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사람의 길 - 下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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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 원문은 어렵다. 서양의 고전이 라틴어나 고대 그리스어이기 때문에 어렵다면, 동양의 고전은 한문로 쓰여졌기 때문에 어렵다. 실제 나도 그렇고 내 주변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맹자(孟子)>를 비롯하여 우리 세대에게 잘 알려진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어보고 싶어했다. 그런데 시중의 소설책처럼 <맹자>를 읽어보려고 손을 대지는 않는다. 왜 그런가?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한문은 본래 단음절로써 의미의 단위가 이루어졌고 그 사이의 전치사나 접속사, 그리고 자세한 배경설명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한문을 아무리 잘 번역해도 그 본래의 뜻이 다 드러나지 않는다.


맹자는 공자(孔子) 에게 사숙을 받았다고 스스로 말한다. 공자와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의 차이가 약 150년이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의 핵심을 승계하면서도 독자적인 사상과 학문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자 사상은 한마디로 하면 인(仁)이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세부 덕목으로서 지(知, 지혜)와 인(仁, 어짊)과 용(勇, 용기)에서의 ‘인’은 협의의 ‘인’이며, 공자가 내세운 모든 덕목을 총칭하는 개념이 광의의 ‘인’이다. 공자는 법이나 제도보다 사람을 중시했다. 사람을 통해 그가 꿈꾸는 도덕의 이상 사회를 이루려고 했다. 그래서 ‘어짊’을 실천하는 지도자로 군자(君子)를 내세웠다. 원래 군주의 자제라는 고귀한 신분을 뜻하는 ‘군자’는 공자에 의해 이상적 인격의 소유자로 개념화되었다. 군자는 도(道)를 추구하고, 도에 입각하고, 도가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존재다. 이 위대한 정치가는 예(禮)로 자신을 절제하고, 악(樂, 음악)으로 조화를 추구한다. 문(文, 문예)을 열심히 공부[學]해 훌륭한 군자로 거듭나고, 정치(政治)를 통해 민생(民生)을 안정시키고 도덕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덕(德)과 의(義)가 사회의 중심 가치가 되는 자신의 이상 사회를 끝내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공자는 지난한 삶의 역정 속에서도 도덕 사회의 구현이라는 처음의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는데, 그 꿈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 바로 <논어(論語)>다.

맹자의 사상은 '왕도정치(王道政治)'와 '민본주의(民本主義)'라 할 수 있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핵심적 내용을 인정(仁政)으로 파악하고, 그 인정이 가능한 근거를 성선설(性善說)에서 찾았다. 즉 군주가 어진 마음으로 은혜를 널리 펴나가는 정치를 할 때 바람직한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선성()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인()을 실현하고 도()를 깨달아 왕도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맹자는 인간이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음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주창한 셈이다. 그리고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정전제(井田制)의 시행, 1/10의 가벼운 세금, 노동력 수탈의 완화, 고의성이 없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죄를 가볍게 처벌하는 등의 양민정책을 시행하는 것, 효제충신(孝悌忠信)의 도덕규범을 가르치는 교화(敎化)를 들었다. 왕도정치는 힘과 무력으로 통치하려는 '패도정치(道政治)'와 상반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민본주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표현된다.
이 책을 번역하고 주해를 단 도올 김용옥 교수는 인류역사에서 순결한 도덕주의, 진정한 인문주의는 모두 맹자에 근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양의 도덕은 결국 신화적 뿌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21세기에 도덕의 회복을 외친다면 누구든지 <맹자>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일방적인 말씀의 모음집이 아니라 치열한 쌍방적 대화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기록 속에는 맹자와 그 학단의 투쟁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맹자의 희망과 좌절, 기쁨과 눈물, 회한과 절규가 절절이 배어있다."

맹자의 '성선설'에서  유학(儒學)의 '사단(四端)'이 도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단이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 羞惡之心), 사양지심( 辭讓之心), 시비지심( 是非之心)을 말한다. 측은지심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으로 인()을, 수오지심은 나쁜것을 멀리 하려는 마음으로 의()를, 사양지심은 남을 배려하여 양보하는 마음으로 예()를, 시비지심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으로 지(智)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시간이나 도덕 시간에 배운 '인의예지신(信)'은 애초의 공맹사상이 아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은 12세기에 지배자들의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남송의 주희(朱熹)가 집대성한 유교(성리학 性理學)에서 처음 나타난다.

김용옥 교수는 책 속에서 자신의 동양학 연구 성과를 풍부하게 반영하여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고대 중국사에 대한 선입관을 흔들고 있다. 예를 들어 '요순(堯舜)시대'에 대한 여러 고전들을 비교하면서 '왕도정치가 구현되었던 요순시대'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맹자가 활동하던 전국시대의 주류적인 요순시대의 해석은 일반의 '설화'와는 달리 평범하고 잔인한 무력전쟁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난 다만 맹자가 강력하게 사상과 학문을 세우고 교육하면서 후대에게 당시의 통념을 버리고 요순시대가 왕도정치, 도덕정치의 모범이었음을 받아들이게끔 했다고 주장한다. 요순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가치를 구현시킨 것이다. 이런 맹자의 요순의 가치 구현에 대해 그는 역사적 사실(史實)은 결국 '역사에 대한 해석'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맹자, 사람의 길 上>이 맹자의 정치철학과 정책, 왕도정치 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맹자, 사람의 길 下>는 맹자의 철학세계와 세계관, 그리고 당대의 다른 학자들과의 논쟁을 깊이 다루고 있다.

저자 도올 김용옥은 현재 한신대학교 석좌교수로서 기독교장로회의 목사들을 배출하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맹자'를 강의하고 있다. 그리고 <맹자>를 출간함으로써 도올 김용옥은 이미 출간된 <논어>, <대학>, <중용>의 한글역주와 함께 사서(四書)를 완역하였다. '도올사서'는 12세기 주희의 <사서집주> 이래 가장 독창적인 한국인의 “우리사서”라 할 수 있다. 
 
[ 2012년 9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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