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책은 '나는 꼼수다' 멤버 4인 중 마지막 주진우 기자가 발간한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했던 나꼼수... 작년부터 이어진 나꼼수의 활약상에 대한 보답으로 책을 구입했는데 벰버 4인의 책 <닥치고 정치>, <달려라 정봉주>, <보수를 팝니다>, <나꼼수 에피소드>, <주기자>까지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꼼수다'가 MB정권의 폭압이라는 조건 보다 멤버들 스스로의 내공과 노력에 의해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꼼수는 4.11 총선에 선수로 뛰어들면서 인기가 많이 시들었다. 김용민 후보는 낙선했다. 야권의 패배에 일조했다는 비난도 제기되었다. 민주통합당도 나꼼수도 열성지지자들은 '사실상 승리'라고 자위하기도 했다. 선수와 응원군은 역할이나 움직임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나꼼수가 4.11 총선에 직접 뛰어들어 쓰라린 패배감을 맛보았던 것이 나꼼수의 도약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김어준식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털고 정치에 다시금 관심을 유도한다. 나꼼수가 인기를 얻기 전에 발간했다. 한국정치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세력들이 어떤 생각으로 정치판에 몸담고 있는지, 유명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와 보수 및 진보세력에 대한 평가를 담았다. 자신이 친노세력이고 문재인씨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이유를 밝힌다. 소위 '좌파'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는 나꼼수에서 끝없이 '깔때기'를 들이대는 정치인 정봉주가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통합당 내의 대다수 정치인보다 훌륭하다. 주관을 가지고 있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줄 아고, 계파와 대세에 휘둘리지 않으며 대중적이기까지 하다. 장래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 역시 나꼼수의 김용민을 다시 보게하는 책이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던 김용민이 어떻게 진보적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보수진영 속에서 자란 덕분에 보수세력이 어떤 자들인지 잘 알고 있다. 정치평론가로서의 자질도 엿보인다. 다만, '4.11총선은 사실상 승리'라는 생각은 동의하기 어렵다. 심판이나 관객과 선수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배운 것이 좋은 경험일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 이것은 신념이 아니라 간지다"
나꼼수에 출연하기 전까지 주진우 기자는 그쪽 판에서만 이름난 군소매체의 기자에 불과했다. 그는 최근 우리사회의 역사적 흐름을 결정지은 장면들을 되돌아보며, 기사를 쓰던 당시 상황과 현재에서 바라보는 의미를 되새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무도 몰랐던 야화를 탐정에게서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는 사실 기자라기보다 탐정이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린다. 그만큼 그는 디테일에 강하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특종캐치실력과 취재실력을 갖춘 그는 취재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과 추적과정의 에피소드 등의 개인적 이야기도 함께 털어놓는다. 나꼼수 방송에 배경으로 깔리는 '누나야~'가 괜한 삽입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의 취재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그동안 우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 대형사건들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과 권력계층이 어느 정도의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맞서며 얻은 경험을 들려주는 저자를 통해 두려움 없이 사회의 병든 곳을 들추고 약자에 편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래는 주기자의 삶의 자세를 말해준다.
저자는 사실 기자라기보다 탐정에 가깝다. 사람들이 주진우 기자에게 가장 흥미로워 하는 것은 디테일이다. 어떻게 다른 기자들이 만나지 못한 사람을 단독으로 만나고, 매번 특종을 하는지에 그 취재기법에 대한 궁금해한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해가는지, 어떻게 취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 비교적 개인적인 이야기는 ‘꼼꼼한 뒷얘기’에 담았다. 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의 꼭지들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재조합하는 시사성과 판단력, 감춰진 이면을 듣는 충격과 공분, 그리고 사회의 어둠 속에서 온몸을 던져 싸우는 배트맨의 실사판과 같은 주진우 기자의 캐릭터, 라는 세 가지 읽을거리를 동시에 준다.
"내 짱돌쯤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거 안다 / 꽃길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 뜨거울수록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거다 / “넌 정말 나쁜 새끼야.”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진실을 파묻지 마라 / 나는 17살 주진우다"
이 책에세 정통시사활극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지난 십여 년간 우리사회의 역사적 흐름을 결정지은 장면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노건평 게이트를 비롯한 참여정부 때 벌어진 대부분의 게이트, 신정아 사태, 장자연 사건, 순복음 교회 세속,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특검, 에리카 김과 BBK메모 특종, 그리고 최근 나경원 1억 원 피부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 최근 10년여 간 우리 정치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 현장에 늘 그가 있었음이 '나꼼수'를 통해 알려진 셈이다. 정봉주 전의원 못지 않은 주기자의 인기는, 팬들이 성역 없이 ‘우리 편에서’ 싸우는 살아 있는 기자의 발견에 놀라고 또 환호를 보낸 것이다.
