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 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
안병길 지음 / 동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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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미나 교재로 만나게 된 이 책은 먼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아! 제목에 낚였다...ㅠ"라는 느낌이 얼핏 들었지만 기존의 정치학자나 이론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방식과 조금 다른 관점과 방향을 제시한 것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도입부도 조금 혼란스럽다. 저자 안병길은 이 책의 서문을 "'엉터리'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깁시다!"라면서 시작한다. 그는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소모적인 보수/진보, 좌파/우파 싸움"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이 '그 망국적인 싸움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준엄한 칼로 잠재워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권위주의를 미련 없이 내던지고 곧바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그래서 떨떠름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도입부를 쉽게 수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 좌파와 우파의 싸움이 자유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것인가? (결국 저자 자신도 책의 본문에서 주장하듯이) 자유민주주의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것은 권위주의와 독재(파시즘)라 할 수 있다. 권위주의와 파시즘은 한마디로 말해 상대방의 존재와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주장을 떠나서 상대방의 존재를 지워버리려 하는 이념이다. 한국사회에서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나 좌파와 우파의 싸움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인념대립 문제의 성격은 '대립과 싸움'이 일정 정도의 선을 넘어서 상대방의 존재를 억압하고 지우려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며, 더 나아가 보수와 우파가 권위주의와 파시즘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과 이명박, 그리고 그들의 일당독재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공권력으로 짓누르면서 진보적인 세력과 좌파진영을 국가보안법과 형법, 각종 악법으로 탄압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우익언론과 우익세력은 진보와 좌파진영을 포함한 비판세력에 대해 친북이니 종북이니, 빨갱이라고 매도하면서 남북분단 상황을 악용하여 비판세력 전체를 늘 공식적인 공간에서 지우고 없애버리려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그 반면에 김대중과 노무현,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으로 대별되는 진보세력과 좌파진영, 그리고 비판세력의 경우 지난 10년간 정권을 잡은 기간 뿐 아니라 그 전후 기간에도 우익세력이나 우파진영을 '없애버리려고' 공권력을 동원한 적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사회 내의 진보, 보수세력의 태도와 입장에 대한 저자의 선입견, 혹은 대전제에 대한 비판은 이 정도에서 끝내고 저자가 제기하려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모습을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과거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이 국민을 속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자유민주주의는 '엉터리' 자유민주주의였다"고 규정한다. 반공만이 자유주의라고 강변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정파만이 절대적으로 정의롭고 이상향을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진보세력과 좌파진영을 향해 제기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주의에 기초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보편적 정치,사회 이념"이라고 정의를 내리면서 책의 본문에 들어간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권위주의자와 자유민주주의자가 ‘맞짱’ 토론을 하면 권위주의자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권위주의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자유민주주의자는 상대방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자의 주장이 깊어질수록 자유민주주의자는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전체 사회로 확대해 보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권위주의자의 공격에 약자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지금 권위주의자들이 우리의 일상과 정치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강자로 군림하면서 수많은 억압을 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하는 것이 오로지 선이고, 민주적이라며 거짓말까지 일삼고 있다. 사회적 약자는 '엉터리'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권위주자의자에게 늘 당하기만 한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쳐 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럴 때 자유민주주의의 속성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자가 많아야' 한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권위주의자들의 폭압에 심하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권위주의자에게 저항해야 하고, 사회에 참여해 발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이런 자유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기만 하면 약자가 충분히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권위주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자유와 민주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저자의 전략과 방법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저자 스스로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자가 많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으며, 잘 구현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말대로 상당수 시민들이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자유민주주의가 우리의 일상과 정치에 적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 이론, 맞대응 전략, 게임이론 등을 활용하며 약자가 어떻게 강자에 맞서 이길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우익단체에서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권위주의'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다르면 상대방을 일종의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각을 권위주의적이라고 정치학에서는 말한다. 반공은 선, 공산주의는 악, 그런 식이다. 따라서 반공만 자유주의라고 고집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시각이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권위주의이지 절대 반공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권위주의자의 '엉터리' 자유민주주의 가면을 벗기자고 권하고 있다. 시민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을 깨우치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해야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 헌법에는 분명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가정, 직장, 인터넷 공간, 정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보수우익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처럼 어느 누구도 이 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저자는 우선 도덕, 윤리 교과서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동체, 국가가 더 소중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는 이타주의와 공동체를 너무 강조한다. 애매모호한 공동체 잣대를 들이밀면서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착하게, 바르게, 관용을 베풀면서, 전체를 위해 살 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공동체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마치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처럼 조장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권위주의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교과서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교과서에서 강조하듯 법과 질서는 시민이 지켜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개인주의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교과서가 설명하듯이, 그 존재 자체가 모호한 공동체를 위해서 지키라고 하면 감동이 일어나겠는가?"
그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곧 자유주의에는 자유, 권리, 그리고 저항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고, 민주주의에는 단순과반수 원칙, 주권재민, 평등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를 견제하기도 하고, 서로를 돕기도 하면서 우리의 생활과 정치에 작동하고 있다. 저자는 독재와 권위주의의 망령이 끊임없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 국가가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것이 잘되지 않을 때는 시민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잘 작동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 스스로가 가정이나 직장에서 남의 자유와 스스로의 자유를 잘 지켜야 하며, 부당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저항을 해야 조금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4대강,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문제, 촛불시위 등 정치적 이슈를 자유민주주의의 관점으로 분석한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걸맞게 자유민주주의적으로 일을 처리했을까? 저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일을 밀어붙인다는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운하나 4대강 살리기도 마찬가지이다. 추진하는 쪽은 항상 공공복리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공공은 애매하지도 않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과반수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지 말고, 아예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권위주의적 주장을 했다면 알량한 일관성이나마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또 촛불시위 때 '정권 퇴진' 구호가 난무했다고 해서 집회가 순수성을 잃고 변질되었다고 비난했는데, 저자는 정권 퇴진 구호는 자유민주주의 속성상 하나도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시민이 정권에 대해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운동도 합법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 
진보, 중도, 보수라는 이념 스펙트럼도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논의될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사상의 자유와 정당 설립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공산주의 정당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어디를 뒤져 봐도 공산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조항은 없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구조 때문에 공산주의 정당이 우리나라에 발을 붙이기 힘든 것이지 공산주의 정당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민주적이라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공산당도 우리나라에서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 곧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어떤 이념도 허용되며, 서로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시하는 원리인 '단순과반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민주화 이후 과반수 유효득표를 한 대통령 당선자가 없었다. 공공선택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런 선거제도는 결정정인 결함이 있는 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단순과반수를 적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 정치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구도의 정치 틀이 깨질 수 있고, 중도나 진보정당의 활동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통령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개선하자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일상과 인터넷에서 자유민주주가 더 잘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생활화되어야 사회나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 약자가 강자에 맞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해 일상과 인터넷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회 개선을 위한 성냥불 운동'을 제안한다. 이것은 "작은 곳에서, 가능성이 큰 것부터 시작해서 더 큰 부문으로 옮겨 가는 방식"이다. 곧 개인부터 잘하자는 운동이다. 조그마한 자유민주 성냥불들이 모여서 자유민주주의를 더 밝게 비추는 큰일을 해내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혁명적인 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 지키기에 최선을 다하면 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를 더 빨리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기입니다. 국가와 정치인의 방종에 경계선을 그어 주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자유민주주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아울러서 더 많은 시민이 국가의 간섭이 필요 없는 인터넷 자유공간을 지키기 위한 조그만 성냥불을 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2년 7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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