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람이 먼저다 : 문재인의 힘 - 문재인의 힘
문재인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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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의원은 어찌보면 안철수 원장과 같은 '정치 초보'라 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을 엮임한 후 2008년 낙향하여 변호사 활동에 전념했고,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후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작년 후반까지 활동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스스로 책 속에서 밝혔듯이 정치활동이란 직업 정치인이 여의도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 누구나 개인으로서 생활 속에서 '시민 정치'를 해나가고 그런 개인들이 모여서 여의도 바깥의 시민정치가 활성화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임은 누구나 이성적으로는 동의하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도 퇴임 후 수시로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후보는 그런 자신을 직업 정치의 일선으로 내몬 것은 이명박 정부라고 말한다. 마치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선 것이 이명박 정부의 폭압정치 때문이라는 것과 비슷하다.
 
작년 민주당이 '혁신과통합'이라는 정치단체와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이 되었을 때 문재인 후보는 공식적으로 직업 정치인으로 나선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여 부산에서 당선되었고, 6월 19일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이 책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후 자신의 철학과 이념,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막연히 행정부의 권력을 보수진영에서 되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통하여 정치가 바뀌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책 속에서 그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여 사람이 먼저인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가 숨 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쟁과 승자독식, 강자지배의 사회원리가 과거의 낡은 시대정신이자 방식이라면, 새로운 시대정신은 개방, 공유, 협동, 공생의 새로운 사회원리를 통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이했던 것은 3부 ‘참여가 힘이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즈음하여 국민들로부터 접수한 메시지들을 선별하여 담은 '듣고 싶습니다'와 문재인이 직접 올렸던 트윗을 골라 담은 '트윗 초보 문재인'이 실려있는 부분이다. 문재인 후보가 '소통'을 시대정신이나 주요한 정치철학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후로 유권자들에게 SNS를 통하여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에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그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위터를 통해 '새정부에서 대통령 명령 1호'를 무엇으로 할지 의견을 묻는 등 SNS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에서 문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은 매우 포괄적이다. 정치 부분에서는 통합의 정치, 지역주의, 검찰개혁, 외교, 안보, 남북문제, 평화를 다루고 있고, 경제 부분에서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포용적 성장, 협력적 성장, 사회적 경제, 에너지, 과학기술, 국책사업, 통상, 농업, 금융, 하우스푸어, 세금, 균형발전을 다룬다. 사회 부분에서는 일자리 혁명, 노사관계, 언론, 공영방송, 복지, 주거복지, 고령화, 여성, 어린이, 교육과 학교, 창의력에 대한 정책을 제시한다. 손학규 후보처럼 자신의 지향하는 이념적, 이론적 정책노선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사항들은 모두 짚어내고 있다. 특히 하우스 푸어와 주거권, 고령화 사회, 학벌만능주의와 문화예술 창작분야에 대한 언급은 손학규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짚어내지 못한 중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내용대로 새정부가 정책을 펼친다면 '제2의 참여정부'라는 우려는 말끔히 해소될 것이고 2017년 정권을 재창출될 것이라 믿는다.
정책 부분에서 아쉬운 점도 많다.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대연정' 같은 정치공학적인 시각에 그친 점이다. 그리고 역사인식에 근거한 국익 관점의 안보관이 보이지 않는 것, 경제민주화에 있어서의 논리적 연결성의 부족, 지역균형발전과 부동산 폭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문 후보를 지지하는 연구집단이나 학자들, 과거의 관료 출신들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브레인 집단이 좀 엉성하거나 문 후보 스스로가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한계와 과오를 뛰어넘겠다"라고 다짐했다. 책 속에는 참여정부의 성과와 과오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고 각 챕터마다 필요할 때마다 거론하는 식이다. 그것들을 모아보면, 참여정부의 성과로는 정치의 민주화, 당당한 외교, 남북 평화와 경제협력, 국가 균형발전, 언론자유, 복지 등을 제시하고 있고, 참여정부의 한계와 과오로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너무 쉽게 휩쓸려 갔다",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 등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검찰개혁 실패, 부동산 폭등 등을 말하고 있다.