주 기자를 직접 따라다니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추적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통시사’란 말은 장식적인 수사가 아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사건의 전말,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그는 ‘자 봅시다’라며 그만의 시각과 경험에서 나오는 팩트 추적으로 뉴스에서 본 사건들의 실체를 파고든다. 주 기자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를 지배한 기득권과 권력계층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능하며, 뼛속까지 이기적인지 알 수 있다.
언젠가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전혀 언론처럼 보이지 않는다. 기사와 논조에서 균형과 공평함은 커녕, 사실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조작이 난무한다. 언론이 아니라 권력인 것처럼 행사한다. 돈과 권력에 미친 몇 사람이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벌을 꿈꾼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들에게 저널리즘은 없다.
하지만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소위 '진보언론' 역시 "저널리즘이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 많은 기사들은 직접 취재나 검증 없이 취재원으로부터 받아쓰기로 이루어진다. 담합과 작당이 눈에 보인다. '진보 상업주의'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재벌과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조중동을 비판하면서 조중동을 닮아가고 있다. 주기자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한다. 주기자는 감성적이고 착하지만, 그렇다고 김어준이나 다른 멤버처럼 '묻지마 친노'도 아니다. 그는 팩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부당한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을 소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려든 거다,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고 싶었다. 개 노릇 그만해도 된다니까 안 예뻐한다고 물어뜯은 거다. 검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참여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추진했다. 하지만 바로 무산됐다. 제도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순진했다. 아니 무능했다. 문재인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에 대한 양심선언을 결심하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됐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가장 그리고 열성적으로 움직인 것도 공무원이었다. 대검찰청, 청와대, 정부 고위 관료가 삼성의 논리로 김변호사를 매도하고 삼성을 두둔하고 나섰다. 한 정부 고위 관료는 김 변호사를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을 펴기 위해 시사인 편집국을 찾은 삼성 홍보팀 고위 간부는 그 관료와 똑같은 논리를 폈다. 어휘마저 비슷했다."
"나는 참여정부를 많이 비판했다. 애정을 가지고 마구 돌을 던졌다. 청와대에 미리 알리고 걸러가며 썼지만 아무튼 참여정부의 게이트 기사를 계속 썼다. 안희정씨와 관련된 나라종금 사건, 이광재 실장과 관련된 썬앤문 게이트, 신례륜 전의원이 관련된 굿머니 사건... 굿머니 사건은 신 의원이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받은 사건이다. 사건의 제보자 김진희씨는 청문회에 나가 스타가 됐다.
노 전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는 사람 좋은 시골 영감이었다. 하지만 순박한 만큼 정치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이었다. 대통령 당선 후 나에게 전화해 아들의 취직청탁을 할 정도였다. 아는 "어르신, 절대 그런 말 하시면 안된다"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래 알았다"라고 흘려들었던 것 같다. 노건평씨에게서 계속 빨간불이 들어왔다. 첫 알람은 경찰청에 건 인사청탁 전화였다. 두 번째는 국세청에 전화건 인사청탁. 두 번째는 기사가 나가고 문재인 민정수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가 잘 정리하겠습니다." 나도 알겠다고 하고 의견도 드렸다. 이후에도 노건평씨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몇 번 알렸다. 주변에 전담 마크맨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 청와대는 아주 무능했다. 결국 비극은 건평씨에게서 시작됐다. 처남 민경찬 게이트가 터졌고, 건평씨는 세종증권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 민경찬 게이트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인사청탁 건이었고, 남사장은 결국 자살하여 노 전대통령 탄핵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런 일이 반복된 원인을 노무현 정부의 인사에서 찾는다. 노무현은 진보개혁 세력에서도 변방이었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에게 놀림과 핍박을 받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다음에도 내부에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그래서인지 참여정부에서는 DJ쪽 사람들이 배제됐다. DJ를 지탱하던 진보개혁 세력의 주류 학자군, 재야군까지 소외됐다. 사람이 너무 없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이 따라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안 움직였다. 결국 대선에서 이회창쪽에 줄을 선 사람들을 그냥 썼다. 어떤 사람을 발탁했는지 청와대는 알지도 못했다. 임명장을 받은 사람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참여정부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뒤통수를 친 예는 셀 수도 없다. 송광수, 임채진, 김홍일, 이인구, 김성호, 운진식, 허준영, 어청수..."
