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경제학
이정우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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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을 엮임하며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참여정부에서 퇴임 후 한미FTA 체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진보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는 남아 있다.(오늘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소신을 밝혔죠) 지금은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문재인 후보의 선거캠프 내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가 가장 뜨거운 정책경쟁의 대상이고, 유력한 야권 후보 중의 하나인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사람이 저자이기에 이 책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는 오랫동안 '소득분배' 경제학을 연구했던 학자였음을 처음 알았다.
 

소득분배 경제학자인 저자는 '분배정의'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던 참여정부에서 오랜기간 몸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정부는 어느 정부 못지 않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부동산 폭등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경제정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참여정부의 국정실패의 여파로 '역대 최악의 정권'으로 손가락질 받는 이명박 정부를 불러들였다.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정우 교수 역시 '참여정부 실정'이라는 과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저자가 경제정책에 실패한 이유가 학자와 정부의 정책책임자라는 위치가 전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인지, 학자의 능력은 좋지만 청와대 관료로서의 능력은 부족했는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이번에 또다시 정책책임자로 대권 경쟁의 한 축으로 뛰어든 셈이다. 유권자로서 당연히 우려스럽다.
나로서는 이정우 교수가 참여정부 실패의 한계와 과오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어떻게 99% 유권자를 위한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기여할 지 알아볼 수 밖에 없다. 유권자의 한 사람이자 가정과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이 책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서가 아니었다. 경제학의 한 부류인 '소득분배 경제학'에 대한 저자의 학술 논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설명과 평가는 일부 밖에 담겨있지 않다. 그래도 저자의 소득분배 경제학에 대한 관점과 이론, 정책과 대안, 참여정부 사례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담겨 있다.
저자는 소득분배 경제학의 기초 개념으로서 '소득분배'의 개념과 측정방안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노동시장 구조, 노동조합의 관계에 대한 여러 이론을 검토한다. 또한 불평등을 일으키는 차별이론, 자산과 불평등, 토지와 불평등까지 검토한다. 빈곤의 개념과 현황, 소득재분배의 필요성과 이론과 정책수단, 세계 각국의 불평등 구조, 한국의 불평등의 실상과 정책방향 등을 분석하고 제시한다.
저자는 전체적으로 불평등 이론을 소개하고, 통계치들을 제시하면서 각 불평등 요소에 대한 한국의 실상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저서가 아니기 때문에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저자의 방향제시에 있어 적지 않게 비판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 불평등'의 경우, "교육개혁은 교육 그 자체를 아무리 수술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고, 교육 바깥 쪽의 개혁,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개혁이 있고서야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의 생각>과 유사한 진단이다. 하지만 교육개혁의 방향이 "참교육을 이땅에 실현"한다는 다소 추상적이고 내용 없는 교육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노동시장구조와 불평등'의 경우,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중적, 삼중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방향을 "한시적 노동자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노동의 사용 억제보다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참여정부가 비정규직 증가와 노동시장 구조의 악화를 가져옴으로써 노동정책에서 크게 실패했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노동정책이 참여정부와 비교하여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동조합과 불평등'의 경우, 노동조합의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비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에 불평등을 가져오는지를 주로 분석하는 선에서 그친다. 자본가, 경영진,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과 노동조합의 결성 유무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 경우는 전체적인 불평등 구조를 간과한 절름발이 연구라 할 수 있다.
'차별과 불평등'의 경우, 인종차별과 남녀차별만 다룸으로써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을 분석하지 않았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결하는 방향도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 기업의 비용 절감 때문이라는 논리를 극복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라고 단정짓고 만다. 현행 법규에 규정되어 있는 처벌 조항을 정부와 사법부가 엄하게 적용하는 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차별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인지...
'부(자산)와 불평등'의 경우, 현황만 파악하고 아무런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소득에 의한 불평등 뿐 아니라 자산에 의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저자가 현실을 안이하게 바라보거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토지와 불평등'의 경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평가한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인정할 만한 것은 면적이 아닌 금액에 의한 과표 기준 산정, 실거래가 의무 신고, 그리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한 것 정도다. 참여정부 내내 부동산 거품의 증가, 임대주택공급의 실패, 종부세의 무리한 도입으로 보유세 인상 실패, 행정중심도시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으로 인한 지방 부동산 폭등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소득재분배와 복지국가'의 경우, 저자는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 유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제, 임금 가이드라인, 가격 지지 제도, 독점 견제, 노동조합의 교섭력 강화, 교육기회 균등, 조세정책, 사회보장, 공공서비스 등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참여정부에서 소득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과제로 삼고 열성적으로 추진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결론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불평등'의 경우, 저자는 분배의 평등, 일한 데 대한 정당한 보상, 불로소득의 축소, 빈곤층에 대한 최저한의 생활 보장, 주택 및 교육 문제의 획기적 개선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경영참여, 기업 공개와 종업원지주제, 임금격차의 축소, 부 및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서민주택 개선, 교육제도의 개혁, 사회보장의 확충을 제기한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추진하게 될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불평등의 경제학>은 경제에서 불평등한 구조와 관계를 연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한 주체인 정치와 정부정책, 그리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연구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연관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 일국의 범위 내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자본과 노동 뿐 아니라 정부정책(정치 포함)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서 실제 연구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정부정책과 재벌의 입김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에서 저자의 '경제학' 연구에 의문을 가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그는 '노동시장 구조의 불평등'이나 '노동조합의 불평등'을 논의하면서 정부정책과 재벌의 로비가 두 가지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정부권력이 경제를 상당부분 좌우하는 현실이서 시장 만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경제학 연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곤혹스러웠다.
또한 통계자료가 몇 가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80~90년대 수치라 학문적으로도 현실 정책적으로도 객관성이나 현실적인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결론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불평등한 경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속에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부족한 부분을 포함하여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다. 그의 '결론'이 문재인 후보의 선거 공약과 앞으로 민주통합당의 정책에 그대로 담겨지기를 바란다. 한미FTA 반대 등 개혁적인 소신이 문재인 후보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로부터 꺽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책의 도입부와 본문이 결론과 논리적으로 연결되지가 않는 것 같다. 이상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해봤다. 그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식 엘리트 교육'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보고 들은 자료와 정보가 많아 정답은 기억하는데 그 이유나 과정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남는다.


[ 2012년 10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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