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개인이 작은 결심으로 시작해 오랜 기간 꾸준하게 노력하여 사람들과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 이야기가 있다. 존 프란시스(John Francis). 아버지는 파나마 태생의 전기회사 보선공이었고, 어머니는 필라델피아 출신이었다. 어머니의 혈통에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노예가 섞여 있다. 그는 194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시력도 동년배들보다 1년 정도 늦었던 아이였다. 그는 조부모, 삼촌과 사촌 형제들과 함께 따스한 애정을 받으며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랐다.
그는 세 번째로 대학을 그만둔 직후인 1969년 캘리포니아 주 인네버스로 이사했고, 1971년 인네버스에서 소방 부서에 근무하는 중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를 목격했다.

 

존 프라이스는 기름유출 사고 직후 원유에 뒤엉킨 새와 바다생물을 살리기 위해 애써보고, 해변을 뒤덮은 기름을 문질러 닦는 자원봉사자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더 깊이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더 이상 자동차를 타지 않기로 하고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자동차를 버리고 그의 앞에 펼쳐진 모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동차 뿐 아니라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든 운송수단을 거부했다. 사람들은 그의 결심에 놀라고 의아해했으며 때로는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보생활은 시작에 불과했다. 몇 달 후 존 프란시스는 침묵을 맹세하고 17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침묵하면 제가 거짓말을 한 하게 되지요") 17년간의 침묵을 통해 사람들이 망각한 자연의 리듬을 발견하고, 말 한 마디 없이 이해와 공감을 전하는 법을 배웠다. 1972년 4월부터 걷기 시작하였고,1983년 1월 1일부터 1990년 1월 아틀랜틱 시티의 대서양 해변까지 8년 동안 미국 전역을 걸어서 횡단했다. 그는 결국 22년 동안 걸어다녔다.

 

"걷기와 침묵은 나를 구원해 주었다. 걷기와 침묵은 속도를 늦추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나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기회를 준다. 내가 발견한 바에 의하면 침묵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히 내가 입을 다물 때 생기는 말의 부재가 아니다. 침묵은 총체적이면서 독립적인 현상으로, 외적인 요소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p.83)

 

저자는 침묵 여행과 만남을 통해 말 한 마디 없이 이해와 공감을 전하는 법을 배웠다. 태평양 북서부를 거쳐 시에라 산맥과 로키 산맥을 횡단했으며, 태평양 연안에서 대서양 연안으로 미국 땅을 도보로 가로질렀다. 대나무 숲으로부터 듣는 법을 배우고, 야생지대에서 자연을 배웠다. 사막을 건너며 옐로스톤 평원을 거치면서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위대함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침묵 속에서 여행하면서도 남오리건 주립대학에서 과학 학사과정을 그리고 몬태나 대학에서 환경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결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토지자원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친구들과 함께 도보 순례를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보호와 세계평화를 촉구하는 비영리 교육기구인 '플래닛워크(Planet Walk)'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하여 활동을 병행했다. 그의 걷기와 침묵에 대한 소문을 점점 미국 전역에 퍼져 UNEP(UN 환경계획 Environment Programme)의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기도 했고, 미국 연방정부 해안경비대와 함께 유조선을 규제하는 규정(OPA 90)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1994년부터 1999까지 그는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브라질, 볼리피아, 아르헨티나, 남극까지 지구와 환경을 위한 여정을 확대하였다.

 

"이동하는 데 석유를 소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석유 유출사고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우리 모두 더 많은 양의 석유를 더 싸고 더 빠르게 공급받으려 하니까 그 과정에서 일부가 유출되는 게 아닌가?"(p.436)

 

책 속에는 존 프란시스가 여행 중에 직접 그린 그림이 곳곳에 실려 있고,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실제적인 충고도 곁들여져 있다. 그가 여행 중 겪은 긍정적인 경험과 위기의 순간들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독자들은 그가 만난 아름다운 세상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체험할 뿐 아니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착실히 삶의 지혜를 터득한 ‘순례하는 철학자’의 통찰과 지혜를 나누어 갖게 될 것이다.

 

존 프란시스가 걸어간 수많은 길 위를 따라가면서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새만금 등 환경문제를 적당히 바라본 나를 되돌아 본다. 나 역시 태안과 새만금으로부터, 환경과 생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존 프란시스 만큼 치열하지도 못하다. 2010년 가을부터 가급적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한 달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을 자동차를 운전한다. 그리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담배도 끊지 못했고 여전히 샴푸도 사용한다. 재활용도 잘 못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엉망이다. 다시 한 번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천지차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소개한 50권 중에서 27번째이며, 도보여행과 침묵여행을 통해 우리 대부분이 망각해 버린 자연의 리듬을 재발견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2012년 10월 08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