"참여정부 인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홍석현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대사관 정치 파트 누나들하고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한 누나가 참여정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언론인이 중앙일보 홍석현과 월간조선 조갑제라고 말했다. 내가 비웃자, 그녀는 정색하면서 "대통령이 홍석현 회장을 너무 좋아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그 순간 청와대는 삼성과 허니문이었다. 특히 홍석현 회장에게 사랑의 작대기를 날리고 있었다. 신문쟁이들은 안다. 중아일보에허 노 대통령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2004년 12월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한다. 그가 천 여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262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을 알고도,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위장 전입을 한 것을 알고도, 불법 대선자금을 심부름하고 검사들에게 떡값을 뿌린 안기부 엑스파일의 실체를 알고도, 무엇보다 민주 보다 독재 편에 서고, 국민보다 재벌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도 홍석현 회장을 임명했다."
"나는 참여정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람이 문재인 이사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참여정부의 한계를. '문재인이 문제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2인자였다.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자리는 손에 흙도 묻히고 피도 묻히면서 끌고 가야하는 자리다. 진흙탕 정치판에서 역사를 위해 전진했어야 하는 자리였다. 적을 달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면서. '딜'을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든 한 발짝이라도 전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4대 개혁입법이 줄줄이 좌절됐다. 사람 좋고 깨끗한 문재인 실장.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문재인 실장이 맡은 자리는 사람이 좋아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잘못했가는 평가에 대해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조중동이나 수구세력이 못하게 막아서 그렇지"라고 답하곤 한다. 그건 무능하가는 말밖에는 안된다."
"2008년 이명박과 검찰, 언론에 뭇매를 맞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했을 때, 나는 문재인 실장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더러운 플레이에 단호하게 대응을 했어야 했다. 문재인 실장은 심성이 착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검사들은 진흙탕에서 더러운 싸움을 하는데 문 실장과 주변 사람들은 정도를 지키려고만 했다.
나는 문재인 실장과 그 주변의 대응 방식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꼿꼿하고 멋있고 다 좋다. 좋은 사람인 거 다 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동네 불량배들한테 훈계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같다. 그런 사람이 훈계하면 시골 불량배가 말 듣나? 나는 맞붙어 싸워햐 한다고 생각한다. 헌데 참여정부쪽 사람들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싸움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아무튼 나꼼수 멤버 4인의 책을 다 읽고나니 주진우 기자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멤버 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주기자다. 정보 없이, 팩트 없이 어떻게 시사방송이 가능하겠는가.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활동하면서도 전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가장 어리면서도 가장 넉넉하다.
언론, 삼성, 검찰과 경찰, MB정부, 친일파, 사회적 약자들까지 주진우 기자는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맞서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를 대신해 진흙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주진우 기자는 신념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쪽팔리니까’, 혹은 ‘우리라도 이래야지 안 그러면 어떡하겠어 뭐’ 이런 식이다. 주진우 기자가 살아온 인생은 나름 고단했고, 앞에도 진흙탕길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는 신념이 아닌 태도로 움직이기에 비장하거나 결연하지 않다. 밝고 따뜻하게 웃으면서 계속 간다. 이 사회의 병든 곳을 도려내고, 아픈 사람을 찾아 치유하려고. 그래서 이 책은 정통시사활극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은 감춰진 진실의 폭로가 아닌, 대한민국의 가치와 염치에 관한 보고서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가치와 염치에 관한 보고서다. 두려움도 거칠 것도 없이 행동하는 양심 있는 기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사회악을 환멸하되 사회에 절망하진 말자. 우리 사회에 이런 기자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하여는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 꽃 길이었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뜨거울수록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과 골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앞이 훤히 뚫려 있지 않았다. 감옥으로, 그래서 지금은 그냥 잡혀가는 데 같이 가는 거다. 내 입장에서는 몇 회 하고 빠지는 게 제일 멋있어 보이고, 내 일로 돌아가기에도 좋다. 근데 같이 가는 거다. 의리 때문이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지금은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깨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렇고 나꼼수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p.346)
[ 2012년 9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