의 과도한 통제'라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사학법인의 현실을 모르는 안타까운 말이다.
저자의 주장은 전형적인 시장만능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 심지어 교육애서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주장들과도 맥락이 비슷해 보인다.

* 인상 깊은 문장 :

- "아침 7시에 등교해 정규 수업에 야간 자율 수업에 독서실과 학원에 그리고 집에서 새벽 2시까지 복습에 더구나 방학도 휴일도 없이 몰아치는 이 끔찍한 지옥불 과정을 통과하고 난 대부분의 청소년은 이른바‘소진(消盡) 효과’때문에 더 이상의 고급 지력을 발휘할 기력을 잃고 만다. 마치 광맥이 바닥난 광산과 같다."(p.07)

- "오랫동안의 시험 만능 체제는 이 체제에 익숙해진 ‘시험형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이 있는 곳에 그 시험의 전제였던 공부와 학문은 사라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국·영·수 과목은 조선 시대의 사서삼경의 역할을 대체하고, 객관식 시험 대비를 위해 공부하는12년 기간은 우민화 교육임을 지적하고자 한다."(p.113)

- "필자는 대학서열화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키워드로서 ‘국가학벌’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국가학벌이란 국립대학과 그 출신들이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이를 사유화하여 하나의 이익집단이 된 것을 말한다. 이 국가학벌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국립 서울대학교다."(p.168)

[ 2012년 10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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