그가 참여정부의 성과로 제시하는 부분 중에서 정치의 민주화, 국가 균형발전, 복지 등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나는 지역주의와 정당정치, 정치민주화와 관련하여 2003년 노무현 전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에 공감한다. 비록 2004년 탄핵과 총선으로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했지만 노 전대통령은 집권여당이 잘못된 길로 나가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한 셈이고, 소수당이었던 집권여당을 붕괴시켜 버린 셈이었다. 그 여파는 노 전대통령 집권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고, 참여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2007년 대연정 제안의 경우도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대연정은 정치민주화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노사모를 시민정치세력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과 집권여당과 거리를 두면서 집권여당의 정당정치 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도 청와대 참모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참여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은 긍정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부를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일부 긍정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하드웨어적 발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서울로 전국의 권력과 부가 모여드는 것은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그 중 교육과 문화, 일자리와 소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 강화와 예산배분도 문제가 된다. 광범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설득과 동의를 통해서 균형발전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지 공무원이라 하여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고 강제로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균형발전이 4~5년에 끝날 것이 아니라면 차기 정부와의 연계성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행정도시와 기업도시, 혁신도시, 그리고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부족은 참여정부 집권기간이 해방 후 부동산이 폭등한 시기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후보의 정책 중에서 김두관 후보나 손학규 후보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정치부분에 있어서 '소통과 참여'이다. 그는 "이제는 평상시에도 정치와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활발하게 참여해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보다 한 발자욱 더 앞서가는 태도라 할 수 있다.(그럼에도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 한미FTA, 해군기지 등의 소통 부족과 처리과정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ㅠ)
하지만 못내 아쉬운 점은 '소통과 참여'라는 화두를 던진 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치부분에서 소통과 참여를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복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SNS 행보를 지켜보면 'SNS를 통한 소통과 참여'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SNS가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결국 방법은 정당정치의 활성화와 각계각층의 시민조직의 활성화라 할 수 있다. 특히 계파정치와 대의원 정치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소속 정당인 민주통합당의 기층 조직 활성화를 통한 유권자와의 소통과 직업군에서 50%를 넘는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율 10%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 농민과 중소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실업자, 청년학생, 학부모. 문화예술인 등의 자발적인 조직화를 어떻게 유도하여 정치에 반영할지에 대한 장단기의 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SNS와 국민선거인단은 유권자의 참여부족에 대한 임시적인 방편이 될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이 계속되면 정당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자발적인 각계각층 조직 수준에서 어떻게 그 조직이 동일한 직업과 계층을 대변하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네덜란드 노사 교섭 방식처럼...)

나는 문재인 후보가 한국정치에 필요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노 전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개혁과 현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친노'로 불리는 노무현 전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는 그 지지자들을 대변한다. 그 힘은 이번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07년 대선 실패와 2008년 총선 실패의 책임에서도 벗어나 있다. 그리고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의리'와 '청렴', '신뢰'와 '일관성'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나는 그것이 바로 '문재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한계도 분명하다. 노 전대통령의 죽음으로 유권자들에게 일부 용서가 되었지만, 객관적으로 누가 뭐라 하더라도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부였다. 그 실패로 인하여 이명박은 어부지리로 당선되었고, 지난 5년 동안 중산층과 서민들은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후보가 몸담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유권자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만큼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4.11총선에서 부산 낙동강 벨트에서 홀로 살아남았고 자신의 당 뿐 아니라 야권 전체가 패배했다. 한명숙 대표 - 이해찬 대표로 이어지는 '친노' 진영은 민주통합당 내부의 권력을 잡았지만, 그 권력을 토대로 광범위한 주변 세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고 소수세력과 중도층을 우산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 서민들 역시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문재인 후보와 지지세력이 움직인다면, 후보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으로 나타나는 정치세력과 지지자들, 유권자들을 끌어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안철수 원장과의 야권 단일화에서 참패하거나 대통령 본선거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할 수 있다. 그는 지지자들, 특히 열성 지지자들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국회와 행정부에서 상생과 통합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상생과 통합의 경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대적이거나 마타도어 식으로 경선이 이루어지면 결국 문재인 후보 자신에게는 마이너스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경선 후에도 방법은 있다. 가진 것을 놓으면 된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측근들을 설득하여 대선 기구의 주요 직책을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다. 야권단일후보 경선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양보할수록 단일후보로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걱정하기 보다 '친노진영'이라는 집단을 경계한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독과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탄생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 2012년 9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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