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개정판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 한문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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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삶과 죽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말에 조금씩 공감이 된다. 여성 없이 남성이 존재할 수 없고 '너'가 없이 '나'가 존재할 수 없으며 질병 없이 건강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진리일 것이다.

살아오면서 가까운 주변 여성들을 접하다 보면 여성들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자잘한 신체적 불편함이나 질병을 겪고 있다고 기억한다. 남성들의 불편함이나 질병은(내가 남자라 그렇겠지만) 보통 사건사고에 의한 상처나 감기, 과로나 과음에 의한 질병, 고혈압이나 스트레스 등이 주요 증상이었고 신체내부적 특성에 따른 질병은 없다고 생각했던 반면, 여성들에게 그 이외에 나타나는 생리불순이나 소화불량, 냉증, 근종 등은 '여성이라는 다른 신체적 체질이나 성격' 때문이라라 짐작했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감성적이고 민감하고 비활동적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다른 질병의 원인일 것이라 생각해 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그런 평소의 생각과 추론이 지극히 무지에 의한 선입견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남성들이 자연이 준 그 자체로 정상적으로 생활하면 큰 병치레를 하지 않을 수 있듯이 여성들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그동안 '다르게' 생각했던 여성들의 질병과 증상은 '남녀 차이'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남녀 차별'이라는 수 천년 동안 이어져온 사회문화적 구조에 의해 '여성들에게만' 발생한 것이었다. 여성을 도구화하고 차별해온 것은 동양에 비해 서양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저자는 여성의 많은 질병이 "남성중심의 중독된 사회구조의 산물"이다고 말한다. "여성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과 내면의 자아를 무시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이유는 남성중심의 중독된 사회구조 속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의 욕구보다는 다른 사람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겪는 모든 문제는 그 사회의 문화적인 환경과 관계가 있다." 저자는 특히 여성의 모든 질병이 여성성이 부정되는 남성중심의 중독된 사회구조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자기 내면, 즉 몸의 지혜를 믿고 그 메시지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초경부터 폐경에 이르기까지,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여성이 겪게 되는 온갖 상처와 질병의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원인, 그리고 그 치유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많은 여성들의 실제 사례와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들이 위안을 얻고 자연스럽게 치유의 단계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진정으로 '여성성'을 회복할 때 질병의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제 모든 여성이 치유를 통해 진정한 정체성과 욕구를 드러내고, 여성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결정한 방법에 의해 여성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여성의 자궁과 유방은 질병을 통해 계속해서 슬픔의 메시지와 경고를 보내올 것이다." 

"여성의 모든 질병은 가슴에 묻혀 표출되기를 기다렸던 감정의 분출이다. 몸이 그 타고난 영성靈性으로 여성 자신의 관심을 끌어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질병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여성의 질병은 치료가 아닌 치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처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치유의 힘은 여성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몸과의 화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병원이나 의사보다 안전하게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몸의 지혜, 내면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그 내면의 목소리를 믿고 귀기울일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
 
저자의 주장에 많은 신뢰가 드는 이유는 서구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의학을 전공한 후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했던 저자가 스스로 서양의학의 한계와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체를 분리되고 독립된 신체가 아니라, 자연이나 사회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사회구조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인체 내부에서도 수 많은 상호작용과 연계작용을 통해, 또 무의식과 정신적인 상황에 반응하면서 질병과 건강이 균형이 유지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들의 몸에 증상이 나타날 때 그것을 단순한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이상이 있음을 자신의 
의식(정신, 또는 자아)에게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 당장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과거의 어떤 사건과 사고, 경험과 강박관념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몸의 이상을 통해 치유해 달라고 애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몸의 기억과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증상만 처치할 경우 그 증상은 또 다시 동일하게 또는 다른 모습으로 반복하여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치유법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서양의학(한국 대부분은 의원과 병원의 방식)의 접근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과 대화를 통한 치유, 식이요법, 대체요법, 기공과 마사지, 침과 뜸, 자연요법 등 자연적이고 자기치유적인 방법을 우선시, 중요시하고 필요에 따라 서약식 의술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제1부 '몸의 지혜 혹은 내면의 인도자 만나기'에서 남성중심의 중독된 사회구조에 의한 온갖 편견들을 지적하고 모든 여성의 타고난 몸의 지혜, 내면의 인도자에 대해 설명한다. 여성의 몸과 질병에 관한 이전의 잘못들을 바로잡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여성의 육체와 정신, 진정한 치유를 만나는 장. 세부적인 질병의 문제들에 접근하기 앞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2부 '질병의 원인, 그리고 진실과 치유'에서는 초경에서부터 폐경기에 이르기까지 자궁, 난소, 외음부, 질, 자궁경부, 유방 등 각 부위별 질병과 그 원인, 치유법 등 거의 모든 여성 질병에 관한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특히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이나 편견들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리고 한 여성이 일생 동안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생리학적 증상들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진실과 그 진실 속에 담겨있는 몸의 지혜를 강조한다.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의학적인 접근과 함께 그것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꼼꼼하게 지적하고 있어 매우 유용할 뿐 아니라 그 정보의 방대함이 여성건강에 대한 종합백과라 할 만하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몸의 지혜 중 일부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제3부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 세상을 치유하는 일이다'에서는 의학적인 치료 외에도 식이요법에서부터 운동과 습관, 그리고 치유를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이르기까지 치유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치유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외에도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모든 여성이 자신의 처지와 조건을 떠나 보다 쉽게 치유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저자는 특히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 세상을 치유하는 일이며, 여성의 건강과 치유가 한 개인이 아닌 사회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먼저 모든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물론 남성들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딸과 아내, 누나와 동생, 어머니, 주변의 여성 지인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행복과 건강을 누리는데 함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2012년 6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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